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부산 경실련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산·경남·울산 유권자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지역산업의 획기적인 육성책과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모아졌다.
실제로 부산은 해마다 인구 감소와 지역 기업의 역외 유출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경남은 노후화된 산업 인프라에 상대적으로 열악한 R&D 기반으로 기업들의 의욕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또한 울산은 자동차와 석유화학이라는 양대 산업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강하다. 이에 따라 부산·경남·울산 광역단체장 후보의 공약 평가는 지역산업 육성 및 투자유치와 일자리 창출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평가 결과 부산은 3당 후보 모두 평균 점수 B를 받았다. 특히 목표의 구체성부터 기타 공약과의 확장성까지 7개 항목에서 A나 A+는 하나도 나오지 않아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일자리 창출의 경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세 후보 모두 평균 C+라는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는 점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이 필요함을 나타냈다.
지역산업 육성 및 투자유치와 관련해 경남 입후보자들은 어느 시도보다 화려하고 멋진 공약이 많은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그만큼 속빈 강정일 확률도 높고 중복되거나 겹치기 공약 또한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평가 결과 김두관 열린우리당 후보가 타 후보에 비해 B+가 가장 많아 비교적 후한 점수를 획득했다. 경남의 경우 도청 소재지인 창원과 함께 최대 거점 도시이자 당락을 가를, 즉 가장 많은 표가 밀집한 마산과 진주를 집중 개발 지원하겠다는 공약이 모든 후보에게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울산은 도시 특성에 맞게 자동차와 석유화학 산업 발전 공약을 중심으로 첨단 산업 접목을 통해 지역발전을 이루겠다는 공약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부산◆
‘지역산업육성 및 투자유치’와 ‘일자리 창출’ 2가지 공약을 놓고 평가한 결과 3당 후보 모두 평균 점수 B를 받았다. 목표의 구체성부터 기타 공약과의 확장성까지 전 평가 부문에서 A나 A+는 하나도 나오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거돈 열린우리당 후보와 허남식 한나라당 후보는 산업, 과학기술, 경제 등 각 분야별 공약이 부산지역의 특성에 맞춰 발굴됐고 목표의 구체성과 타당성 등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오 후보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재원 1조원을 전액 국비에 의존하고 있어 현실적 조달 방안제시가 부족한 것으로, 허 후보는 부산을 넘는 광역 단위의 지역 산업 육성방안과 비전 및 목표를 제시하는데 다소 부족한 면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오 후보는 산업육성정책으로 낙동강 중심의 부산광역권 발전축을 구축해 수도권에 대응하는 동남광역경제권을 육성하겠다고 제시했으나 정부와 공동 추진하겠다는 여당 후보의 프리미엄을 강조할 뿐 소요예산과 재원 조달에서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지역 현안을 감안할 때 공약 자체의 적합성은 인정되고 성공만 한다면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 반면 기타 공약과의 유기적인 연계 방안이 제대로 부각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 후보는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지역기업지원기관을 통합한 부산경제진흥원 설립을 내놔 지역 중소기업의 주목을 받았지만 기존 부산정보산업진흥원과 부산테크노파크, 지방 중기청의 역할과 중복될 뿐 아니라 신발산업진흥센터 등 이미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는 지원센터를 한데 묶는 것 외에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1000개 선도기업 육성의 경우 단순 지정 수준을 넘어 보다 구체적인 방안별 추진일정 제시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김석준 민주노동당 후보는 노동현안, 복지정책 중심으로 공약을 제시해 산업육성 관련 지역공약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산업육성 방법과 일자리 창출 목표는 비교적 구체적이고 타당한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지역산업정책을 총괄·조정·기획하는 독자기구(RDA) 설립 공약은 기존 공무원 중심의 지역혁신협의회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시민단체와 교수, 지역 전문가들로부터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자리 창출에서 오 후보는 부산뉴딜정책을 추진해 2년 내 3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고용의 질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제시했고, 허 후보는 2010년까지 신규 분야에서 4만개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실업 등 지역 실업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겠다고 밝혔으나 양쪽 모두 전반적으로 재원 마련이 불투명하고 과장된 공약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김 후보는 청년실업센터를 설치해 지역 내 중소기업이 청년실업자를 채용할 경우 취업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청년일자리 1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이 또한 기간의 명확성과 파급효과 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경남◆
지역산업 육성 및 투자유치와 관련해 경남은 어느 시도보다 화려하고 멋진 공약이 많다. 공약 평가 결과 김두관 열린우리당 후보가 비교적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타 후보에 비해 B+가 가장 많다. 반면 중복되거나 겹치기 공약 또한 많은 곳이 경남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도청소재지인 창원과 함께 경남의 최대 거점 도시이자 당락을 가를 가장 많은 표가 밀집한 마산과 진주를 집중 개발하겠다는 공약은 모든 후보들이 빼놓지 않고 제기하고 있다.
