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김주혁 엑스씨이 사장(1)

[결단의 순간들]김주혁 엑스씨이 사장(1)

(1)모바일계의 마이크로소프트를 꿈꾸며

 “여보, 정말 꼭 그렇게 하셔야 돼요?”

 “이 사람 정신 차리게, 그 좋은 직장을 두고 어딜 나와!”

 “사업이 얼마나 힘든데,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보게….”

  99년 가을, 가족과 주변에 사람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려던 내게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나는 SK텔레콤 기획조정실을 거쳐 중앙연구원에 근무하고 있었다. 세계 이동통신 시장의 흐름과 미래 변화상을 진단하고 예측 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상용화된 지 올해로 10년을 넘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서비스의 론칭을 위해 현장에서 고생하던 기억이 지금 생각하면 진한 보람으로 다가온다.

 사업의 출발은 확고한 신념에서 비롯됐다. 나는 70년대 이후 등장한 PC와 소프트웨어 산업,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발전 과정을 보면서 미래 모바일 시장의 변화상을 주목했다. 음성통화를 주 목적으로 시작된 휴대폰이 향후 10년 이내에 거대한 모바일 산업으로 팽창하게 될 것이란 확신 때문이었다. 통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휴대폰을 마치 손안의 컴퓨터처럼 쓸 수 있게 되리란 생각이 들었다.

 90년대 후반 전 세계에 보급된 PC가 3억대에 달했고 휴대폰도 2억7000만대에 이르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휴대폰이 더 많이 보급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었다. PC 시장에서 MS의 윈도가 운용체계(OS)를 장악했던 것처럼 휴대폰 OS를 점령하는 회사가 세계적인 기업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단 휴대폰이 PC와 같은 데이터 기반의 각종 콘텐츠 서비스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어떤 기술이 필요하고 개발을 어떻게 할지 고민을 거듭하였다. 그러던 중 스스로 독립을 결심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줄 회사는 핵심인력 5명과 함께 경기도 분당에서 SK텔레콤의 사내벤처 1호로 출발했다. 2000년 3월 독립법인으로 출발하면서, 엑스씨이(XCE)라는 새로운 이름도 만들었다. 엑스씨이는 ‘eXtended Computing Environment’를 의미한다. 확장된 컴퓨팅 환경이란 뜻의 사명에는 향후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기술이 컴퓨터가 아닌 다른 기기와 디바이스에 적용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이 분야를 선점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과 신념이 담겨있다.

 당시 무선 시장에서는 휴대폰에 PC의 윈도 운용체계(OS)와 같은 역할을 하는 미들웨어를 탑재하기 위해 자바언어 기반의 버추얼머신(VM)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하지만 이론과 로드맵의 한계를 뛰어넘는 전문기업이 없었다는 점에서 엑스씨이 탄생의 의미는 남달랐다.

 막연한 꿈이 현실로 다가왔다. 휴대폰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자, 엑스씨이는 지난 6년간 매년 50∼70%씩 성장할 정도로 순항하고 있다. 초창기 5명으로 시작한 구성원도 이제 100명을 훌쩍 넘었다. IT코리아의 명성답게 세계 무선인터넷 자바기반 업체 중 벌써 빅3에 그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눈부실 만큼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이동통신 분야에서 끊임없는 기술력의 향상은 생명과도 같다. 신념과 열정이 가득했던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 난 오늘도 이른 아침 출근길에 나선다. guts@xc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