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파워 ON](6)대한민국 로봇 방향 찾기④로봇도 `빨리빨리`

[로봇파워 ON](6)대한민국 로봇 방향 찾기④로봇도 `빨리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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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퍼드 사전에도 등재가 됐을 만큼 우리 국민의 습성으로 널리 알려진 ‘빨리빨리’. 한때 세계인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지만 이제 한국의 ‘빨리빨리’ 정신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최첨단 IT시대에 오히려 산업발전의 원동력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제프리 존스 전 주한 미 상공회의소 회장은 저서 ‘나는 한국이 두렵다’에서 이렇게 적었다. “한국사회는 무척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 한국사람들은 단지 그 변화의 속도를 느끼지 못할 뿐이다 … 나는 세계 어디에서도 한국처럼 변화에 대한 부담(또는 두려움)이 적은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휴대폰·컴퓨터·자동차 등 다른 나라에서라면 5∼10년 족히 쓸 물건도 한국에서는 1∼2년만 되면 골동품이 된다. 한국사람들은 그만큼 변화에 익숙하며 변화를 좋아하며, 또 즐기기까지 한다.”

 불과 30여년 전 지구상에서 가장 못사는 땅덩이였던 이 나라가 오늘날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빨리빨리 습성에 기인하는 한국인의 부지런함과 과감한 투자 덕분이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휴대전화 보급률 세계 1위. 속전속결이다. 그뿐인가. 1999년 256메가 D램 세계 최초 개발에 이어 2004년 16기가 낸드플래시 반도체까지 7년 이상 반도체 개발 경쟁에서 일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 우리나라다. 이 민족이 연거푸 외쳐대는 ‘빨리빨리’는 IT분야뿐 아니라 다른 비즈니스까지 영향을 미치며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렇다면 로봇에서도 ‘빨리빨리’ 근성이 발휘될 수 있을까. 올해 정부 주도의 로봇 시범사업 4건이 차례로 시작된다. 우선 오는 9월부터 정보통신부는 예산 35억원을 들여 ‘URC로봇(일명 국민로봇)’ 시범사업을 전개한다. 로봇을 공항이나 기차역·박물관 등 공공기관과 가정에 보급해 서비스 로봇 수요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산업자원부는 연내 재난극복 로봇을 개발해 소방방재청과 전국 지자체에 보급하기로 했다. 전국 10여개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학습보조·로봇제작 실습 등 교육용 로봇 시범사업도 추진된다. 로봇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뛰어든 지 불과 3년 만이다.

 ◇해외 로봇 연구소도 ‘빨리빨리’에 동참=정통부는 한국전산원을 통해 이달 하드웨어 개발을 마무리짓고 3개월간 서비스 지역에 맞는 콘텐츠 개발과정을 거쳐 오는 9월 실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인천국제공항·김포공항·서울역·국립중앙박물관·화진포 해양박물관·광주광역시청·경상북도청·인천정보산업진흥원·광주비엔날레·마산밸리·부산/서광주/부산연제 우체국 등 공공기관 13곳과 KT·삼성전자·한울로보틱스·메이힐·버츄얼빌더스·유진로봇·로보테크·다진로봇·모스트아이텍·코리아컴퓨터 등 10개 로봇개발업체가 사업 참가 신청을 했다. 9월께 박물관에서 전시물을 소개하는 관람가이드 로봇이나 공항에서 통역을 도와주는 로봇, 우체국 도우미 로봇 등이 선보일 전망이다.

 정부가 시범사업을 실시해 전국 단위로 로봇을 보급하고 대규모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이 때문에 세계 최고 ‘로봇팔’ 기술을 보유한 독일 DLR연구소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손잡고 우리나라에 로봇 현지 연구실을 설치하기로 했다. 기술을 전수해주는 대가로 우리나라를 ‘테스트베드’로 이용하겠다는 심산이다. 분명 로봇시범 사업은 로봇이 산업으로서의 잠재력을 조기에 평가받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시범사업뿐 아니라 지능형 로봇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종합지원체계도 구축된다. 정부는 로봇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로봇용 SW나 임베디드 시스템 기반 구축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기업들이 로봇에 통용되는 플랫폼 기술을 공유하게 함으로써 초기 투자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지 않고 기술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산자부는 또 올해부터 로봇 분야를 부품·소재기술개발사업 대상산업으로 선정하고 로봇에 들어가는 각종 센서와 인공눈·구동기·감속기·인공근육용 신소재·고효율전지 등의 개발을 지원키로 했다.

