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의 대표주자 ‘리니지2’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게임산업 전반에 걸쳐 큰 파장이 예상되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정통윤)는 2004년 ‘리니지2’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1차 판정한 데 이어 내달 6월 초 이 게임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최종 확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리니지2’는 일반 PC방에서의 영업이 제한되는 등 직접적인 피해 뿐 아니라 개발사인 엔씨소프트의 기업이미지 실추, 해외사업 차질 등 직·간접적인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이 ‘리니지2’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2, 제3의 유해매체물 판정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정부와 업계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게임산업 육성정책이 뿌리채 흔들릴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리니지2’에 대한 청소년 유해매체물 판정은 게임산업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며 “ 이번 판결로 인해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위상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큰 우려를 나타냈다.
업계는 ‘리니지2’가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되면 다른 게임들도 선례에 따라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다는 점에서 크게 긴장하고 있다. 따라서 ‘리니지2’의 청소년유해매체물 판정을 엔씨소프트 한 회사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있다. 업계가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예비 포문을 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 유해매체물 되면 절름발이로 전락
청소년 유해매체물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지정하고 청소년위원회(위원장 최영희)가 고시함으로써 주홍글씨가 새겨진다. 청소년 유해매체물은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작게는 게임 및 게임 홈페이지에 대한 표시에서 크게는 고객관리 시스템 및 게임사의 광고 판촉 활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받게 된다. 또 게임 마케팅에도 영향을 미쳐 최근 유행하고 있는 채널링 서비스나 업계간 제휴가 어려워져 절름발이 게임이 될 수 밖에 없다.
PC방 영업도 빨간등이 켜질 가능성이 높다. 청소년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된 게임을 PC방에서 하다가 적발될 경우 PC방 업주가 과태료 및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피해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업계는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됐을 경우 법률에서 정한 규정보다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 더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 이미지 손상뿐 아니라 수출 판로마저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당장 18세 유저들을 19세가 될 때까지 접속을 못하도록 차단해야 하는 관계로 유저수가 줄어든다는 불이익 뿐 아니라 유해매체물을 서비스하는 기업이라는 않좋은 이미지를 얻게돼 그 후폭풍은 이만저만 한 게 아니다.
#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려는 게임의 경우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되면 사실상 수출이 불가능하다. 중국과 동남아의 경우 한국게임을 견제하려는 움직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데 청소년유해매체라는 딱지를 단 게임을 수입할 리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과 미국 등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신시장 진입도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게임에 대한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은 한마디로 중형선고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와함께 업계는 ‘리니지2’ 등 다수의 온라인게임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되면 정부의 게임산업 육성 정책도 크게 후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우리나라를 2010년까지 세계 3대 게임 강국으로 올려 놓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어찌보면 정부가 이율배반적으로 발목을 잡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그 책임과 비난은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체 한 관계자는 “(‘리니지2’가) 유해매체물 판정을 받게되면 정부도 이에 대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 문화부와 정통부의 산하기관에서 서로 다른 목청을 내는 것은 그들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정부의 불협화음을 지적했다.
# 유해매체물 지정 배경와 향후 전망
업계는 이번 문제가 중복심의와 정부부처간 밥그릇 싸움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문화부와 정통부가 서로 게임 심의에 나서고 있는데다 판단기준 잣대도 달라 혼선만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통윤에서 사후 심의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리니지2’를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려는 배경에 대해서도 업계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테면 정통부가 주도권을 갖기 위해 게임업계에 대한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바로 그것이다. 업계는 앞으로 이같은 밥그릇 싸움이 지속된다면 ‘리니지2’와 같은 피해사례가 속출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리니지2’가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8세 이용가로 심의를 받아 서비스하고 있는데 정통윤이 19세 이용가로 다시 심의를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왜 사후심의를 강화했는지 뒷배경이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정통윤이 ‘리니지2’를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한 근거에 대해서도 ‘선정성과 사행성’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정통윤은 당시 “‘리니지2:크로니클2’에 대해 노출이 심할뿐 아니라 아이템 현금거래가 활발해 사행성 위험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당시 정통윤의 한 관계자는 “‘리니지2’에대한 유해매체물 지정은 갈수록 심해지는 사행성과 선정성 등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청소년들이 즐겨도 해가 되지 않는 게임 개발이 이뤄지도록 유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업계는 선정성이나 사행성에 대한 근거가 미약한 상황에서 이를 기반으로 청
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한 것은 너무 가혹한 심의 잣대를 들이댄 게 아니냐고 반발했다.
업계의 이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통윤은 앞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게임에
대해서는 계속 유해매체물 지정등을 통해 억제해 나갈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정통윤측은 “법령에 따라 심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며 “앞으로 문
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게임에 대해서는 추가로 제재조치를 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리니지2’에 대한 청소년 유해매체물 지정은 지난 2004년 5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위원장 강지원·이하 정통윤)에 의해 처음 이뤄졌으나 엔씨소프트가 이에 반발, 유해 매체물 결정을 유보시켰다.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계속 남아 있었고 내달 7일 2차 판정을 앞두고 있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