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특정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 발효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내달 1일 발효되는 RoHS는 친환경 산업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인 동시에 세계 전자산업계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성큼 다가온 RoHS 발효를 앞두고 국내 전자 및 부품 업계의 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RoHS 관련 지원기관,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전문 업체 등을 소개한다.
◇대기업은 ‘이상 무’=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과 협력 업체들은 RoHS 준비를 대부분 마무리한 상태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이미 지난해 8월부터 RoHS 규제에 적합한 부품만을 사용해왔다. 이를 위해 최고경영자가 직접 참석하는 ‘환경안전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대표 김쌍수)도 비슷한 시기부터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만을 생산하고 있다. RoHS보다 더 엄격한 관리 기준을 제정, 운영 중이며 원재료·부품 구매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유해물질 관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유입을 금지하고 있다.
삼성SDI(대표 김순택)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내부 시스템 및 프로세스 구축 작업을 마치고 지난해 전제품에 대한 RoHS 금지 물질의 사용을 중단했다. 삼성전기(대표 강호문)는 올해 브롬 대신 친환경 물질인 인을 난연재로 사용한 PCB를 개발했다.
협력사들 역시 대기업의 지원 속에 준비를 일단락지었다. 삼성전자의 국내외 3300여개 협력업체는 RoHS 6대 유해물질 미사용을 골자로 하는 친환경성을 평가받고 에코파트너 인증을 받았다. LG전자는 300여명의 인원이 협력업체 친환경부품공급시스템 진단 및 개선을 위한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사각 지대는 있다=규모가 크고 수출을 위주로 하는 기업은 RoHS 대응이 비교적 순조롭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기술과 자금, 정보의 부족으로 대응이 여의치 않다. 2차, 3차 협력 업체들이나 임가공 업체들은 대비를 하고 싶어도 할 여건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원자재가 인상과 단가 하락 압력 등에 시달리면서 원가 인상 요인이 되는 친환경 투자를 하기 힘든 상황이다.
전자 제품의 핵심 부품이며 대표적 수출 산업인 PCB의 사례를 보면 이는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한국전자회로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143개 PCB 관련사 중 RoHS 준비가 미진한 업체 비율이 52%에 이르렀다. 조사 대상 기업 중 20%는 아예 RoHS 자체를 잘 모르고 있어 충격을 더했다. PCB 약품 및 설비 업체들은 RoHS 준비가 특히 미진했다.
◇기회이자 위기=RoHS 발효는 부품소재 업체들에게 기회이자 위기다. 기존 제품과는 다른 소재와 기술을 사용한 제품이 쓰이게 되면서 오랫동안 부품소재 시장을 장악해 온 해외 업체들을 공략할 수 있는 틈이 생긴 것은 기회. 국내 업체들이 완전한 후발 주자였던 기존 시장과는 달리 친환경 제품 시장에서는 출발선이 거의 같아졌다. 아직 뚜렷한 표준 소재나 공정 기술이 없기 때문에 노력 여하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있다.
반면 당장 비용 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가격이 비싸면서 물성이 떨어지는 친환경 부품소재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에서 납 대신 다른 물질을 사용하면 전반적인 작업 온도가 올라가 전체 소재와 공정의 내열성을 높여야하는 부담이 따른다. 대체 물질 개발이 어려운 것도 문제. 백라이트유닛(BLU)의 수은이 금지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PDP의 납도 유예 여부를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이기학 제품환경팀장은 “환경 규제는 무역 장벽으로도 작용한다”며 “RoHS 대응이나 무연화뿐 아니라 대기전력 감소, 제품 크기 축소, 유통 합리화 등 다각적인 환경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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