 유정열 산자부 로봇산업팀장은 “로봇이 하나의 산업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위치인식·배터리·소재와 같은 기술적인 과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며 “로봇산업의 활성화와 로봇부품의 단가인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발빠른 육성책에 대응해 기업도 하나 둘 가세하고 있다. 중소업체 위주였던 영세한 서비스 로봇 시장에 삼성전자·현대 등도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대기업의 참여는 로봇시장의 성장 움직임에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지능형로봇 차세대성장동력사업단에 따르면 올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총 13건의 시제품 로봇 및 관련 부품이 개발될 예정이다. 제조업용 로봇으로 △소형부품 핸들링 로봇(모델명 HA020) △아크 용접용로봇(HA006) △스테레오 카메라 기반 시각 지능 모듈 △역각기반 직접 교시 로봇 시스템(NT30) 4종이, 개인서비스용 로봇으로는 △물청소 기능까지 갖춘 청소용 로봇(로보킹: V-R4000) △모듈형 퍼스널 로봇 플랫폼 △모듈형 경량화 팔 3종이 나온다. URC사업의 일환으로 국민로봇 플랫폼 5종과 국민로봇용 임베디드 하드웨어 모듈 등 6종도 출시된다.표참조

 ◇시장 선점과 함께 완성도 높여야=첨단기술산업은 촌각을 다투는 경쟁에 휩싸여 있다. 로봇산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늘 일본의 A기업이 시속 500m로 달리는 로봇을 선보였다면 내일은 독일의 B기업이 시속 550m로 달리는 로봇을 출시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독일·미국·일본 등 로봇 선진국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시범사업 등의 시장 육성책이 로봇산업에 ‘약’이 아니라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업체들의 기술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랴부랴 시장을 키웠다가 우리 상품이 소비자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을 때 기껏 창출된 수요가 거품처럼 사그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 기술의 총화라고 불리는 로봇은 정밀함이 생명이다. 자칫 시장만 만들고 외산로봇들에 자리를 내주는 꼴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빨리빨리’와 함께 기술 완성도에 주력해야 할 때다.

◆업체탐방(9)마이크로로봇

마이크로로봇(대표 김경근 http://www.microrobot.co.kr)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마이크로 로봇 시장에 일찌감치 발을 들인 숨은 실력자다. 초창기에는 로봇시스템과 인공지능 연구와 교육용 로봇에 전념하다가 최근 청소로봇인 ‘유봇’을 내놓고 일반 소비자에 노크하고 있다.

유봇은 물걸레 일체형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차별성 없는 국내외 제품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모든 주택에서 사용 가능한 ‘유봇’과 전용 바닥재에 새겨진 투명잉크 바코드를 따라 장애물을 피해가며 청소하는 ‘유봇 네비’ 두 가지가 있다. ‘유봇 네비’는 바닥재 회사인 한화종합화학과 독점공급 계약을 맺어 한화의 바닥재를 사용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용된다. 위치인식 청소로봇으로 다른 청소로봇이 위치인식을 위해 값비싼 카메라나 센서를 부착하는 것과 달리 저비용으로 청소의 효과는 배가시키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해 12월 시장에 처음 내놓은 이래 올해 1분기에만 2000대가 팔려 나갔으며 올 한해 약 1만8000대가 팔리는 등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이크로로봇은 재건축시장과 리모델링·신규 아파트 분양을 겨냥한 활발한 마케팅을 토대로 하반기에는 ‘유봇 네비’를 집중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또 감성형 애완로봇과 장애인용 보조로봇, 재난용 로봇 등 미래 지향적이고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목표는 국민로봇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비전.

교육용 로봇중 자석 브레드보드인 ‘미스터보드’는 현재 모든 전자·전기 실험용으로 사용돼 오던 저가형 브레드보드를 대폭 개선해 다양한 실험을 간단하게 응용할 수 있도록한 실험 세트 제품으로 올 하반기 출시예정이다.

이 밖에 KT·삼성전자 등 대기업과 국민로봇 사업을 진행중이며,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년 동안 97억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세계 지능형 로봇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연구개발 인력 충원과 신규공장 설립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경근 사장은 “마이크로로봇 기술력을 인정한 외국의 투자제의도 받는 등 성장해가는 산업중심에 우리 회사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향후 세계적인 지능형 로봇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