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전사자원관리(ERP) 업계가 구조조정을 일단락하면서 더존다스·영림원소프트랩·삼성SDS의 3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의 중소기업 ERP 지원사업 중단과 SAP 등 외국계 업체들의 중소기업(SMB) 시장 공략으로 한때 수천개에 달했던 토종 ERP 업체는 100여개로 줄어들었으며, 올해에는 20여개 업체만이 실질적인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중 더존다스·영림원소프트랩·삼성SDS가 외산과 경쟁하며 연 매출 70억∼150억원을 기록,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뒤를 이어 비디에스인포컴·인쿠르트·한국하이네트·소프트파워 등이 30억∼6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중위권 그룹을 유지하고 있다.
이 밖에 상당수 업체는 ERP 사업을 포기하거나 이들 업체의 하도급사로 전락했다.
급격한 ERP 시장 재편 속에서 살아남은 업체들의 공통점은 외산과 정면경쟁을 벌였다는 것. SAP코리아를 필두로 한국오라클·텍투라코리아 등 외국계 ERP 업체들이 토종업체들의 텃밭이나 다름없었던 SMB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토종업체를 찾는 고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선두권 업체들은 외국계 업체들의 텃밭 공략에 대응해 신제품 개발과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하위권 업체들은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자멸했다.
토종 최대 ERP 업체인 더존다스의 김영옥 이사는 “외국계 기업들이 중소기업 ERP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며 “외국계 제품에 대응하는 제품을 보유하지 못한 업체들은 시장에서 도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존다스는 기업별 규모에 따른 ERP 제품 개발로, 최근 3년간 연매출 150억원 안팎을 기록하며 국산 ERP 중 부동의 1위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영림원소프트랩과 삼성SDS의 성장 비결도 신제품 개발이다.
김종호 영림원소프트랩 전무는 “매년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외국계 업체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는 ERP 업체들은 제품력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외국계 업체들을 당해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올해 매출 1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했다.
업종별 특화도 살아남는 비법이다. 비디에스인포컴은 제조업에 특화된 솔루션으로 이 시장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외국계 기업의 파고를 넘었다. 비디에스인포컴은 지난해 제조 분야에서만 20여개에 이르는 고객을 신규로 확보, 확실한 생존카드를 손에 쥐었다.
하지만 외국계 업체들의 시장 공략 강화와 ERP 시장의 경쟁 과열로 토종 ERP 업체들이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만이 토종 ERP 업체가 살아남는 길이라고 지적한다.
선두권 업체 중 더존다스만이 중국과 일본에 진출해 패키지를 팔고 있을 뿐 나머지 업체는 아직 해외 준거사이트를 마련하지 못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관계자는 “1000억원 규모의 국내 ERP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토종업체는 손에 꼽을 것”이라며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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