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레노버를 말할 때 흔히 중국레노버의 한국지사가 아니냐고 말을 한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말이 아니다. 한국레노버는 중국의 레노버(렌샹 聯想)가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하면서 탄생한 `레노버그룹`에서 한국에 설립한 유한회사로, 흔히 말하는 것처럼 중국 레노버의 한국지사는 아니다. 작년 5월 한국레노버 설립 이후 지난 1년 동안 한국레노버의 성과와 향후 사업 전략에 관하여 한국레노버 이재용 대표이사를 통해 알아보았다.
“한국레노버는 그동안 ‘LG IBM` 브랜드를 출시해 오던 IBM PC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출범 후 3개월간은 LG IBM을 분리시킨 뒤 거의 남아있지 않은 유통망과 영업조직 등을 정비하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현재 한국레노버의 인지도가 꾸준히 증가 추이를 보이는 만큼 ‘절반의 성공‘은 거두었다고 봅니다.”
1년도 채 안 된 한국레노버의 성과를 분석한 이재용 대표는 이어 ‘치고 빠지는’ 가격 하락을 통한 물량 공세를 지양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소비자와 공급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연속성’을 추구한 것이 짧은 기간에 정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레노버는 초기 중국산 제품보다는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IBM 씽크패드와 씽크센터의 유통에 집중하면서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저가가 아닌, IBM의 브랜드 가치를 그대로 반영하여 시장 확장에 주력한 결과였다.
이 여세를 몰아 한국레노버는 노트북 시장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듀얼코어 노트북을 공략, 라인업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그 대표적인 제품이 지난 3월에 출시한 씽크패드 ‘X60’과 ‘T60’이다. 이 두 제품은 인텔 나파 플랫폼을 채택해 기존보다 우수하고 안정적인 성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응급 복구 솔루션과 통합지문인식기를 갖추는 등 시스템 유지 및 보안에서도 상당히 개선됐다.
이 대표는 레노버 3000 제품군에 대한 공략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씽크 브랜드 제품이 기업 고객에게 최적화된 사양을 제공하고 TCO 절감에 효과적인 노트북이었다면, 레노버 3000은 유지보수가 손쉬운 컴퓨팅 환경을 통해 일반 소비자와 저예산 소규모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라인업. 무엇보다도 레노버 3000은 씽크패드 기반의 기술 요소와 레노버의 업계 표준 기술을 세련된 실버 컬러의 외관으로 결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2006년도 영업 전략은 ‘듀얼브랜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해 기업 고객이 중심이 되는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명품으로 인식되어 있는 씽크 브랜드에 주력하고, 개인사용자 및 SMB 시장에서는 가격과 기능적 경쟁력을 갖춘 레노버 브랜드에 역점을 둔다는 계획입니다. 또한 이를 통해 전체 시장에서 제품 포지션을 늘리겠다는 게 한국레노버의 전략입니다.”
이어 이 대표는 세부 전략으로 레노버 3000 제품군에 서브 노트북을 추가하여 사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한층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1년간 구축한 리셀러 네트워크에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적용시켜 리셀러와 고객 중심으로 영업 역량을 집중화시키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초기 활발하게 추진하던 PC 리스 사업에서도 시장 입지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IBM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 중소기업을 겨냥한 리스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특히 이번에 기획한 리스 프로그램에서는 3년간 무상 A/S가 지원되어 기업의 유지보수 비용을 경감시키는 만큼 시장을 뚫는 데에는 자신 있다고.
일련의 전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이 대표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레노버 브랜드의 홍보대사로 축구 황제 호나우디뉴를 임명한 것을 비롯해 N100 고객 체험단을 모집해 운영하기 시작한 것도 사용자에게 ‘친숙함’이란 제품 컨셉을 어필하겠다는 마케팅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해 레노버가 올린 매출은 800억원. 설립 초기에는 내부 정비에 주력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영업 활동을 한 기간은 반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의 성과는 괄목할 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하는 이재용 대표.
“한국레노버의 궁극적인 목표는 ‘혁신적이고 고품질을 유지하면서 믿을 수 있는 제품과 함께 탁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비전 아래 이에 부합하는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하여 3~4년 뒤 국내 시장점유율 15%, 업계 3위의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것입니다.”
회사 설립시 최고경영자는 숫자에 철저히 하여 불필요한 신뢰를 줄이고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고 말해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이재용 대표. 그는 한국레노버를 숫자로 표현한다면 ‘9’라고 말한다. 동양에서 끝없이 넓은 하늘을 표현할 때 쓰는 ‘구만리장천’처럼 숫자 9에는 ‘무한’의 의미가 있기 때문으로, 한국레노버의 끊임없는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