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억 달러 중국 가전시장 쟁탈전

제9기 베이징 국제과학기술박람회가 중국 국제전람중심에서 23일 개막됐다. 이번 전시회에서 우리 기업은 중국 토착기업에 맞서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사진은 LCD TV ‘보르도’를 앞세운 삼성전자 부스.
제9기 베이징 국제과학기술박람회가 중국 국제전람중심에서 23일 개막됐다. 이번 전시회에서 우리 기업은 중국 토착기업에 맞서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사진은 LCD TV ‘보르도’를 앞세운 삼성전자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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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429억달러에 이르는 중국 가전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아시아 주요 기업의 행보가 빨라졌다.

 제9기 ‘베이징 국제과학기술박람회(CHITEC)가 5일간의 일정으로 베이징 중국국제전람중심에서 23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삼성전자가 167평으로 가장 많은 부스를 차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LCD TV ‘보르도’를 비롯해 다양한 디스플레이 제품과 휴대폰, 첨단 노트북PC 등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LG전자도 139평의 부스에 PDP TV, 휴대폰, 홈네트워크시스템 등을 전시했다. 경쟁업체인 파나소닉(115평), 히타치(102평), NEC(84평), 하이얼(64평), 레노버(63평)는 디스플레이와 휴대형 단말기를 전시했다. 소니와 필립스, 샤프 등은 불참했다.

 이번 전시회는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중국의 가전 중흥을 노리는 하이얼·레노버·TCL·하이센스 등 토착기업의 대결로 압축됐다. 우리 기업들은 LCD·PDP TV 등 고품격 디스플레이 제품과 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생활가전 제품 등 실판매 중심의 제품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의 하이얼·레노버·TCL·창홍·하이센스 등은 40인치 이하의 소형 디스플레이 제품과 이른바 ‘통돌이’ 세탁기, 양문형 냉장고 등 중저가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출품했다. 중국 기업은 최근 중국내 노트북PC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 다수의 노트북PC를 내놨다.

 전시회 핵심은 삼성전자와 LG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최근 개발한 보르도 TV와 중국 HD방송 개시에 대비한 HD급 TV를 전면에 내세워 세몰이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보르도 LCD TV와 중국의 방송 환경에 맞춘 HDTV를 전면에 배치해 중국인의 눈길을 끌었다. 보르도 32인치와 40인치 등 중국인이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을 집중 홍보, 실리 챙기기에 역점을 뒀다.

 삼성은 우리나라와 북미, 유럽에서 일고 있는 ‘보르도’ 붐을 월드컵을 앞둔 중국 시장에 확산시키는 게 목표다. 삼성은 세계 최대 82인치 LED 백라이팅 기능을 갖춘 LCD TV와 초슬림 휴대폰 등 자사가 보유한 기술력을 강조했다. 7인치 울트라 모바일 PC, 중대형 네트워크 모니터, 와이드 모니터, 무선 외장형 스포츠캠코더, DVD캠코더도 화제였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블루투스용 MP3플레이어는 경쟁업체의 모방을 의식, 특정 바이어에게만 공개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LG전자는 71인치 금장 PDP TV를 메인 테마로 초슬림 휴대폰과 생활가전 제품 등을 들고 나왔다. LG전자는 월드컵 특수를 겨냥, 디스플레이 제품에 역점을 뒀다. 일명 박지성 TV로 알려진 ‘타임머신 TV’ 등 PDP 제품으로 중국인을 사로잡았다. 냉동실이 문에 달린 새로운 냉각방식의 양문형 냉장고, 액자형 에어컨 등 생활가전 제품과 휴대폰은 전시회 기간에 인기를 끌었다.

 중국기업들은 중저가 제품군을 앞세웠다. 최근 중국업체와 외국업체 간 제품의 시장영역 분화가 약해지고 있는 추세라지만 디지털 제품군에서 품질 격차는 뚜렷했다. 다만 LCD TV 부문에서는 하이얼·레노버·TCL·하이센스 등 중국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져 보였다.

 지난해 중국 LCD TV 시장에서 하이센스·스카이워스가 각각 1, 2위를 기록할 만큼 활약했다. 중국 현지 기업들은 40인치 중심의 LCD TV를 다수 출시했다. 대형 인치보다는 중국인의 경제 사정을 고려한 소형 인치대에 승부수를 띄우는 모습이었다.

 노트북PC·MP3플레이어·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 부문에서도 야심을 드러냈다. TCL·하이얼·레노버 등은 각각 휴대폰과 노트북PC, MP3플레이어를 내놨다. 디자인이나 제품 기술력에서 다소 뒤떨어졌지만 우리 기업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하이얼은 국내 MP3플레이어 업체인 엠피오의 PMP·MP3플레이어를 자사 브랜드로 내걸고 휴대형 정보가전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눈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일본기업이 99%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캠코더 등 개인용 영상기기 부문에서는 중국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본업체 파나소닉은 대형 PDP TV 제품을 중심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마스코트를 배치, 현지인의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을 썼다.

 박근희 삼성전자 중국본사 사장은 “CHITEC를 통해 중국 내 소비자 및 업계 전체에 삼성의 주요 발전상과 제품을 선보이며, 중국 디지털 컨버전스 시장의 발전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