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 기술협력, 요원한가?’
정부가 대학과 기업간 기술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활성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들이 대학의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화한 사례는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 상당수는 산학협력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기술습득은 ‘연구개발 목적 상이’, ‘기술에 대한 신뢰 부족’ 등을 이유로 소극적이어서 정부 차원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대학기술 상용화 대기업, 고작 7%=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원사인 대기업 238개사를 대상으로 ‘기업의 산학협력 현황 및 애로요인’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경험이 있는 기업은 7%에 그쳤다. 전체의 70.4%가 기술이전을 검토조차 하지 않았으며, 18.3%는 ‘이전받을 만한 기술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머지 4.3%는 기술이전을 추진했으나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포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기업들은 공동 연구개발에 대해서도 불만이 높았다. 전체의 20.7%가 공동 연구개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이들 기업들은 대학과의 공동사업 애로점으로 △대학기술 및 자원에대한 신뢰부족(33.2%) △기업비밀 보호(27.3%) △연구결과의 질적수준 미흡(13.4%) △연구개발비 사용의 경직성(13.4%) 등 근본적인 이유를 꼽았다.
◇산학협력 ‘목적’부터 달라=전문가들은 산학협력이 활성화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예컨대 연구개발에 있어 대기업은 말 그대로 ‘돈 될만한 기술’을 찾고 있는데 반해, 대학에서는 학문적 연구에 초점을 맞춘다는 설명이다. 기술거래소 정경호 기술사업화 본부장은 “교수가 기술 이전을 목적으로 연구개발을 하는 경우에도 비즈니스적 시각보다 학문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며 “특히 대학 차원에서 교수가 비즈니스적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경련 조사에서도 산학협력 추진의 애로요인으로 ‘대학과 기업간 목적차이’(18.3%)가 가장 많이 거론됐으며, ‘교과 과정의 현장 수요 반영 미흡(15.2%)’ ‘기업과 대학간 기술격차(10.0%)’ 등도 대거 언급됐다.
전경련은 이와 관련 “기업은 필요한 연구개발 및 실질적 역량강화를 목적으로 산학협력에 접근하고 있는데 반해 대학은 이러한 목적의식이 부족하고 협력과정에서 기업에서 필요한 수준의 교육을 위한 노력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산학협력은 필요=대기업들은 산학협력 필요성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었다. 전경련 조사결과에 따르면 ‘산학협력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기업은 64.3%로, ‘필요없다(15.5%)’에 비해 크게 앞섰다. 산학협력 참여 목적으로는 기업의 핵심과제인 연구개발(R&D)을 28.7%로 가장 많이 꼽았으며 인재양성(19.5%), 인재확보(18.9%), 기업이미지 재고(17.7%) 등의 순이었다. 대기업들은 또한 산학협력을 위해 정부에 ‘참여기업에 대한 세제혜택(54.1%)’, ‘전담기구 상설화 및 통합(23.0%)’, ‘학과 신설 또는 교과거정 개편 관련 제도 개선(19.7%) 등을 요청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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