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방융합, 새로운 10년을 준비한다]제5부:컨버전스시대의 주역들(5)

케이블BcN 컨소시엄 관계자가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 1층에 개관한 광대역통합망(BcN) 서비스 홍보관에서 영상 VoIP 전화를 시연하고 있다.
케이블BcN 컨소시엄 관계자가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 1층에 개관한 광대역통합망(BcN) 서비스 홍보관에서 영상 VoIP 전화를 시연하고 있다.

(5)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지난 95년 출범해 10년을 갓 넘긴 케이블TV 사업자(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은 이제 전공인 방송을 기반으로 통신·방송 융합 시대를 이끌어갈 한 축으로 성장했다.

현재 케이블TV 가입 가구수는 1300만을 넘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의 75%를 넘는 수치로 케이블TV가 방송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해준다.

여기에 전국 117개 SO가 확보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통신사업자와의 협업을 포함해 모두 278만 가구에 달한다. 전체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자가망 가입자도 190만을 넘었고, 이는 올해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통신시장에서도 주역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중심에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가 있다. 케이블TV 시장은 MSO 주도의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발판을 마련했다.

티브로드, 씨앤앰커뮤니케이션, CJ케이블넷, HCN, 큐릭스, 드림씨티방송, 온미디어MSO 등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MSO들이다. 이들 7개 MSO가 지난해 기록했던 매출 합계가 1조1300억원에 달했다. 매출만 놓고 보면 전년도 보다 무려 40% 이상 급성장했다. 올해도 이러한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시장은 보다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MSO들은 현재의 아날로그 방송 환경에서 지상파방송사들과는 광고 시장점유 경쟁, 위성방송과는 가입자 모집 경쟁을 각각 벌였다면 앞으로는 이들과의 경쟁을 포함해 풍부한 자금력과 마케팅력, 인프라 시설을 겸비한 거대 통신사업자들과의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한다.

지금은 제도에 막혀 있지만 통신사업자들은 앞으로 IPTV를 통해 방송시장 진입에 나설 계획이다. KT는 이미 IPTV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로서는 안정적인 디지털방송 가입자를 신속하게 확보하지 않으면 통·방 융합의 미래 홈네트워크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케이블TV 업계는 지난 10년을 외형적인 성장에 전력했다면 앞으로는 디지털방송과 차별화된 우수한 콘텐츠로 시청자의 안방을 찾아가고 나아가 통·방 융합 시대에 대처해야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기고-방송·통신 융합과 케이블방송 환경

: 최성진 서울산업대 교수 ssjchoi@snut.ac.kr

디지털기술 및 광대역기술이 방송과 통신에 접목되면서 방송은 단방향에서 양방향으로, 통신은 특정 개개인 사이의 송수신 개념에서 ‘일대다’로 영상정보를 서비스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방송망을 이용한 전화 및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통신망을 통해서는 주문형비디오(VOD)가 가능해졌다. 또 TV를 통해서 다양한 데이터 전송 및 상품 주문이 가능해졌고 컴퓨터로는 TV 드라마 시청이 일반화됐다. ‘방송망을 통한 통신서비스’ ‘통신망을 통한 방송서비스’ 같은 방송·통신 융합서비스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방송과 통신의 다채널, 고품질, 양방향성 등 3가지의 특징이 구현됐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3가지 특징을 기존 매체 입장에서 보면 지상파방송의 경우 6㎒ 주파수 제한과 정부정책에 따라 1개 HD 채널만 운영이 가능하여 고품질 구현이 가능해졌다. 반면 다채널 및 양방향 특성은 현재 구현 불가능하다. 위성방송은 위성의 넓은 대역폭으로 다채널, 고품질 방송은 가능하지만 무선으로 인해 양방향은 구현하지 못한다. 케이블TV는 750㎒ 이상의 넓은 대역폭을 갖고 있는 광동축혼합망(HFC)의 장점으로 다채널, 고품질, 양방향성 특성을 모두 수용할 수 있다. 따라서 케이블방송은 기존 매체 중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를 수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매체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의 통방 융합 논의에서 케이블TV가 논의의 중심에서 거론되는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케이블TV는 또 전국 1700만 가구 중 약 1400만 가구가 가입자인데다 주요 7개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가 전국 113개 케이블TV의 약 70% 이상을 소유하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통신서비스 영역으로의 진입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케이블TV는 타 매체와 통신사업자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으며 지난 10년 동안 이룬 공과가 적나라하게 표출되고 있다. 예컨대 국내에 다채널방송을 제공해 방송문화 다양성에 기여했고 난시청 지역 해소와 지역문화 창달에도 큰 역할을 했다. 장치 산업적 특성을 지닌 뉴미디어로서 방송 산업발전 등 여러 가지 기여한 점도 있다. 그러나 일부 케이블TV사업자들의 공시청안테나 사용, 비합리적인 저가 시청료로 유료방송 체제의 미성숙, 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대한 낮은 수신료 지급 등 안타까운 점도 있다.

최근 한국케이블방송협회가 중심이 돼 이런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주목되는 것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케이블방송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113개 케이블TV사업자가 3∼5개 MSO로 운영·재편돼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를 독과점 현상이라며 시청료 인상으로 이어질까 유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통신·방송 융합 시대에 소비자 중심의 융합서비스를 위해 좀 더 큰 시각에서 케이블TV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