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다면 실천한다. 도전정신이라는 거창함 보다는 ‘나를 바로 알고, 세상을 바로 알고, 기업을 바로 알자’는 가장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는 이들이다. 자본주의의 꽃인 기업가가 되기 위해 고딩(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직접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결코, 손해 보지 않는 기업, 그러나 순익 또한 금전이 아닌 ‘배움’인 기업이다.
학교·학생기업인 선린인터넷고등학교 IT창업연구회 사무실 한켠. 주문받은 상품을 포장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시간에 쫓겼나 보다. 흔적을 남긴채 그대로 수업에 들어간 모양이다. 잠시후 지도교사인 송준헌 기업경영연구부장 선생님이 들어왔다. 그는 사무실 구석구석 널부러진 포장지를 주섬주섬 챙겼다.
“글쎄 이달엔 군용 반바지를 팔아 200만원을 넘게 벌었다네요. 매달 매출이 늘고 있어요. 매출이 늘다보니 아이들이 더 열심입니다.” 송 선생님의 손끝은 포장하다 만 군용반바지를 접고 있었다. “학교에서 하는 기업은 절대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손해보는 영업은 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남는 것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가장 크게 남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배움’이지요”
손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매출 200만원일 경우 종업원 월급주고, 각종 부대비용을 제외하면 사장에게 떨어지는 순익은 40만원 정도란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월 40만원을 남겼다면 ‘껌값’에 불과하다. 하지만 40만원도 학생 사장의 것이 아니다. 이익으로 남은 돈은 학교 행정실을 통해 교육청으로 환수되고 교육청에서 다시 비용으로 사용하라는 결제가 떨어져야 쓸 수 있는 돈이다. 교육이 목적이다.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대강 넘어가는 일은 없다. 회계처리부터 지출결의서까지 기업업무 그대로 한다. 비품 역시 학교가 지급하지만 장부상에는 모두 구입한 것으로 원가처리한다. 공짜가 없다는 것을 아는 것 또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기업경영에 대해 모르는 부분은 방과후 특별강의로 따로 배운다. 학교·학생기업의 철저한 원칙하나는 시험기간은 모든 활동을 중단하는 휴업기간이라는 점이다. 이 기간에는 영업활동은 물론 회사조차 들어갈 수 없다.
“학생기업을 경험한 졸업생 선배들의 활약은 눈부실 정도입니다. 처음에는 실업계고교 출신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지만 전공으로 들어가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죠. 교수들도 못당해 낼 정도라고 합니다. 창업인큐베이터를 제공할테니 들어오라는 곳도 많고, 어느 졸업생 선배는 강의까지 나간 답니다. 또 신지식인으로 선정돼 맹활약을 하고 있는 선배도 있습니다.” 학생기업 사장인 박문수(1년)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선린인터넷고등학교의 창업 방식은 두가지이다. 먼저 학교기업이 있다. 사장은 교장이 맞는다. 지도교사는 경영진이고 학생들은 실무 담당자가 된다. 주로 팀장부터 팀원까지가 학생들의 몫이다. 학생직원들은 학교기업으로부터 월급을 받는다. 일은 주로 홈페이지 제작이나 DVD 제작과 같은 프로젝트성이다. 학교기업에서 일정기간 신용도를 쌓거나 신뢰를 얻은 경우 학생기업으로 독립할 수 있다. 학생들 스스로 아이템을 정하고 경영을 맡는다. 인터넷쇼핑몰과 각가지 콘텐츠를 파는 아이템이 주류를 이룬다. 기업활동을 통해 배출되는 학생은 해마다 20여명 정도. 대부분 대학을 진학해 전공을 살린다.
또 다른 학생기업 사장은 채강민(2년)군은 “요즘 세대들의 취향과 정서를 잘 아는 만큼 또래를 타겟으로 한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며 “사업 감각을 익혀 훌륭한 기업인으로 모교를 빛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선린인터넷고등학교가 창업을 위해 준비한 돈은 초기창업비용 200만원, 창업교육을 위한 교육비 800만원 등 총 1000만원이다. 물론 부족하다. 안정적인 매출확보가 관건이다, 그래서 용산구청과 공동으로 용산구내 중소기업 홈페이지를 제작해 주는 사업을 기획중이다. 중소기업은 정부지원으로 싼 가격에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고, 선린인터넷고는 안정적인 매츨을 올릴 수 있어 좋다. 용산구는 구내 중소기업지원을 할 수 있어 좋은 ‘삼각 윈-윈사업’이다.
기업경영의 어려움을 먼저 깨닫게 하는 실무교육을 강조하는 송 선생님은 “교육계에는 아직도 콘텐츠가 상품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최근 정부지원 프로그램에서 콘텐츠가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이라는 이유로 거절을 당한 적이 있다”며 억울함을 하소연 했다.
“미래 사장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지원에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한명의 기업가가 수십명, 많게는 수만명의 생활을 책임지는 시대인 만큼 예비기업인들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기업이든, 정부든 먼저 나서 지원하려는 풍토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송 선생님의 바람은 간절했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