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과 차 한잔]유영석 아이마켓코리아 상무](https://img.etnews.com/photonews/0605/060519020814b.jpg)
사람 좋은 표정, 차분한 말투, 언제나 자신을 낮추는 모습.
유영석 아이마켓코리아 상무(49)의 첫인상이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지난 2000년 삼성그룹의 기업 소모성자재(MRO) 구매대행 e마켓플레이스 전담사로 설립돼 연간 거래 규모 2조원 이상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
현만영 사장과 호흡을 맞춰 지난 5년 동안 국내 MRO e마켓 시장이 자리잡는 데 큰 역할을 한 유 상무는 아이마켓에서는 2인자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임원이니 차 한잔 마시면서 남 부러울 것 없는 성공 스토리나 들어보자고 짐작한 예상은 빗나갔다.
유 상무는 고졸 출신이다. 물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5년이 지나 학사·석사를 마쳤다. 하지만 이 자리에 올라오기까지는 고졸 출신으로 살았다. 고졸 출신 성공 사례가 가끔 나오긴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소수에 속한다. 삼성그룹 내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유 상무는 경성중학교 시절 꽤나 공부를 잘했다. 그러나 대학의 꿈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이다. 2남 1녀의 장남이라는 무게감 때문인지 대학 보내 달라고 부모님께 한 번도 떼쓰거나 하지 않았다. “여건이 안 되니 어쩔 수 없이 현실을 인정했다”는 유 상무는 막내 남동생은 자신의 손으로 대학과 대학원까지 마치게 한 든든한 가장이기도 하다.
그는 동대문 상고를 졸업했다. 당시 상고 출신은 은행으로 취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졸업을 6개월가량 앞두고 제일모직에서 3장의 추천서 요청이 왔다. 여러모로 평가가 좋았던 유 상무에게 1장이 돌아갔고 74년 관리부로 입사한 것이 삼성과의 첫 인연이다. 병역을 마치고 83년부터는 삼성물산으로 이동해 10년을 ‘물산맨’으로 살았다. 밤낮 할 것 없이 일에만 매달렸다. 사생활은 없었다. 고등학생인 아들은 지금도 유 상무가 워크홀릭이라서 불만이란다. “안 그러려고 하는데 잘 안 된다”며 웃는다.
현 사장과의 인연은 일본에서 맺었다. 일본 오사카 주재원 시절부터 유 상무의 성실함과 업무처리 능력을 눈여겨본 현 사장이 2002년 본사에 아예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유 상무는 아이마켓에서는 4년차지만 구매 쪽에서는 이미 10년 가까운 경험을 갖고 있다. 고객사가 구매혁신을 통해 좋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기쁘단다.
유 상무는 긍정의 힘을 믿는다. 주어진 환경은 썩 좋지 못했지만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며 그 힘이 바로 긍정적인 사고란다. 또 하나의 철학은 ‘있는 그대로, 숨김없이’다. 기업이든 사람이든 투명하고 솔직한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도쿄 주재원 시절 아내와 아이들만 미국으로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비용과 언어 등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지만 아이들이 넓은 세상을 구경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모험을 한 거죠. 그때 아이들에게 전해준 메시지가 ‘도전(challenge), 창의(think), 신뢰(trust)’였습니다.”
지금도 신입사원들에게 언제나 강조하는 이 세 가지 메시지는 유 상무 스스로도 다지고 또 다지는 인생의 지침이다.
‘100년 수명 가운데 절반 살았다치고 나머지 50년은 어떻게 살거냐’는 질문에 이 세 가지 명제를 가슴에 품고, 일을 놓지 않으면서, 봉사하며 살고 싶단다. 참 욕심도 많다. 하지만 아름다운 욕심이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