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두 시어머니` 모실판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달 결정하는 HCN과 CJ케이블넷의 기업결합 심사는 결정 내용에 따라선 방송 시장 전반을 뒤흔들 개연성이 크다.

 그간 공정위는 방송위의 방송 정책인 프랜차이즈(지역 독점)를 인정해 ‘2개 SO 경쟁 지역’이 인수합병을 통해 ‘1개 사업자 독점 지역’으로 전환하는 기업결합을 모두 승인해 왔다.

 공정위의 눈에 안 보이는 지원(?)에 힘입어 국내 SO 시장은 77개 방송 권역에서 인수합병이 진행돼 절반 이상이 1개 사업자 독점 지역으로 전환했다. 또 태광그룹·CJ그룹·현대백화점그룹·씨앤앰커뮤니케이션·GS홈쇼핑그룹 등 거대 그룹사를 중심으로 한 복수SO(MSO)화를 이뤄냈다.

 그러나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이런 기업결합이 소비자에게 유리한지 고민해 왔으며 내달 전원회의에서 그간의 지역 독점 묵인(?)에서 불가로 전환할지, 아니면 현재 방향성을 유지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현황=현대백화점 계열의 HCN은 대구 북부지역에 금호방송을 보유중이며 이번에 같은 권역 경쟁 사업자인 대구중앙케이블TV북부방송을 인수해 기업결합 심사를 받는 중이다. CJ그룹의 CJ케이블넷은 같은 권역인 충남방송과 모두방송을 한꺼번에 순차적으로 인수한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2건의 사례는 2개 SO가 경쟁하던 지역이 인수합병으로 경쟁이 없어진 경우”라며 “지난달 공정위가 ‘국내 케이블TV 시장 경제 분석 결과’에서 독점의 폐해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자산총액 또는 매출 1000억원이 넘는 기업에 대해 인수합병 시 기업결합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MSO의 인수합병은 모두 대상인 셈이다. 결정 여하에 따라선 향후 MSO의 거대화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방송위 ‘불허는 불가’=방송위는 이번에 공정위가 갑작스레 불허 결정할 가능성을 경계했다.

 방송위의 김정수 부장은 “공정위는 지난 2004년 태광그룹의 한빛아이앤비 인수 등 지금까지 20건의 기업결합 심사를 승인했다”며 “특히 HCN의 관악유선방송 인수와 기업결합에 대한 최종 사건의결일은 올 2월 3일”이라고 꼬집었다. 공정위가 일관성 없이 몇 년간 지켜온 태도를 급작스레 바꿔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김 부장은 “같은 건을 두고 달리 판단하면 안 된다”며 “공정위가 전원회의 결정 전에 방송위의 공식 의견을 받기로 했으며 직접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도 대응에 나섰다. 오지철 협회장은 최근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나 업계 의견을 설명했으며 조만간 공정위 사무처를 방문해 직접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아직은 노코멘트’=공정위 사무처가 작성할 심사보고서는 불허 쪽으로 기우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방송 정책이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고 반문했다. 현재의 MSO와 독점화는 결국 해당 기업의 가입자당월매출액(ARPU)을 높이는 방향인데 이는 소비자가 지출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뜻. 이 관계자는 “예전엔 SO 독점 지역에서도 중계유선(RO) 사업자가 존재해 소비자 처지에선 ‘경쟁의 효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정위 측은 최종 결정에 대해선 함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무처는 검사 위치에서 기술하는 것뿐이며 결정은 공정위원장을 포함한 공정위원 9인 전원회의에서 한다”고 설명했다.

 ◇전망=공정위 전원회의의 판단은 경우에 따라선 케이블TV 방송 정책의 재검토로 이어질 수 있다. 공정위는 현재 77개 권역의 재조정을 통해 기존 독점 지역도 경쟁 지역으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제시할 개연성이 있다. 케이블TV 정책 수정 논란이 일 전망이다.

 불허일 경우엔 방송위의 반발이 예상된다. 그간 방송 시장은 방송위가 주도해 왔지만 앞으론 공정위라는 새 규제기관이 자리잡기 때문이다. MSO 한 관계자는 “케이블TV는 이제 시어머니가 둘”이라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