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개발 프로세스를 혁신하라.’
국내 SW 업계가 품질 개선을 위한 개발 프로세스 혁신에 발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국내 SW 업체들은 그동안 규모의 영세성 등으로 제품 공급에만 급급해왔으나 최근 굿소프트웨어(GS), 능력성숙통합모델(CMMI) 등 SW 품질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개발 프로세스 혁신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고객의 요구 반영=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업체인 큐브리드(대표 강태헌)는 최근 자사 제품을 무료로 공급하면서 외부 개발자들을 자사 제품 개발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9월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개발팀장 출신의 김평철 전무가 영입되면서 개발 프로세스 혁신에 착수, 최근 ‘IT트렉’이라는 개발 공유 시스템을 개발했다. 외부의 피드백을 제품에 가장 빨리 반영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확립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전에는 내부 개발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제품을 개발, 개발자가 떠나면 공백이 생겨 제품 개발에 차질을 빚었으나 시스템 개발 후 이 같은 일은 현저하게 줄었다.
강태헌 큐브리드 사장은 “MS와 같은 세계적인 SW 업체들은 제품 개발 후 고객의 요구사항을 흡수하는 개발 프로세스를 확립해 제품을 진화시키는 반면에 국내 SW 업체들은 시스템통합(SI)과 같은 단발성 개발에 주력하다보니 개발 프로세스 체계마저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개발 프로세스부터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X인터넷 업체인 투비소프트(대표 김형곤)는 품질관리팀을 만들면서 프로세스 혁신 방안을 고민하다 ‘QC’라는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QC는 고객센터에 접수된 고객 요구를 검증하고, 이를 어떤 버전에 탑재할 것인지를 프로세스화한 시스템이다.
김형곤 투비소프트 사장은 “개발 프로세스를 확립해야 개발 우선 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며 “영업에서 개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프로세스화해 제품의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품질과 직결=개발 프로세스 혁신은 품질 인증과 직결된다. CMMI나 TL9000 등 SW 관련 품질 인증이 모두 프로세스 혁신을 주문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SW 업체는 경쟁사와 차별화된 인증을 받으려면 개발 프로세스를 혁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CMMI 레벨2 인증을 준비중인 포시에스(대표 조종민·신수덕)는 프로젝트 계획관리, 고객 요구사항관리 등을 위한 프로세스를 새롭게 만드는 중이다. CMMI가 개발 프로세스 관리를 통한 품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만큼 프로세스 혁신이 필수요건이기 때문이다.
박미경 포시에스 이사는 “개발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시간과 여유가 충분한 건 아니지만 품질 인증을 위해 개발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부는 솔루션을 도입하고, 일부는 자체 개발을 통해 개발 프로세스를 새로 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인드 전환 절실=일부 선도 업체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국내 SW 업체는 개발 프로세스 혁신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제품을 팔아도 손해를 보는 열악한 구조에서 프로세스 혁신은 엄두를 내지 못할 때가 많다.
X인터넷 업체인 S사 임원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 프로세스 혁신이 필요하지만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인력이 많고 매출 올리기도 힘들어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데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내 SW 업체들의 우선순위가 개발보다는 여전히 매출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윤태권 한국소프트웨어기술진흥협회 국장은 “글로벌 SW 업체들은 개발 프로세스 혁신에 끊임없는 노력하고 있지만 국내 SW 업체들은 경제적 이유와 마인드 부족으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