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월드컵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벌써부터 응원가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텔레비전엔 온통 빨간색 물결이다. 축구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새삼스레 느끼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것이다.
온국민의 관심이 월드컵에 쏠려있는 이때 바로 모기자가 나섰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문구처럼 이번엔 과연 고수를 이길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번에 도전할 종목은 바로 축구게임의 절대 지존 ‘피파06’이기 때문이다.
세계각국 클럽선수들의 정확한 데이터 뿐 아니라, 각국 국가대표 선수들까지 등장해 실제 축구경기를 하는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바로 그 작품! 더구나 기자가 상대할 고수이자 고수의 길로 인도할 사부는 바로 삼성전자 칸 소속의 프로게이머 박윤서 선수다. 국내외 대회에서 우승을 도맡아 하고 국내엔 대적할 상대가 없을 정도의
실력자, 굳은 마음을 먹고 삼성전자 칸의 숙소를 찾아갔다.숙소에 도착하자 반갑게 맞이하는 박윤서 선수는 현재 몇개의 대회 준비로 바빴지만, ‘피파’ 고수로 기자를 안내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는 자상함을 보였다. “피파를 처음 하는 것이 아니라 다행이긴 하지만, 그동안 했던 것은 잊길 바래요. 언제까지나 컴퓨터와 대전 하는 것을 만족할 순 없잖아요?” 사부는 우선 간단한 키조작부터 설명하면서 험난한 고수의 길로 인도했다.
“키보드에 익숙하다면 키보드로 해도 좋아요. 하지만 진정한 고수가 되기 위해선 조이패드 사용법을 익혀야 합니다. 저도 조이패드의 감을 얻기위해 손가락에 피멍이 들 정도로 했지요.” 그렇다. 처음 조작하기엔 손에 익은 키보드가 좋지만, 키패드의 경우 360도를 지원하지 못하고 여러가지 다양한 동작들을 취하기 위한 키사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이패드는 방향키의 360도 회전이 가능하고, 여러 버튼이 한 곳에 몰려있어 컨트롤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우선 조이패드가 처음이니, 버튼부터 익히세요. 자세한 것은 그 후 알려드리죠.” 사부가 자리를 비운 뒤 손에 익숙치 않은 조이패드와 씨름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렇게 하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차츰 짧은 패스와 긴패스, 슈팅과 달리기 공간패스에 어느정도 익숙해져가는 모습이 변해가고 있었다.“처음보다 상당히 익숙해지셨네요. 그럼 이제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사부는 가장 중요한 것은 조이패드와 친해지는 것이라며, 혼자 놔둔 것을 다른 곳에 신경쓰지 않고 집중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고 하지만, 수비 역시 중요해요. 짜임새 있는 수비라인이야 말로 승부를 유리하게 이끄는 첫째 조건입니다.” 사부는 기자에게 복잡한 수비 포메이션이나 업사이드 트랩 같은 고난이도 기술보단 가장 기본적인 수비방법부터 알려주었다.
‘피파’에서 수비는 볼을 가진 상대방과 정면으로 부딪히거나 뒤에서 몸싸움을 통해 빼았는 방법, 빠른 판단으로 중간에서 커트하는 방법, 그리고 공격적인 태클로 공을 빼았는 기술 등이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정면이나 후방에서 몸싸움을 통해 공을 빼았는 방법이다.
“공을 빼았기 위해선 상대방의 움직임을 잘 살펴야 해요. 패스를 할지 아니면 드리블로 치고 나갈지를 재빨리 판단하는 것이 수비의 최우선 요건입니다.” 사부는 그렇게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절대 서둘러선 안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기자는 성급한 마음에 태클을 한다거나 상대방의 움직임을 간파하지 못하고 쉽게 돌파를 당하는 등 여러 헛점을 노출시켰다.
“손쉽게 공을 빼았기 위해 태클을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태클은 가장 확실히 공을 빼았는 방법이지만, 그만큼 쉽게 공간을 허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사부의 지적을 달게 받은 기자, 침착하게 상대방의 움직임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몇차례 상대방의 움직임이 어느정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움직임을 예측하자 수비는 그만큼 쉬워졌다. 손쉽게 돌파를 허용하던 모습은 간데없고, 짜임새 있는 수비라인이 형성되기 시작한것이다.
“이제 수비도 어느정도 안정감이 생기기 시작했네요. 집중력이 가지고 하니 그만큼의 플레이가 나오는 거예요. 게임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집중을 하는가도 승패에 영향을 끼칩니다.” 정면이나 후방에서 공을 차단하는 것이 어느정도 이루어지자, 사부는 중간에서 공을 커트하는 기술을 전수해주기 시작했다.
“중간에서 공을 커트하게 되면 그만큼 역습의 찬스가 생기기 때문에 수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예요. 하지만 상대방의 패스 길목을 예측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워, 쉽게 할 순 없지요.” 사부는 공을 커트하기 위해선 다른 무엇보다 상대방의 패스 루트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면에서 상대방의 드리블을 막고 중간 중간 컨트롤을 통해 상대선수의 패스 길목에 선수를 배치하거나, 패스를 받는 선수를 밀착 마크해야만 중간에서 쉽게 공을 커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을 한쪽으로만 패스하게 만들어야 패스차단을 손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에 오실땐 완벽한 수비를 보여주길 바래요. 오늘은 처음인 만큼 기본적인 것만 알려드렸지만, 다음부턴 조금 난도 높은 기술을 알려드리죠. 어느정도 실력이 되신다면 저와 한판 겨뤄보는 것도 좋겠네요.” 사부는 수비 완벽마스터라는 어려운 과제를 남겨두고, 홀연히 사라져 갔다.
<모승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