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없는 문명은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불은 문명을 한 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는 치명적 재앙이기도 하다.
화마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인류 역사상 계속되어 왔다. 옛 사람들은 목조건물에 회반죽을 발랐고, 근대에 들어서는 콘크리트, 벽돌, 석면, 슬레이트, 철강, 알루미늄, 유리, 모르타르 등 상대적으로 불에 잘 타지 않는 ‘불연’ 혹은 ‘난연’ 재료들이 널리 사용됐다.
최근에는 첨단기술에 힘입어 화염방사기에도 견딜 수 있는 자동차용 페인트, 불에 잘 타지 않는 벽지나 목재, 심지어는 방화처리가 된 아이들 옷이나 신발까지 등장했다. 이런 상품들은 불이 날수 있는 세 가지 요소 즉, ‘탈 물질’, ‘산소’, ‘불이 날 수 있는 온도(발화점)’ 중 한 가지 이상을 차단시켜 만든 것이다.
예를 들어 염화암모늄, 인산암모늄, 황산암모늄, 황산알루미늄 등을 혼합해 목재에 코팅하면 단열 피막이 형성돼 ‘탈 물질’을 제거할 수 있고, 분말소화기는 산소를 차단하는 원리를 사용한다. 또 암모니아, 탄산가스, 할로겐화수소 등 불에 잘 타지 않는 기체를 만들어 화염에 뿌리는 방법도 있다.
몇 년 전에는 국내의 한 발명가가 섭씨 3500도의 화염에도 견딜 수 있는 방화제를 개발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이 방화제는 목재, 골판지, 직물 등에 뿌리거나 발라 주면 2년 동안 그 물건에는 불이 붙지 않도록 만든 것으로, 미항공우주국(NASA)의 불연재보다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타지 않으니 당연히 유독가스 걱정도 할 필요가 없어 현재 건축자재 등 여러 물건에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