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 시간 걸렸다. 무선 데이터통신 규격인 ‘블루투스’가 국내 처음 소개된 때는 1998년 여름, 문근영의 고개꺾기 댄스와 함께 생활 속에서 블루투스를 체험하게 되기까지 약 8년이 흘렀으니 말이다.
덕분에 거추장스런 선에서 벗어나 ‘양손의 자유’를 보장하는 기술로 알려지면서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IT기기들이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SUM이 유통하는 무선 헤드셋 아이콤비(iCOMBi)는 네티즌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몰이 중이다. 10~100m 이내에서 선 없이 음성이나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무선 규격을 잘 지원할 뿐더러 블루투스를 지원하지 않는 MP3플레이어 등의 기기라도 ‘동글’을 장착하면 무선 데이터통신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SUM의 김사현 대표는 아이콤비를 유통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회고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라면 시장에서 좋은 반향을 일으킬 제품을 발굴하는 것만큼 기쁜 일도 없겠지만, 그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김 대표에게는 그런 행운이 일본 출장 중 우연하게 찾아왔다고.
“일본 아키하바라의 애플 아이팟 매장을 들렀습니다. 관련 액세서리들이 눈에 먼저 들어오더군요. 그 중에서도 블루투스의 무선 기능을 이용해 자유롭게 음악을 듣게 해주는 아이콤비 헤드셋은 기능과 디자인이 돋보여 국내에서 유통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김 대표는 제조사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다. 패키지와 제품의 미려함을 보고 외국 업체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제조사는 뜻밖에 국내 기업인 에어로직. 알고 보니 국내에 블루투스 시장이 협소하다고 판단한 제조사는 유럽과 미주 지역을 겨냥해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했던 것이었다.
처음 에어로직사는 국내 유통 계획이 없다는 점을 내세워 김 대표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그렇다고 물러설 김 대표가 아니었다. 국내에 블루투스 시장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설파하며 공들이기를 수개월, 결국 김 대표의 열정을 믿은 에어로직사는 국내 유통권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현재 SUM은 블루투스 헤드셋과 동글, 애플 아이팟에 특화된 블루투스 제품을 유통하고 있지만 조만간 라인업을 늘릴 계획이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운전자를 위한 블루투스 모노 헤드셋을 자체 브랜드로 출시하고, 사용자를 세분화하여 블루투스 제품 타깃에 따라 맞춤 마케팅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이어 김 대표는 블루투스 기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세미나 등의 이벤트도 기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블루투스 시장에 대해 김 대표는 사람들이 더욱 편하고 효율적인 것을 찾는 만큼 규모가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주요 휴대폰 업체들이 하반기 블루투스 지원 휴대폰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어서 관련 액세서리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는 또 “올 한해 전세계적인 무선 헤드셋 시장 규모는 1억대에 이를 만큼 크지만, 국내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미비”하다고 전제하고, “시장이 막 형성되는 시기이니 만큼 브랜드 포지셔닝을 잘만 한다면 오히려 기존 경쟁사를 능가할 수 있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10년 뒤의 SUM에 대해 김 대표는 제조업체로 부상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고객과 만나는 최선전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사용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을 기획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매일 아침 출근길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미래 세계에 꼭 필요한 기술과 제품이 무엇일까?”란 답을 찾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김사현 대표. 그 미래가 멀지 않음이 틀림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