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리더에게 듣는다](5)조너선 슈워츠 선마이크로시스템즈 CEO

[글로벌 IT리더에게 듣는다](5)조너선 슈워츠 선마이크로시스템즈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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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세계 IT업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채 몇 년이 안 된다. 지난 2004년 조너선 슈워츠는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일약 글로벌 IT기업 사장에 올라 화제 인물로 부상했다. 지난 4월, 마침내 슈워츠는 2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막강한 파워를 휘둘러온 스콧 맥닐리 뒤를 이어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1인자(CEO)에 올랐다.

 그의 지난 2년 사장 시절이 궁금했다. “제품 개발을 비롯해 여러 면에서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최근 나온 솔라리스 운용체계(OS)와 갤럭시 서버가 대표적입니다. 이들 제품은 이전보다 훨씬 성능이 좋아졌습니다. IT회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을 리드하는 우수한 제품인 ‘핫 프로덕트(hot product)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선은 이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슈워츠는 선의 총 마진이 2년 전보다 좋아졌다면서 “2년 전에는 39%였는데 지금은 45%다. 100억달러 회사가 이 정도 마진을 거두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꽁지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그는 세계 IT 시장 전망에 대해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면서 “네트워크 기능이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도화되면서 생활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은 10여년 전부터 네트워크 중요성을 강조해오고 있다.

 내로라 하는 글로벌 IT기업의 최고사령탑이 강조하는 것은 역시 고객이었다. “(전 세계의) 더 많은 고객을 만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늘 아쉽습니다. 최소 한 달에 일주일 이상은 외유하며 전 세계 고객을 만나는데 늘 시간에 쫓깁니다. 주로 성장이 부진한 곳과 빠르게 성장하는 곳을 방문하는데, 유럽은 성장이 주춤한 반면 중남미는 고속성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매우 훌륭히 진행되고 있다”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고 공개했다.

 그는 올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CES)를 참관하고 깨달은 게 많았다. 더불어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미래에 대해 확신하는 계기도 됐다. “풋볼 경기장 26개가 들어갈 만한 어마어마한 규모에 혁신제품이 즐비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네트워크와 소비자 제품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자동차 뒷좌석에서 DVD 영화를 본다는 것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선은 이 모든 것을 충족해 줄 수 있는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데 자바가 대표적입니다.”

 스콧 맥닐리 전임 CEO와 ‘다르다는 점’을 밝히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성장과 경영성과를 강조하는 면에서 나는 맥닐리와 차이가 있습니다. 기술 성과와 고객 성과는 이미 기대한 만큼 올라와 있습니다. 때문에 앞으로는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데 주력할 예정입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좀 아픈(?) 부분을 건드려봤다. “계속되는 적자 때문에 선을 위험한 기업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고 하자 슈워츠는 즉각 “선을 볼 때 3가지를 봐달라”면서 “첫째, 톱 리더의 질보다는 팀 전체의 질이 중요하다. 에드워드 잰더(현 모토로라 CEO)도 우리가 만들어냈으며, 오토데스크의 캐럴 바츠도 선 출신이다. BEA의 앨프리드 챙도 그렇고, 약 30명이 넘는 CEO가 선을 통해 나왔다. 선은 아주 훌륭한 미래의 CEO를 만들어 내는 회사다. 둘째, 제품과 기술 품질이 우수하다. IBM과 HP를 보면 자체 OS가 없다. 셋째, 우리는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한다. 네트워크 혁신은 세계 인구가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성장할 터인데, 선은 네트워크 기술 면에서 누구보다도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조나단 슈왈츠는 누구

선의 CEO 겸 사장인 조너선 슈워츠는 지난 96년 선에 합류했다. 당시 그는 라이트하우스 디자인이라는 회사의 CEO로 있었는데, 이 회사가 선에 인수되면서 선에 몸담게 됐다. 라이트하우스 근무 이전에는 매킨지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했으며, 대학은 웨슬리에서 경제와 수학을 전공했다.

 선에 들어온 이후 그는 소프트웨어 그룹 등 여러 요직을 거쳤다. 특히 솔라리스 운용체계(OS)와 자바 기반 플랫폼 사업 확대에 공을 세웠다. 슈워츠는 포천 500대 기업 CEO 중 유일하게 개인 웹로그를 만들어 직원·고객·파트너·투자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스탠퍼드대학에서 자주 강연도 하는 그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가장 존경하는 기업으로 애플과 구글을 뽑기도 했다.

◆일문 일답

-취미:와인과 요리

-좌우명: 진정성(authenticity)

-존경하는 사람: 아버지.

-어릴 적 꿈:건축 아키텍트

-경영철학: 열심히 일하면 행운이 따라온다.

-포니 머리는 언제부터: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래 전에.

