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라는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모든 것이 가능했습니다.”
권오언 윈포넷 사장(44)의 경영원칙 1조는 ‘신뢰’다. 윈포넷은 올해 고환율의 높은 장벽에서도 보안장비인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를 지난해보다 더 많이 수출했다. 지난해에 비해 수출액이 30% 늘었고 이 회사의 신규 주력사업인 스탠드얼론형 DVR 수출은 10배 이상 성장했다. LG전자에서 나와 벤처를 창업한 지 벌써 5년여. 성장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은 신뢰라는 탄탄한 지지대를 만든 덕분이라는 게 권 사장의 생각이다.
“해외 딜러(판매대행)를 만날 때 제일 먼저 제시하는 것이 바로 신뢰입니다. 딜러는 꾸준히 매출을 늘려줄 수 있다고, 제조사는 연구개발(R&D)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고 서로 약속하지만 믿음이 없으면 삐걱거릴 수밖에 없지요.”
신뢰는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을 가졌다. 가장 먼저 가격에 대한 신뢰를 쌓았다. 한번 거래 가격을 정하면 환경이 변하더라도 1년은 변동이 없도록 했다. 다른 회사가 더 싼 가격을 제시해도 눈을 돌리지 말자는 약속이었다. 딜러나 납품업체나 마찬가지였다. 둘째는 기술 로드맵이나 비전을 공유하고 트렌드에 따라 함께 움직인다는 약속이었다. 덕분에 신제품 출시-계약-상품기획-개발 및 생산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안착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습니다. 딜러가 필요할 때 제조사가 그때그때 대응해야지 제조사 일정에 맞추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을 보인 회사도 많았지요. 반대로 소규모 딜러와 계약을 검토할 때 대형 회사가 끼어들어 더 좋은 조건과 물량을 제시한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단기 이익을 위해 이들을 선택하지는 않았습니다.”
신뢰를 하나둘 쌓으며 4∼5년이 지나니 안정적인 매출처가 많이 늘어났다. 중소벤처기업으로는 보기 드물게 연간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는 일관된 경영체계도 갖췄다. 성과는 수출액 증가 수치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드러나지 않는 수치도 좋아졌다. 수출 시 여신거래를 1개월분까지만 허용해 매출의 질도 건강하게 유지했다.
“사업 초기에는 당연히 상대를 의심하게 됩니다. ‘더 좋은 상대를 만나면 마음을 바꾸지 않을까, 제품의 성능을 제대로 믿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죠. 하지만 1∼2년 지나면 서로를 알게 됩니다. 신뢰를 만들고 유지하는 방법,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사진=윤성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