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전은 뒷전 한국인만 근무중…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다국적기업의 R&D센터 입지희망국 순위

외국인 연구개발(R&D)센터의 기술 개발 실태조사 결과 더욱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외국기업 유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물론이고 업계 역시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 왔지만 산업기술평가원의 조사 결과, 실제 효과는 기대했던 것과 차이가 컸다.

 전문가들은 고용이나 국내총생산(GDP) 기여 이 외에 R&D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업 위주의 유치 활동을 강화하는 등 차별화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R&D보다 시장 확보에 주력=실태조사에 따르면 R&D센터를 보유한 외국기업의 투자 동기는 전진기지와 생산기지 확보 차원이 59.2%나 차지했다. 반면에 우리가 기대하는 기술 공유·공동 개발 욕구는 16.4%에 그쳤다. 또 향후 국내에 추가 연구센터 설치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61.8%가 ‘의향이 없다’고 말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국제무역개발회의(UNCTAD)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다국적기업의 R&D센터 입지 희망국 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13위에 그쳤다. 중국이 1위, 미국과 인도, 일본이 2, 3, 4위를 차지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들 외국 기업은 산기평 조사에서 국내 R&D 활동의 애로요인으로 기술개발 인력 부족(23.5%), 자금 부족(14.1%), 기자재 및 시설 부족(8.9%) 등을 꼽았다.

 ◇내국인만 있는 외국계 R&D센터=국내 외국기업 R&D센터에는 외국인이 거의 없다. 7000명에 달하는 전체 연구원 가운데 외국인은 36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계 R&D센터에 기술 이전 등 파급 효과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들이 모기업에서 수입하는 품목도 원료가 절반을 넘었고 기자재나 장비 도입 비중은 23%대에 그쳤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209개 외국기업 연구소 대상 조사에서도 85%는 국내에 기술을 이전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에도 정부의 기술개발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지만 국내에 실익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외국기업 유치를 위한 노력을 국내기업 지원으로 돌리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략적 투자 유치로 방향 전환 필요=그동안 우리의 외국기업 유치활동은 양적 확대에만 급급해왔다. 실제 R&D를 확대하는 기업과 물건 팔기에만 집중해온 기업에 큰 차이를 두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우창화 산기평 본부장은 “맹목적 유치 확대보다는 외국기업 R&D센터 유치 시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 우리 기술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찾아 집중적인 유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중국·인도 등과 비교해 우리나라가 R&D센터를 유치할 만한 매력이 부족한 것은 자기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업계 한 사장은 “외국계 기업에 막연한 비판 의식을 갖기보다는 이들이 R&D 투자를 늘리지 않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해 이들의 애로를 해소해주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