-가족:부인과 아들 둘(3살, 5살)

◆선의 차세대 먹거리 및 경쟁력 어디서 나오나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기술 중심의 비즈니스를 통해 세계 IT시장 흐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또 ‘네트워크가 컴퓨팅’이라는 비전을 10여년 전부터 제시하며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와 기술 우위를 유난히 강조한 슈워츠는 선의 차세대 먹거리와 경쟁력에 대해 막힘없이 대답하며 “네트워크 시대를 맞아 선의 경쟁력이 더욱 돋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6대 차세대 먹거리=슈워츠는 △갤럭시 서버 △울트라스파크(프로세서) △솔라리스10(운용체계) △스토리지 △선레이(신클라이언트 솔루션) △자바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소프트웨어) 등 6가지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았다.

 지난해 9월 출시된 갤럭시 서버는 엔터프라이즈급 x64 듀얼코어 서버로 성능·안정성·에너지 효율성 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울트라스파크 프로세서에 대해 “최근 선보인 제품이 매우 우수한 성능을 보이고 있다”고 밝힌 슈워츠는 “특정 플랫폼이나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는 중립 플랫폼인 솔라리스10 OS도 평가가 매우 좋다”고 말했다.

 선은 작년 6월 IT 업계가 깜짝 놀란 스토리지텍 인수를 발표한 바 있는데 “스토리지텍 인수를 통해 선이 세계 4위 스토리지 기업으로 부상했다”고 밝힌 슈워츠는 “스토리지 시장은 어느 아이템보다도 유망하다”고 말했다.

 선이 강조하는 ‘네트워크는 컴퓨터다’를 직접 구현하는 단말기인 선레이는 병원·방송 같은 분야에서 점차 사용이 늘고 있다. 슈워츠는 일체형 소프트웨어 통합 스위트인 ‘자바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에 대해 “개방형 표준에 따라 설계된 컴포넌트들을 제공해 기업에 극대화된 비즈니스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설명했다.

 ◇선의 경쟁력은=82년 설립된 선은 컴퓨터업계 중 최단기간에 연매출 10억달러를 달성한 화려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슈워츠는 “선이 성장가도를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시장이 요구하고 업계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기술 기반의 제품 라인을 구축했기 때문”이라면서 자바를 그 예로 들었다.

 95년 선이 개발한 자바는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역동적 프로그램 언어다. 슈워츠는 자바에 이어 ‘스루풋 컴퓨팅’도 선의 기술 역점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서버 부문에서 선은 그동안 업계를 선도하는 기술을 계속 발표해왔다”면서 “‘스루풋’ 기술은 프로세서를 여러 영역으로 나눠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수행, 메모리 정체를 해결함으로써 프로세스의 속도를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CPU 이슈를 성능에서 속도로 바꾼 친환경 개념의 서버도 다른 어떤 업체보다 앞서나가고 있다고 주장한 슈워츠는 “우리가 개발한 ‘쿨스레드’ 기술은 서버가 성능과 속도뿐 아니라 환경에도 관심을 가져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선은 이 기술을 통해 속도와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서버의 전력량 및 발열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선이 기술 흐름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연구개발(R&D)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기 때문인데, 슈워츠는 “매년 20억달러를 R&D에 투자하고 있으며 지난 3년간 수익의 17%를 R&D에 쏟아부었다”면서 “이는 경쟁사의 6%와 비교해 볼 때 큰 차이가 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는 선이 외형에 비해 연구개발비를 과도하게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하는데 이에 대해 슈워츠는 “우리 고객 중에는 그런 말을 하는 곳이 없다”고 일축하면서 “연구개발비용을 단순히 줄이기보다는 매출을 늘려서 상대적으로 비중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선의 독특한 기업문화 `플렉시블 오피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아이워크(iWork)’라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선의 사장을 비롯해 전 직원은 사무실에서 자신만의 자리가 없다. 출근할 때마다 새로운 자리에서 업무를 본다. ‘아이워크’는 플렉시블 오피스 개념인데, 타 기업의 모바일 오피스와 다소 차이가 있다.

 ‘아이워크’는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는 선의 비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으로, 선 직원은 자신의 업무 스타일에 따라 △플렉시블(Flexible) △홈 어사인드(Home Assigned) △선 어사인드 (Sun Assigned)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업무를 보면 된다.

 ‘플렉시블’은 업무 공간의 이동성이 잦은 직원을 위한 것으로 고객 및 팀 업무, 개인 업무에 따라 업무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홈 어사인드’는 거주지역 근처에 사무실이 위치하지 않은 직원을 위한 것으로 통근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 카테고리를 선택한 직원은 주당 3∼5일을 재택근무 하며, 집에서도 모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선 어사인드’는 독립적 업무 공간에서 특정한 업무실행과 인프라, 기술을 요구하는 직원을 위한 것으로 선 사무실 내의 지정된 업무 공간을 사용한다. 현재 선은 4만여명의 직원 중 48%인 1만9200명이 아이워크를 이용하고 있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