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산업의 핵심 부처인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가 지난해부터 심각한 충돌을 빚고 있는 사안이 하나 있다.
바로 ‘콘텐츠식별체계’ 주도권 논쟁이다. 작년 8월부터 양 부처간 이견이 심각해 국무조정실로 이관됐다가 지난해 11월에는 재정경제부로 넘어갔다 올 1월 국무조정실로 재이관되는 등 이 문제는 수개월째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 조정에 난항을 겪는 사이 문화부는 문화저작물 정보 및 유통지원을 위한 COI(Content Object Identifier)를 산업계에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으며, 정통부도 뒤질세라 온라인자원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UCI(Universal Content Identifier)를 추진중이다.
식별체계는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정보공유·검색·유통 및 이용현황 파악 등에 활용하는 기술로 업계에서는 CT산업 활성화를 위해 핵심 표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처럼 CT산업의 핵심 표준에 부처간 이견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지난 2001년 CT를 차세대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했음에도 불구하고 CT산업을 총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제도적 뒷받침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 부처는 ‘선점하면 임자’라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정부가 CT 육성에 관심이 있다면 CT의 정체성 확립 관련 기술 특허 및 이전, 관련 인력양성, 통계작성 등 체계가 시급히 잡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산업이 발전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어찌보면 법·제도”라며 “실제로 상당수 신기술의 경우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를 앞두고 있으나 제도가 뒷받침이 안돼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각종 법·제도에 CT산업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같이 하고 있다. IT 발전으로 산업은 하드웨어에서 SW·콘텐츠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으나 아직 국내 IT산업은 하드웨어 중심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각종 법·제도가 하드웨어 중심으로 이뤄져 있으며 또한 CT산업이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에서 제외된 경우가 많다. 구체적으로 병역특례제도 및 기술이전촉진법 등에 CT부문이 시급히 포함되야 한다.
기술이전촉진법상에 ‘기술이전 및 사업화촉진계획의 수립 및 시행(4조)’와 ‘기술이전 및 사업화정책심의회(5조)’에는 산업자원부·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교육부·건설교통부 등은 포함돼 있는 반면 문화관광부는 빠져 있다.
문화산업 및 경제발전 차원에서의 법·제도 정비도 시급하다. IT의 발전으로 방송·콘텐츠·통신·가전 등 관련 산업의 융합이 확대되면서 산업 발전의 기회는 늘고 있으나 이러한 기술 발전 파급효과에 대한 준비부족과 이해 당사자들의 대립으로 인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최영호 문화콘텐츠진흥원 본부장은 “CT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의 생산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법·제도적 측면으로 기술 지원과 동시에 표준 등 체계를 서둘러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급인력 양성을 위한 CT 관련 ‘전문 자격증 제도’도 요구된다. 기술사법에 따르면 현재 기술사는 크게 기계, 선박, 항공우주, 금속, 전기전자, 통신정보처리, 화학, 섬유, 광업자원, 건설, 환경, 농림, 해양수산, 산업관리, 응용이학 등으로만 나눠져 있을 뿐 CT와 관련된 기술자 제도는 없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들을 미리 예상하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인력도 필요하다. 방·통 융합이 미치는 여파는 예술·기술·인문사회 등 종합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이들을 모두 수렴할 수 있는 인력들이 요구된다.
현재 CT산업에 대한 연구인력 부족으로 정책자료도 태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문화관광부가 문화산업을 차세대성장산업으로 육성하고 문화산업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지방대학에 지난해부터 콘텐츠리서치센터(CRC)를 설립해 운영에 들어갔지만 이들을 종합조정할 기관은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국가기술지도, 과학기술기본계획 및 CT로드맵 등을 심화 발전시키고 CT의 정체성 확립 및 정책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문화산업전문기술연구소 같은 곳이 설립될 필요성도 있다.
이와 함께 민간차원에서의 CT산업 활성화를 위한 논의도 활발해야 할 것이다. 최근 문화관광부 지원하에 윤경현 중앙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산·학·연 전문가 모임인 CT포럼이 재출범했다.
이 포럼은 △CT 표준화 △뉴미디어 서비스 도입에 따른 CT컨버전스 △홈엔터테인먼트를 위한 CT 적용방안 △CT R&D 결과 성과 제고를 위한 기술사업화 방안 △신규 CT 과제 검토 등을 논의할 계획이어서 활동이 주목된다.
◆국회 통과한 문화산업 4대 법률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음악산업진흥법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 등 3개 제정법안과 △문화산업진흥기본법 개정안 등 4개 문화산업 관련 제·개정법이 일제히 통과됐다.
이들 법은 디지털콘텐츠시대 및 컨버전스 시대에 발맞춰 일제히 바뀌어 문화산업 활성화에 기틀을 제공할 것이란 기대다. 위옥환 문화관광부 문화산업국장은 “이번에 통과된 4대 법률은 관련 산업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진흥방안 및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산업진흥기본법(개정)=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불리고 있는 문화산업 육성을 위해 문화산업진흥기구 설립 및 문화산업분야의 특수목적회사(SPC) 설립 근거를 담고 있다. 또 문화산업진흥기금의 모태펀드 편입을 통해 문화산업 투자환경이 새롭게 변화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모바일문화콘텐츠에 대한 정의와 진흥방안도 마련했다.
◇게임산업진흥법(제정)=게임물등급위원회를 설립, 게임물 등급심의업무를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독립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등급분류업무의 타당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등급분류업무의 민간 자율성을 강화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또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사행성 게임물에 대한 대책으로 운영표시장치 의무화, 사후관리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e스포츠 진흥정책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과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 강화가 기대된다.
◇음악산업 진흥법(제정)=음악산업이 기존 음반중심 산업에서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통한 음원중심의 음악서비스산업으로 급속하게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제정됐다. 음악의 디지털유통 시대에 걸맞게 △음악산업에 대한 개념 도입 △음원 유통 활성화 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기술개발 근거도 마련됐다. 문화관광부장관은 음악관련 기술개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음악산업의 기반조성에 필요한 기술개발과 기술수준의 향상을 위해 기술동향 및 수요조사, 음악기술관련 기관의 연계 및 효율적인 기술개발환경 조성 등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지적재산권 보호 규정도 포함됐다.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법(제정)=비디오물의 범위에 온라인 영상물을 포함, 온라인상의 음란·폭력성 영상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아울러 온라인 영상물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주문형비디오(VOD)가 디지털방식으로 압축 저장돼 복제가 용이한 점 등 비디오물의 특성이 있다고 판단, 비디오물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VOD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전 등급을 받아야 하며 온라인의 음란·폭력성 영상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온라인 영상물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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