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노라 하는 슈퍼컴·무정지 서버업체 `날개 없는 추락`

 슈퍼컴퓨터·무정지 서버 등을 주로 취급하는 전문 서버업체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슈퍼컴퓨터업체 한국실리콘그래픽스·크레이코리아 등은 지사를 철수하거나 축소 운영하고 있다. 무정지 서버 업체 스투라투스코리아는 수요 위축으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슈퍼컴퓨터 선두 주자 한국실리콘그래픽스(SGI)는 지난해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재기를 모색했지만 끝내 지사를 철수했다. 본사가 가중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매출 비중이 작은 한국 지사를 구조조정한 것. SGI 측은 이하이스·어울림시스템즈 등 국내 협력사를 총판업체로 선정하고 영업을 계속한다고 밝혔으나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상청·국방과학연구소 등 상징적인 ‘슈퍼컴 딜’을 성사시키며 국내에 화려하게 데뷔했던 크레이코리아도 점유율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크레이는 가격은 비싸지만 고성능 특수 프로세서를 쓰는 벡터방식 분야의 강자인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주요 슈퍼컴퓨터 딜에서 범용 프로세서를 쓰는 클러스터링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 지사 역시 확보한 고객사의 서비스 지원 위주로 소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무정지 서버 시장을 개척해 온 스트라투스코리아도 작년보다 실적이 30% 가량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사장도 교체됐다. 국내 서버 시장은 유달리 유닉스가 강한데 스트라투스 주력 제품이 VOS라는 독자 운영체계를 기본으로 한 것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스트라투스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시스템 단가 하락으로 고민하지만 무정지 서버는 물량 공세를 펼칠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전문업체 노하우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전문 서버가 고전하는 데는 제온·옵테론·아이테니엄 프로세서를 탑재한 범용 서버 시대가 열리면서 가격 경쟁이 격화, 제품 차별화가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서버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으로 승부를 겨뤘던 슈퍼컴 업체가 HP·IBM 등 물량 공세가 가능한 업체와 가격 경쟁을 벌이다 수익성에서 타격을 맞았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