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5시]제작비 상승 심각하다

“PS3가 우세하든 X박스360이 잘 팔리든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봐야 제작비만 상승하니까요. 차세대 게임기 타이틀은 지금보다 최소 2배 이상 돈이 들어갑니다. 적게 잡아도 10억엔입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는 것이죠. 게임산업이 오히려 축소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지난 E3 2006 전시회장에서 만난 한 일본 게임업체 관계자의 지적이다. 그는 수십년 동안 콘솔 게임을 만들어 왔고 여러 개의 히트작을 내놓았다. 개발자의 입장에서 차세대 게임기들의 향후 전망에 대한 의견을 원했으나 이처럼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 차세대 게임기에 대한 관심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MS는 X박스360을 중심으로 PC와 모바일를 하나로 묶는다고 발표했고 소니는 PS3의 세부 사항을 밝혔으며 닌텐도는 위(Wii)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 이들 콘솔을 중심으로 전시된 작품들은 한결같이 뛰어난 그래픽으로 유저들의 마음을 흥분시켰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것에 현혹돼 있는 사이, 제작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려 나 있다. 실제 게임을 만드는 곳은 플랫폼 회사가 아니라 개발사다. 그리고 이들은 차세대 게임기가 무엇이든, 큰 폭으로 상승한 제작비에 대한 부담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영화 ‘쥬라기 공원’의 제작비가 600억원 수준이니 게임 타이틀 6개면 헐리우드 블록 버스터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엄청난 돈이다. 결국 개발사는 한 작품이라도 흥행이 저조하면 부도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것은 비단 해외 업체에 국한되는 사항이 아니다. 현재 국내 게임업체들은 게임 제작비 상승에 대해 점점 더 무신경해지고 있다. 이제 왠만한 MMORPG는 100억원의 돈과 백명 이상의 전문가가 투입된다. 더 웅장하고 더 화려하게 만들기 위해 전력투구한다. 사운드도 오케스트라 연주는 기본 옵션으로 들어가는 분위기다.

제작비가 상승하면 그 몫은 고스란히 유저에게 돌아간다. 게임 이용료가 오르고 PC방 업주의 부담이 가중된다. 그렇게 되면 이를 보상받기 위해 아이템 현금 거래 등 갖은 불법·편법이 난무할 수 밖에 없다. 이는 다시 게임업체의 책임으로 돌아가며 사회적 비난을 받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은 결국 제작비의 상승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따라서 제작비의 증가는 개발사만 짊어져야 할 부담과 리스크가 아니라 업계 전체가 심각히 고려해야 할 과제다. 게임의 재미는 결코 돈이 아니라 인간의 머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