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파워 ON](6)대한민국 로봇 방향 찾기③디자인으로 거듭나야

 우리나라 로봇의 디자인 수준을 점수로 따진다면 몇점이나 될까.

솔직히 미국, 일본 같은 로봇 선진국과 비교해서 솔직히 좋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로봇산업이 기술력에 비해 디자인 경쟁력은 뒤떨어지는 편이라고 지적한다. 그도 그럴듯이 수백억원씩 쏟아붓는 로봇관련 연구개발(R&D) 지원예산 중에서 로봇디자인에 관련한 투자는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우리 로봇업계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부족과 투자기피는 차세대 로봇산업 발전에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서 개발된 로봇제품의 경우 기능은 무난하지만 보는 사람의 구매욕을 자극하거나 독창적으로 평가할 수준급 디자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를 주름잡는 한국산 자동차, 가전산업에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아는 사람이라면 유례없는 로봇 열풍에도 불구하고 찬밥신세인 로봇 디자인 분야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이다.

지능형 로봇 제품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려면 기능성 못지않게 고객의 심미적 욕구도 충족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로봇이란 제품은 인간을 모방한 존재이기 때문에 일반 가전제품과는 차별화된 디자인 철학이 요구된다.

◇로봇왕국 일본의 디자인 경쟁력=반면 로봇왕국 일본에서 열리는 로봇전시회에 가보면 혼다, 소니 같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에서 만든 로봇제품까지도 경탄할 정도의 디자인 완성도를 갖고 있다. 일본은 아이보, 아시모 등 로봇역사에 획을 긋는 걸작을 내놓으며 세계 로봇디자인을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 로봇디자인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로봇에 대한 일본인들의 극성스런 관심, 아톰에서 시작된 로봇만화 캐릭터의 전통, 세계 정상인 일본 산업디자인의 수준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로봇디자인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바라보는 일본 로봇업계의 열린 시각이 훌륭한 로봇디자인을 배출하는 원동력이라고 지적한다.

로봇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면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뿐만 아니라 캐릭터 상품으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일본 로봇업체들은 잘 이해하고 있다.

일본의 이족보행 로봇 피노(PINO)의 경우 초기 설계과정부터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함께 작업을 해서 높은 미학적 완성도를 구현했다. 피노는 이처럼 매혹적 디자인을 바탕으로 일본의 톱가수 우타다 히카루의 뮤직 비디오에 등장하는 등 인기몰이에 성공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작업을 담당했던 마쓰이 타쓰야는 세계적인 로봇디자인 전문가로서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결국 로봇 디자인에 들어간 비용은 충분한 가치가 있는 ‘투자’였던 것이다.

◇한국로봇, 디자인에 투자 늘려야=국내 로봇업계가 로봇디자인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짧다. 그동안 우리나라 로봇산업에서 핵심현안은 기술적 문제였지 디자인은 논외의 사안이었다. 우선은 제대로 움직이는 로봇 기구를 만드는데 급급했고 디자인은 로봇을 완성한 다음에 껍질을 만들어 붙이는 후공정쯤으로 간주했던 것이다. R&D비용을 거의 모두 로봇의 뼈대를 만드는데 쏟아부었으니 살을 붙이는 디자이너에게는 최소한의 자원만 배분된다. 이런 상황에서 독창적이고 뛰어난 로봇디자인이 국내서 갑자기 나오기를 기대하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도 국책연구소나 LG, 삼성 같은 대기업은 지난 몇년간 로봇디자인에 꾸준히 신경을 써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중소 로봇업체들의 디자인 환경은 실로 열악한 수준이다.

중소 로봇기업들은 주로 산업용 로봇이나 관련 부품을 생산해왔다. 따라서 소비자 취향의 퍼스널 로봇제품을 설계, 디자인해본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들 중소업체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구설계를 끝낸 다음에 디자인업체에는 최소한의 비용만 던져주고 한달안에 끝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나마 나온 로봇디자인도 재질과 색상, 마감처리 등을 소홀히 해서 상품성을 떨어뜨리곤 한다.

디자인 전문업체들은 로봇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디자인넥스의 김상호 사장은 “로봇디자인은 고정된 가전제품과 달리 옆과 뒷면 등 전방위로 디자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3개월 이상의 작업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급하게 끝낸 로봇디자인이 제품으로 나오면 뿌듯함보다 아쉬움이 밀려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신축빌딩 건설비의 일부를 예술품 설치에 사용하듯이 로봇관련 정부예산에서도 디자인 비용을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라고 제안했다.

◇한국로봇의 정체성 확립은 디자인에서부터=우리나라 로봇디자인의 수준을 높이려면 로봇개발 초기단계부터 디자이너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지적된다. 디자이너가 생소한 로봇제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독자적인 디자인 컨셉을 만들려면 엔지니어와 대등한 위치에서 협동작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내 로봇기술을 대표하는 휴보의 개발과정에서도 두 발로 걷는 메카니즘부터 완성한 다음 디자이너가 참여했기 때문에 디자인상의 한계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의 김명석 교수는 “디자인을 경시하는 기존 로봇개발의 프로세스를 바꿔야만 한국의 로봇디자인이 세계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면서 “미국, 일본과 차별되는 한국 로봇산업의 정체성도 결국은 독자적인 로봇 디자인 역량을 통해서 구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체탐방](8)유진로봇

◇유진로봇

인원(연구인력)= 120명(30명)

설립= 1988년

매출= 2005년 180억원(2006년 1분기 36억원)

제품군= 유비쿼터스로봇, 청소로봇, 엔터테인먼트로봇, 축구로봇, 완구류

회사비전= 지능형 서비스로봇 전문기업



유진로봇(대표 신경철 http://www.yujinrobot.com)은 88년 설립된 국내 로봇업계의 대표주자다. 초창기 산업용 로봇에 이어 90년대 중반부터는 지능형 서비스로봇에 발을 들였다. 지능형 서비스로봇의 대표주자를 목표로 청소로봇과 엔터테인먼트, 유비쿼터스 로봇 분야의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해 지속적인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청소로봇 시장에서 관심을 끈 ‘아이클레보’는 업그레이드 버전이 지속적으로 출시됨에 따라 올해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60% 가량 증가했다. 미 아이로봇의 룸바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갖췄다. 최근엔 청소로봇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제품의 편리성 및 기능을 대폭 개선하고 시장확대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또 정보통신부의 국민로봇 사업에 참여하여 유비쿼터스 로봇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10월 시작되는 국민로봇 사업은 100만원대의 로봇제품을 출시해 소비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목표다. 이에 해당하는 제품으로는 홈서비스용 로봇인 ‘쥬피터’(가칭)가 있다. 날씨 및 뉴스정보 등을 제공하고, 휴대폰을 이용해 외부에서도 집안을 모니터링 할 수 있으며, 스스로 이동 및 충전 할 수 있는 기능의 홈로봇이다. 유비쿼터스 로봇은 청소로봇과 더불어 주요 제품군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하반기엔 엔터테인먼트 로봇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밖에도 주요 제품으로는 KIST 등과 공동으로 개발해 이라크전에서 활용한 바 있는 위험작업 로봇 ‘롭해즈’와 축구로봇 ‘빅토’ 등이 있다. 지난해 로봇전문업체로는 처음으로 상장한 유진로봇은 올해 신규 제품군의 잇따른 출시로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기존 지나월드의 판매망 등을 적극 활용해 로봇분야 매출 확대의 발판으로 삼기로 했다. 올해부터는 해외 진출도 시도한다. 신경철 사장은 “올해부터는 미국,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라며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해 세계적인 지능형 서비스로봇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