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그룹이 ‘차세대 먹거리’로 콘텐츠 사업을 집중 육성키로 방침을 정해 놓고도 사업 전략의 구심점을 찾지 못한 채 수년째 불투명 행진을 하고 있다.
특히 벌써 3년째 KT는 물론이고 자회사인 KTH·KTF가 각각 포털 및 콘텐츠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불필요한 중복 투자로 인해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4년 당시 1000억원가량을 투입해 KT그룹의 콘텐츠 유통 사업자이자 포털 1위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KTH 역시 전략 수립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더욱이 이는 경쟁 상대인 하나로텔레콤·데이콤 등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이 최근 계열 포털을 주요콘텐츠제공업체(MCP)로 지정하고 협력을 공고히 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KT는 현재 음악·e러닝·영상·와이브로 등 사업 분야별로 KTH 외에 복수 MCP제도를 운용하거나 그룹과 KTH가 각각 별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KT가 올해 콘텐츠 사업에 투자할 예정인 770억원 외에 KTH를 통해서도 적어도 수백억원의 중복 투자가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부문에서 KT는 싸이더스FNH 지분 51%를 확보하고 250억원 규모의 영화 펀드를 운용하기로 했으며, KTH는 이와 별도로 콘텐츠제작팀을 신설해 자체 영화 제작에 나서는 등 개별 행보를 보이고 있다.
KTF 역시 음악 포털 도시락을 오픈하면서 음원 라이선스 확보를 담당하는 라이선스총괄공급자(MLP)로 계열사인 KTH와 함께 다이렉트미디어 등으로 구성된 팝콘 컨소시엄을 복수 선정, 운영하고 있다.
e러닝도 KT와 KTH가 각각 전담 부서를 만들어 캐시카우로 육성중이다. KT의 온라인 교육 사이트인 KT캠퍼스의 MCP는 KTH와 고려이앤씨 두 곳이며 실질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하는 주체는 고려이앤씨로, KTH의 입지가 모호한 실정이다.
또 내달 상용화를 앞둔 와이브로 서비스도 현재까지 KTH가 시범 서비스용 콘텐츠를 기획·수급했으나 정식 서비스 이후 MCP 정책은 확정된 것이 없다.
KT가 영상콘텐츠 사업과는 별도로 추진중인 디지털시네마 사업 진행도 순탄치 않다. KT는 당초 영화 복합상영관 업체와 전국극장연합회를 대상으로 디지털시네마 장비 및 네트워크를 제공할 예정이었으나 KT와 극장 사업자들의 의견 조율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KTH 관계자는 “애초 KT가 KTH를 그룹의 콘텐츠 수급 전담사로 육성한다는 전략 아래 지분 30%를 추가 매입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으나 현재까지도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숱하다”고 말했다.
KT 고위 관계자는 그룹의 명확한 콘텐츠 전략 수립 시점에 대해 “최근 전략 수립이 완료되긴 했으나 대략적인 방향성만 담고 있다”며 “앞으로 그룹 차원에서는 완성된 전략을 내놓기보다 지속적으로 시장 변수를 봐가면서 업데이트하는 유동적인 전략을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윤·김유경기자@전자신문, jykim·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