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은 근로자에게는 퇴직금을 적립하는 것이고 기업에는 자금운용에 해당하지만 두 가지 모두 자산운용과 투자라는 본질에서는 동일하다.
그렇다면 퇴직연금에 가입한 경우 이 자금은 어떻게 투자될까. 퇴직연금제도 아래 적립금 운용은 퇴직연금과 기존 퇴직금제도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인 동시에 근로자와 기업 양측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적립금 운용=퇴직연금의 적립금 운용방식은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 상품 등 크게 두가지다. 원리금보장형은 다시 확정금리형과 금리연동형으로 나뉜다. 은행의 예적금 등이 대표적이다. 실적배당형은 펀드를 생각하면 쉽다.
퇴직연금 가입 후 자산을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넣는다면 투자 리스크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낮은 이율 때문에 기존 퇴직금에서 퇴직연금제도로 이전할 이유가 없어지고 기업 입장에서도 역시 낮은 이율로 인해 퇴직급여(지출)를 충당하기 위한 비용 증가를 피할 수 없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퇴직연금제도의 혜택을 보려면 결국 합리적인 투자를 통해 적정한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원리금보장형 투자는 66%를 차지하고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투자는 19.5% 수준이다.
실적배당형 상품 비율은 은행·보험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낮고 증권업계는 높은 편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각 금융기관에서 다뤄온 자산의 유형과 주력 상품군이 다르기 때문이다.
◇선택의 중요성=퇴직금 자산운용에 대한 선택은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제도에서는 기업,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제도에서는 근로자의 몫이다. 기업 입장에서 이제까지의 퇴직금은 추계액을 고려해 적정한 충당금을 쌓고 안전한 보관을 위해 사외적립하는 개념이었다. 퇴직금에 해당하는 기업 내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주목적이었기에 퇴직연금제도 도입에 따라 갑자기 그 목적을 ‘보관’에서 ‘투자’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근로자 입장에서도 노후생활의 보루라 할 수 있는 퇴직연금을 단순히 수익성만 고려해서 투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저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시대에 진입한 지 오래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연금 기금운용 향후 5년간 중장기 자산배분안’을 보면 국민연금 투자대상 중 국내채권 비중이 현 81.1%에서 73.6%로 줄어드는 대신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가 7%에서 10.7%로 늘어나고 해외주식 및 채권 투자비중도 2.1%에서 11.7%로 높아질 예정이다.
이는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낮은 투자대상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투자수단에 적극적으로 분산투자한다는 것이다.
이 투자안에 따르면 1년 기대수익률은 기존 5.7%에서 6.2%로 높아진다. 수익률 표준편차는 6.8%에서 7.2%로 커지지만 손실확률(기대수익률이 0 이하일 확률)은 1.76%에서 1.49%로 오히려 낮아진다.
적극적인 투자로 수익률의 변동성(표준편차)은 커졌지만 분산투자로 손실확률을 낮추는 합리적인 자산운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4월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국민연금기금 운용과 관련, 주식과 대체투자 분야는 민간 기관투자가에 위탁·운영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결론적으로 국민연금의 중장기 자산운용방향은 △보다 적극적인 투자 △전문가를 통한 위탁운용이라는 2가지 주제로 압축된다. 퇴직연금의 자산운용을 책임져야할 기업과 근로자도 이 같은 변화가 던져주는 메시지를 간파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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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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