김두관 후보는 마산 자유무역지역 리모델링을 통한 차세대 신성장 로봇산업 육성과 단계적으로 마산자유무역지역을 신성장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뉴마산프로젝트를 내놓았다. 또 진주 혁신도시 건설로 서부 경남의 획기적 발전를 이루겠다고 제시했다.
김태호 후보는 진주 혁신도시 추진과 나노세라믹 첨단생산단지 조성, 마산 준혁신도시 및 지능형 홈산업 육성을 공약했다. 진주에 9개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혁신도시를 조성하고 이의 일환으로 10만평 규모의 ‘첨단 나노세라믹 연구생산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이다. 마산에는 주택기능군을 이전시켜 IT 위주의 마산밸리와 로봇업체, 지능형홈산업지원센터, 지능형홈연구단지 등을 주택기능군과 결합, ‘주택과 IT와 BT’가 어우러진 홈자동화를 추구하겠다는 비전이다.
두 후보간 공약 차이는 김두관 후보의 경우 점차 그 기능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마산 자유무역지대를 리모델링해 마산 발전을 추구하겠다고 밝힌 반면, 김태호 후보는 일견 정부 정책과는 다른 경남만의 마산 준혁신도시라는 자체 방안으로 마산 발전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또한 사실상 도지사 시절부터 김태호 후보가 추진해 온 마산 준혁신도시는 정부지정 혁신도시로 진주가 결정된 이후 마산 민심을 붙들기 위한 선심성 자구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진주 나노세라믹 연구생산단지도 현재 경남의 4대 전략산업으로 추진 중인 바이오산업 육성과 해당 세부 항목들이 채 결말이 나기도 전에 추진하는 대규모 사업이라는 점에서 재원마련과 추진 시기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평가단은 김 후보의 공약에 대해 구체적이지만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재원조달면에서는 구체화되지 못한 부분을 아쉬움으로 지적했다.
반면 김태호 후보가 내놓은 ‘경남문화유산콘텐츠 개발센터’ 설립 및 콘텐츠 발굴 공약은 경남 지역의 문화재를 활용해 CT산업 발전의 계기로 삼는다는 점과 예산확보 방안과 규모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신선한 공약으로 평가됐다.
김두관 후보의 마산 차세대 신성장 로봇산업 육성 공약은 이미 경남에서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알맹이 없는 공약이라는 지적이 높다. 평가단은 제목에 비해 그 추진방식이 원론 수준이고 소요예산과 조달방식에서도 구체적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낮은 점수를 주었다.
하지만 물류관련산업 육성을 위해 글로벌 물류 기업의 육성은 부산신항 개장과 마산의 항만 기능 약화 등과 맞물려 시기적절한 지역 공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태호 후보의 풍력, 조력발전소 및 수소에너지 발전연구단지 조성 역시 시기적으로 적절한 공약으로 비춰지기는 하지만 이미 MOU를 체결해 진행 중인 사안을 대표적 산업육성 공약으로 제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문성현 후보는 ‘중소기업기술지원센터’를 설립해 중소기업의 기술애로를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지만 현재 이 문제는 산업단지공단과 지역 중소기업청, 지자체가 지원하는 여러 기관에서 분야별로 추진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울산◆
울산은 도시 특성상 자동차와 석유화학 산업 발전 공약을 중심으로 첨단 산업의 접목을 통한 지역발전이 공약의 주류를 이룬 가운데 R&D 분야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도 많은 관심이 나타난 곳이다.
공약 중에 심규명 열린우리당 후보의 에너지 산업단지 조성과 박맹규 한나라당 후보의 버스산업 메카 조성이 각각 울산의 석유화학 산업과 자동차 산업을 대변하는 것으로 눈에 띈다. 이와관련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구속 이후 자동차 부품업계의 여당을 보는 시각이 곱지않은 관계로 열린우리당은 석유화학에, 한나라당은 반사이익을 위해 자동차 분야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재미난 분석도 나온다.
