[사람과기업]최휘영NHN 대표

 분당 NHN 사무실 입구에 들어서면 증권사 객장에나 어울릴 법한 물건이 있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 게시판이 그것이다. 순간순간 검색 키워드 순위가 자리바꿈되는 모니터 화면이 한 순간의 느슨함도 허용하지 않는 인터넷 포털 시장의 긴박함을 대변해준다. 이곳 총성없는 전쟁터에서 요지부동 1위를 지키고 있는 네이버의 저력은 무엇일까.

 지난 2004년 말 취임 당시 1조3000억원 규모였던 기업 가치를 최근 5조원까지 끌어올린 최휘영 대표(42)에게 궁금증을 풀기 위한 검색 키워드를 하나하나 던져봤다.

 # 기자출신 CEO

 요즘 포털 업계는 바야흐로 ‘기자 전성시대’다. YTN·연합뉴스 10년 기자 생활 중 8년을 정치부에서 보낸 최 대표에게도 ‘기자출신 CEO’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기자와 인터넷 기업 CEO의 일상은 일맥상통합니다. 하루하루가 긴장과 경쟁의 연속인 정치부 기자 시절, 뉴스는 가장 따끈따끈할 때 뉴스답고, 이를 가능케 하는 매체가 인터넷이라는 진리를 배웠습니다.”

 지난 2000년 야후코리아에 입사한 뒤 “포털 뉴스에 고친 기사와 부음이 올라오는 걸 보고 몸이 아플 정도로 답답했다”는 최 대표는 실시간 뉴스와 동영상 등을 도입해 오늘날 포털 뉴스의 원형을 제시했다.

 # 10년 후 네이버(?)

 그런 그가 인터넷 검색의 세대 실험을 위해 택한 곳이 NHN이다.

 2002년 말 네이버본부 기획실장으로 NHN과 인연을 맺을 때부터 그가 생각해온 인터넷 검색 철학은 뚜렷했다.

 네이버 검색의 지향점에 대해 최 대표는 “한국어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얻고 스스로 정보 경쟁력을 배가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내린다.

 최근 도서 검색을 비롯해 공공 데이터베이스 확충에 힘을 기울이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10년 후 네이버 검색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이용자의 마음을 읽고 우울할 때 듣고 싶은 음악조차 네이버에 물어보면 해결될 수 있겠죠.(웃음)”

 # 시가총액 5조원의 내공

 시가총액 5조원을 돌파한 힘에 대해 묻자 최 대표는 서슴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해진 최고전략담당임원(CSO)이 대한민국 검색 기획자 중 내공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아이디어를 많이 얻고 있다”고 말한다.

 지식검색을 탄생시킨 네티즌에게 공을 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용자들과의 소통 속에서 서비스가 진화된다”며 “얼마 전 검색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제일 먼저 공개한 것도 웹2.0 시대에 발맞춘 네이버의 리더로서의 책임이자 개발자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 세계 속의 NHN

 “한국이 전 세계 웹2.0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최 대표는 올해 해외 서비스 강화라는 또 하나의 도전을 감행한다.

 한게임으로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NHN은 올 3분기에는 미국에서 보드 게임 사이트를 오픈하고 검색 서비스 본격 진출도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다.

 지식검색이 한국에서 대성공을 거뒀지만 미국 등에서의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야후재팬에 대한 일본인의 충성도가 너무 높아 네이버재팬을 철수할 수밖에 없었던 아픈 경험이 있는지라 검색 서비스는 면밀한 준비와 검토 이후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 도전은 나의 힘

 시가총액 5조원 달성에 이어 ‘영원한 검색 포털 1위’와 ‘세계 속의 NHN’을 꿈꾸는 최 대표는 여전히 15년 전 기자 생활을 시작할 때처럼 끊임없이 뛰어다니고 도전하는 삶을 예찬한다.

 고등학교 시절 문학 소년을 동경했을 정도로 독서를 즐기는 최 대표이지만 요즘은 느긋이 앉아 책을 읽기 보다 주말에 골프 연습을 하면서 휴식을 취한다.

 영화광인 그는 영화를 자주 못 보는 아쉬움을 NHN의 이름으로 각종 영화제를 후원하면서 달랜다.

 “조마조마한 순간의 연속이었지만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일이 늘 생기고 가능성을 시험해볼 수 있는 인터넷 업계에서 네이버와 CEO 최휘영의 다음 도전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