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NEWS 10주년 특집기사] IT 리더를 만나다 (22)해냄항공 황창하 대표이사

“89년도 여행자율화 조치가 취해진 이래 여행 패턴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젊은이들의 배낭여행과 장년층들의 투어여행이 급증한 것인데, 처음 여행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저희로서는 경쟁력이 없는 분야였죠. 이에 부가가치가 높고 전문성을 요구하는 박람회와 기업 상품 전문화를 집중 공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더 넓은 여행 시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박람회 출품 및 참관 전문’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틈새시장을 파고든 해냄항공 황창하 사장. 그러나 그는 경쟁자가 많지 않다고 해서 틈새시장을 뚫기가 수월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회고한다. 레퍼런스가 없다는 사실이 매번 고객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고객을 상담 자리에 앉히기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아무리 전문성을 내세워도 일반 여행사를 통하겠다고 고집하는 이들이 꽤 많았죠. 또 공들여 진행하다가도 계약 전에 등 돌리는 고객들이 왕왕 있었습니다.”

그러나 황 사장은 초기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틈새시장의 전문성을 더 쪼개 ‘IT’ 영역에 매진하기로 결정했다. 발품 팔아 IT 관련업체 담당자를 일일이 찾아다녔고, 단 한 명의 고객도 성심성의껏 상담하며 레퍼런스 구축에 주력했다. 동시에 그들이 요청하는 내용을 귀담아 듣고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했다.

“보통 참관이라고 하면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막강 준비하려면 손가는 일이 여간 많은 게 아니에요. 견적을 뽑은 뒤 여권 챙기는 것부터 시작해 비행기 티켓과 숙박 예약이며 교통시설과 일정 점검 등 알아봐야 할 항목들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하지만 고객이 느끼지 못하는 세세한 부분까지도 체크하며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했습니다.”

이런 정성이 통했는지 황 사장을 찾는 고객은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동시에 고객이 요청하는 박람회라면 아무리 소소해도 지원하기 위해 노력했고,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에도 고삐를 당겼다. 내친 김에 차별화도 꾀했다. 해외여행에서 항상 따라다니는 팁을 없애 일명 ‘NO TIP’ 제도를 감행한 것.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해냄항공은 현재 전자신문인터넷을 비롯해 미국대사관 상무부, 도이치메세한국대표부, 대만무역진흥공사 등 주요기관과 업체의 지정여행사로 선정되었고, 인터넷에서는 박람회 전문 여행사로서 랭킹 1위를 점하게 됐다. ‘IT 박람회’ 하면 해냄항공을 떠올리는 사람들 또한 꽤 많아졌다.

“설립한지 7년밖에 안되었지만 인지도가 높아진 데에는 여러 업체와의 제휴가 유효했다고 봅니다. 특히 상무부와 무역대표부, 전시 주관사들과의 제휴는 타 여행사와는 차별화된 참관일정을 기획해 매년 3,000명 이상의 참관객을 모집하는데 원동력이 되었지요.”

이어 황 사장은 지금보다 적극적인 투자로 좀더 차별화된 기업 상품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100여 개의 박람회 중 대표적인 것은 전체 참관객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하노버 CeBIT과 라스베이거스 CES. 그러나 라스베이거스 컴덱스가 그러했듯 언제 경쟁력을 잃고 외면당할 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새로운 박람회 발굴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해냄항공을 알리는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동종 업계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히는데 전념하겠다고 말하는 황창하 사장. 그는 "모집하는 참관객들 모두가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되어 귀국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박람회와 알찬 프로그램을 기획하겠습니다."란 말로 해냄항공의 변치 않을 경영 철학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