심 후보는 한국석유공사를 중심으로 정부 에너지이용 합리화 자금 등 에너지특별회계 및 유관 펀드(약 1조원)를 울산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1800억원을 들여 에너지부문 특화 국제컨벤션 센터를 건립, 세계석유회의와 에너지학술회의 등 에너지 관련 국제회의를 유치하겠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 하지만 소요예산 1800억원에 대한 조달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에너지산업단지내 자유무역지역(40만평) 지정도 지자체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실현이 어려운 공약으로 평가됐다.
박 후보는 버스산업 메카 조성과 함께 300만평의 공장용지 공급을 대표적인 공약으로 내세웠다. 울산을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든다는 목표 아래 용지를 싼값에 공급하고, 기존 대우버스글로벌 유치효과를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2012년까지 협력업체 110개사를 집중 유치해 길천산업단지를 국내 버스산업 메카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재원 마련을 시비와 민자 유치로 확보한다는 두리뭉실한 설명으로 구체적 실천 의지에 의문이 제기됐고 낙후지역 개발 및 산업 인프라 확충과의 연계성 문제도 지적됐다.
일자리 창출 분야에서 4대 신성장동력 사업을 중심으로 ‘10년 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제1공약으로 내세운 심 후보는 그 방안으로 계획 중인 울산국립대와 혁신도시를 내세워 에너지, 환경, 경영, 교육 등 새로운 분야의 산업을 창출하고, 특히 울산 신항만 건설과 고속철 역사건립을 통해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으로 활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2010년 고속철 역사 건설 완료와 개통, 2011년 울산신항만 2단계 건설 완료 목표 등은 결국 여당 프리미엄을 넘어선 과도한 공약으로 평가됐다.
박 후보는 지난 4년 동안 주력산업의 구조 고도화와 첨단화 프로젝트를 의욕적으로 추진해 기업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자체 진단하고 향후 4년 동안 7조원대의 투자를 유치해 그 위에 4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구체적 실천방안 제시가 미흡했다는 평가다.
반면 노옥희 민주노동당 후보는 일자리 창출에서 공공서비스 부문의 안정된 일자리 2000개를 만들겠다고 제시해 일자리 창출 규모는 작아도 실현가능성 만큼은 가장 높게 평가됐다. 노 후보는 동사무소를 ‘주민생활종합지원센터’로 확대 개편해 174개 일자리를 만들고 동별 도시형 보건지소 1개소씩을 건립해 205명, 국공립 어린이집 건립을 통해 1183명 등을 채용한다는 세부 수치를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후보자에게 바란다
△부산IT발전연합 안현태 공동대표(코리아컴퓨터 대표이사)
=최근 부산IT산업 관련 단체가 연합해 각당 부산시장 후보진영에 3가지 IT발전 공약을 제시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우리 부산IT업계가 원하는 것은 ‘대규모 IT산업단지 조성’과 ‘부산시 IT산업 지원체계 일원화’, 그리고 ‘조례 제정 등을 통한 실질적 산업육성책 마련’이다. 이러한 공약을 우선적으로 채택하고 구체적 실천방안을 제시하는 후보를 연합 차원에서 지지할 생각이다.
△그는생각한다 홍준영 사장(부산 테크노파크 입주기업)
=지역 경제의 풀뿌리 중소기업을 진정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지역 CT산업 발전을 위해 게임애니메이션 업계는 집적화 단지를 원한다. 고가의 첨단 빌딩이나 대규모 산업단지가 아니어도 좋다. 모여서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고 사업구상과 정보교류를 할 수 있는 조그만 공간이면 족하다. 부산의 4대 전략산업이나 10대 중점 추진사업을 짚어보면 항만 등 지역연고 사업이 주류를 이룬다. 이제는 이러한 무조건적인 지역연고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첨단 기술분야를 놓고 제대로 된 로드맵을 만들어 실천해 나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부산여성벤처협회 김경조 회장(경성산업 대표)
=제조벤처기업의 숙원인 용지난 해소가 여전히 요원한 문제로 남아있다. 시에서는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고 일정정도 용지난이 해소됐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중소기업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 부산은 기업의 역외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 모든 것은 공장을 지을 용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강하고 확실하게 용지난 해소에 노력하고 이에 대한 정책이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마산 로봇밸리 박명환 사장(마산밸리 입주기업)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첨단 기업을 유치한답시고 구호만 요란하게 외쳐댔다는 느낌이다. 보다 구체적인 정책과 실천 방안이 나와야 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경남은 중소기업을 위한 공장용지가 매우 부족하다. 우리 중소 로봇제조업계가 수년전부터 제대로된 집적단지 조성을 요구했지만 번번히 무시됐다. 경남 지역 중소기업의 가장 심각한 문제다. 좀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길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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