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 유저들의 눈을 자극한다면, 귀를 자극하는 것은 다름아닌 사운드다. 국민게임으로 불리우는 ‘카트라이더’ 등 빅 히트작들의 경우 독특하면서도 개성있는 인트로 뮤직과 BGM 등으로 유저들을 자극한다. 최근 BGM을 휴대폰 벨소리로 서비스해 좋은 반응을 모으고 있는 ‘그라나도 에스파다’ 처럼 자체적인 마케팅 툴로서의 가치도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라그나로크’ 등 몇몇 게임은 게임OST까지 내놓으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게임음악이 자체 기술은 물론 활용성 면에서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열악한 국내 게임음악을 튼실하게 키울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게임음악에 대한 인식전환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음악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핵심 변인이란 점과 그래픽 못지않게 초기에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촉매제가 다름아닌 음악이라는 인식 전환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자체 스튜디오 운영을 통한 게임음악 작업을 할 수 없다면, 외주 전문 업체와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넥슨의 블록버스터 MMORPG ‘제라’의 경우 해외 유명업체에 음악을 맡기기 보단 능력있는 국내 업체와 함께 작업해 수준 높은 음악을 완성해냈다는 평가다.
이는 음악에 대한 인식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기존 사운드 제작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 제작 초기부터 사운드 업체와 개발 컨셉트를 공유하고, 그에 맞는 사운드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작품의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완성한 것.
게임음악의 중요성만 인식하고 있다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치 못한 해외 업체보다 국내 업체가 보다 유리하다는 견해도 많다. 초기부터 마지막 완성단계까지 게임의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함께 해 나가면서,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으며, 이것이 결국 퀄리티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제라’의 사운드를 감독한 고병욱 블루&사이버사장은 “완성된 작품을 보고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 아닌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보다 완성되고, 게임의 분위기와 맞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라며 “이는 개발사의 배려와 사운드 제작 업체의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제작 시스템을 소위 ‘할리우드 시스템’식으로 바꾸는 것도 바람직한 해법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내 제작시스템은 게임 개발사가 어느 정도 개발을 완료한 상태에서 외주 업체에 의뢰하는 형식이 대부분이다. 이에따라 외주 업체는 각자 보유하고 있는 샘플이나 작곡가를 통해 곡이나 이펙트를 만들어 이를 완성된 게임에 삽입한다. 전문 디렉터가 없는 상황에서 이같은 ‘끼워넣기식’의 제작 방식은 게임과의 전체적인 밸런스와 분위기를 맞추게 어렵게 한다.
반면 ‘할리우드 제작시스템’은 각 분야별 전문화된 인력을 디렉터가 섭외하고, 이들을 프로젝트 단위로 구성해 하나의 개별 스튜디오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의 장점은 그때 그때 필요한 인력을 통해 해당 게임에 맞는 팀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사람의 창작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게임을 한 사람에게 집중시킨다는 것은 비슷한 사운드를 양산하는 결과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필요한 인력을 게임에 따라 구성시키는 이같은 시스템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개발사들이 사운드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한다해도 장기적인 프로세스를 함께 진행할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에선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으며, 이에따라 마케팅 차원에서 비용 부담이 크더라도 해외 유명 작곡가나 스튜디오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장기적으로 국내 게임음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기획, 작곡, 편곡 등 분야별로 게임에 특화된 고급 전문 인력을 집중 양산할 교육 시스템을 갖추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게임음악은 영화음악 못지않게 자체적으로도 하나의 산업군을 형성하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게임음악은 아직도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탓에 게임음악 스스로는 물론 파생상품화가 미진하다. 그러나, 게임과 음악의 다양한 접목이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어 주목된다.
우선 홍보 효과를 노린 대중 가수들의 게임음반 참여가 두드러진다. 게임음악은 보컬이 없는 BGM 형식이 대부분인데다, OST 형식으로 즐기기엔 부족한 것이 사실. 하지만, 익숙한 목소리의 가수들의 참여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PS2용 롤플레잉게임 ‘반숙영웅 VS 3D’에 참여한 김국환. ‘은하철도 999’ ‘슛돌이’로 애니메이션에서 두각을 나타낸 김국환씨는 이 게임의 오프닝과 엔딩송에 참여해 올드 게이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정판 패키지엔 OST가 함께 발매되기도 했다.
또한 인기 힙합 가수 주석씨는 온라인 농구게임 ‘프리스타일’의 랩송으로 큰 인기를 모았으며, 게임가수 1호 엄지영씨는 ‘마그나카르타’ 삽입곡 ‘Time passes by’에 이어 엠게임의 ‘영웅’ 삽입곡 ‘그대 떠난 하늘’을 잇따라 불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가수 이민우씨는 ‘리니지2’ 행사장에서 신곡을 발표하는 등 대중 음악가들의 게임을 통한 신곡 발표가 더이상 새로운 현상이 아닐 정도. ‘그라나도에스파다’ 개발사인 IMC게임즈 김학규사장은 “최근 가수는 물론 영화음악을 하던 뮤지션들이 게임쪽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며 게임과 대중음악의 결합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게임이든 일반 음악이던 불특정 다수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비록 게임음악 자체의 기술은 낙후돼 있다지만, 다양한 마케팅 효과 차원에서 대중음악과 게임의 접목은 앞으로 보다 다양하게 시도되며 강력한 트렌드를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중배기자@전자신문 모승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