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디브이에스코리아 사무실. 3개월 만에 만난 강승효 사장은 한결 여유있어 보였다. 올 1분기에도 적자를 냈지만 강 사장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듯했다. 의아해하던 찰나, 강 사장은 흥미로운 자료 하나를 보여줬다. 사업별 매출 비중표였는데 차량용 DVD드라이브의 매출이 작년 1분기 54%에서 올해는 64%로 증가하고 있었다. 또 차량용 DVD플레이어 완제품은 20%까지 상승한 반면에 기존 회사의 주력 제품이던 가정용 DVD드라이브는 30% 밑으로 떨어졌다.
1998년 현대전자에서 분사한 이 회사는 가정용 DVD플레이어의 핵심부품인 DVD드라이브를 만들며 2002년 600만대를 팔아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당시 매출액은 2000억원이 넘었다. 그러나 2003년부터 중국업체들이 진출하면서 시장 가격이 30% 이상 떨어지자 경영난에 부딪쳤다. 판매는 줄지 않았지만 수익성이 떨어져 적자를 냈다. 이때 미국지사장을 맡고 있던 강승효 사장은 “중국의 위협에서 벗어나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사장이 여유를 가질 수 있던 것, 또 기자에게 자신 있게 자료를 내보인 건 사업 전환이 만족스럽기 때문이었다. 중소 전자업체가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진입 장벽이 높은 자동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던 비결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강 사장은 “철저한 시장 분석과 냉정한 자체 진단 덕분”이라고 했다. 2003년 당시 일본에 뒤지지 않을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지만, 완성차 업체와 직접 거래하거나 유통시장에 자체 브랜드로 물건을 내놓기에는 경험과 자본력 등이 부족해 무리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 ‘티어 원 어카운트(tier one account)’, 즉 완성차 업체와 직접 거래하는 부품 및 전장 업체를 공략 대상으로 삼는 것이었다고.
강 사장은 먼저 포드 계열의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업체인 미국 비스티온을 두드렸다. 과정은 어려웠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차량용 DVD 납품을 놓고 일본 파나소닉과 붙은 최종 경쟁에서도 승리, BMW 등 해외 명차에 DVD드라이브를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는 보쉬·델파이 등에서도 디브이에스를 찾을 정도로 성장세에 있다.
“이제 중국의 저가 공세에서 한발 벗어난 것 같지만 이것도 2008년까지만이라고 봅니다. 과오를 범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것을 찾아야죠. 최근에 다시 시장을 분석하고 자체 진단을 하고 있습니다.”
강승효 사장의 이번 진단 결과는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 사진=윤성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