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장 배달해달라.”
한국축구대표팀 평가전이 열린 지난 23일. 리빙프라자, 하이마트 등 가전유통가에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배송까지 최소한 하루는 기다려야 한다는 매장 직원의 설명에도 당장 축구 경기전까지 디지털TV를 설치해달라고 조르는 고객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독일월드컵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가전유통가에 TV 배송 비상령이 떨어졌다.
23일 세네갈전을 시작으로 사실상 ‘월드컵 시즌’이 개막함에 따라 급하게 디지털TV를 주문하는 고객이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에도 대표팀 경기가 열리기 직전에 주문이 몰려 ‘배송대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마트 등 가전 및 유통업체들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는 월드컵 시즌에 맞춰 이달 말부터 ‘24시간 배송체제’ 전환을 적극 검토중이다. 이를 통해 LCD TV와 PDP TV 등을 구매하면 다음 날 가정에 설치가 완료되는 ‘익일배송’을 실현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배송대란을 우려해 디지털TV의 경우 물류 창고에 평월보다 30∼40% 많은 재고량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에 10여개의 물류 창고를 운영중인 하이마트도 비상 근무방안을 마련한 상태다.
하이마트 이병숙 물류팀장은 “세네갈과 평가전이 열린 23일 평소보다 두 배나 많은 주문량이 몰려 한바탕 소동을 벌렸다”면서 “그 이상으로 수요가 몰리면 일부 지역에선 배송 차질이 불가피해 비상근무에 돌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물류 창고없이 당일 주문한 제품을 당일 생산해 새벽에 배송하는 방식으로 물류비용을 줄이고 있지만, 주문량 폭주로 배송기간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배송인력 확충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2002년 월드컵 경험으로 볼 때 한국팀 경기가 열리는 당일에 주문하고 바로 배송해줄 것을 요구하는 고객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빠른 배송능력이 DTV 판매를 좌우하는 하나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