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이 유선통신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1월 두루넷을 합병한데 이어 회사 조직을 싹 바꾸고 대표까지 몸소 길거리 홍보에 나서 공격적인 영업을 벌이는 등 이전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실적도 괄목할 만하다. 1분기 초고속인터넷 매출은 전년 대비 27.6% 증가했고, 가입자수는 358만 명으로 시장의 29%를 점했다.
변화의 시작은 비전에서 출발했다. 하나로텔레콤이 추구하는 비전은 세계적 수준의 네트워크, 전국 단위의 유통망, 360만 명에 달하는 초고속가입자 등 3대 핵심자산을 바탕으로, 단순 통신사에서 ‘네트워크 기반의 영업 및 마케팅 회사’이자 ‘종합미디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
그 일환으로 하나로텔레콤은 TV포털의 성공적인 런칭, 초고속인터넷 광랜 가입자 80만명 확보, 시내전화 가입자 180만명 확보를 2006년도 3대 핵심사업 목표를 정했다.
‘조직은 전략을 따른다.’라는 챈들러 이론을 반영해 과감한 구조 조정도 단행해 놓은 상태다. 국내 처음으로 외국자본 1대주주가 경영 전반에 나선 하나로텔레콤은 지난 1월 고객을 정점으로 올려 하부에 영업 조직과 지원 부서들을 배치하는 조직도를 그렸다. 이로써 영업 극대화를 추구하겠다는 기업전략의 발판에 거름까지 준 셈.
하나로텔레콤의 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병무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Sales and Marketing Company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와 상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회사”임을 강조하며, 성공적인 변신을 위해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사업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24시간 PC 및 프린터 통합관리, 장애대응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이며 AS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또한 이 여세를 몰아 영우디지털과 레노버 등과의 제휴에 이어 각 분야 일류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유통망과 영업역량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올 초 2개월간 영업 현장에서 체험한 내용을 토대로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동기를 부여할 대책도 마련했다. 영업직군에게는 ‘세일즈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 매달 우수사원을 선정해 총 1억원 상당의 세일즈 어워드를 수여하는 한편 더 많은 결정권을 현장 임원들에게 위임하여 영업 효과를 배가시키고 있다.
하지만 하나로텔레콤에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다름 아닌 종합미디어 기업으로의 진출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월에 셀렌TV(현 하나로미디어)를 인수해 컨버전스 본부를 신설하는 등 7월에 상용화할 TV포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통신과 방송 융합이라는 화두를 ‘TPS(Triple Play Service)’ 전략으로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이에 오는 7월 TV포털을 성공리에 런칭하고 가입자 25만명, 예상 매출액 50억원의 성과를 거둘 계획입니다.”
주력 서비스로 내세울 TV포털과 관련해서는 SBS, EBS, 영국 BBC와의 계약을 비롯해 이미 14,000여 편의 VOD 콘텐츠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현재 책정된 요금은 1만 2,000원. 당사 하나포스 고객들에게는 번들 상품으로 3~40%까지 할인된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므로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설명한다.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시범서비스를 통해 TV 포털에 대한 수요도 검증했습니다. 1,300만 세대 이상의 IP 커버리지와 콘텐츠 수급현황, 요금체계 등을 고려해 볼 때 충분히 승산 있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어 박 대표는 IPTV가 본격화되는 2008년에는 2,000억 수준의 매출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는 별도로 다양한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광랜 등 100Mbps급 서비스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설비투자에 3,300억원을 집행하여 서비스 지역을 현 52%에서 70%까지 확대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 또한 1997년 초창기부터 시작한 시내전화 서비스는 상반기에 이미 10곳의 신규 통화권 확대 완료한 상태이고, 하반기에 2곳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의 멘토인 이순신 장군입니다. 저 역시 한 기업을 이끌며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내일 벌어질 전투에 충분히 대비를 하고 있는가, 우리의 사기는 적에게 위협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강한지 그리고 우리의 무기는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문제를 두고 끊임없이 고민할 것입니다.”
하나로텔레콤이 가진 핵심자산을 바탕으로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데 매진하겠다고 말하는 박병무 대표. 그가 추진하고 있는 TPS 사업에서 또 다시 현재의 초고속 인터넷 신화를 만들어냈던 ‘우린 할 수 있다’란 용기와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