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해 지지 않는 게임 제국
게임산업이 국가 미래를 떠받칠 수출산업의 대들보로 커가고 있다. 드라마, 영화로 시작된 ‘한류 열풍’이 한국산 게임으로 옮겨 붙어 그 불길이 중국·일본·동남아를 넘어 북미·유럽·대양주까지 휩쓸고 있다. ‘콘텐츠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21세기 초입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게임산업의 종주국으로 커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세계 1등 게임산업을 만드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세계경영 전진기지를 가다’와 ‘산업 토양을 바꾸자’ 등으로 2부에 걸쳐 우리 게임산업의 현주소와 나아갈 바를 집중 점검한다.
국경이 무너진 지 오래인 세계 게임시장. 한국 게임산업의 간판 장르인 온라인게임은 이제 한국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더 이상 서울 어느 게임업체의 개발실에만, 또는 지방 소도시의 PC방에만 갇혀있지 않다.
언어가 다르다 뿐이지 일본 도쿄의 신주쿠 망가방에서, 중국 베이징 중관촌 PC방에서, 그리고 미국 실리콘밸리의 개발스튜디오에서 함께 만들어지고, 향유되고 있다.
지난 2004년 3억8000만 달러였던 게임 수출액은 2005년 5억7000만 달러 규모를 넘어섰고, 올해말에는 6억5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 40%대의 수출 성장세는 여전히 디지털콘텐츠 전 분야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수출 주력인 반도체·자동차업종의 수출 성장세에 비교해도 몇 갑절은 높은 성장률이다.
2005 문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지난 2000∼2004년 우리나라의 GDP 증가율은 연평균 5.4%에 그쳤지만 게임을 중심으로 한 문화콘텐츠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9.7%로 2배에 달했을 정도다.
지난 96년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게임인 ‘바람의 나라’가 상용화된지 꼭 10년을 맞는 동안 한국 온라인게임산업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업계 추산에 의하면, 현재 한국에서 생산된 100여개 온라인게임이 전 세계 60여개국에 진출해 누적회원 5억명 이상을 대상으로 상용서비스 또는 시범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세계 디지털 분야의 으뜸가는 상품으로 손색이 없는 규모다. 온라인게임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동시접속자수 또한 전세계 1억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임의 시간에 무작위로 추출할 경우, 한국산 온라인게임에 접속해 게임을 즐기고 있는 세계인이 최대 1억명에 이르고 있다는 계산이다. 한국은 해가 지지 않는 온라인 게임 제국이다.
이 처럼 ‘게임 한류’가 지구촌을 휘어잡으면서 한국 게임업체들의 세계 경영도 가속화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NHN, 넥슨, 네오위즈, CJ인터넷 등 메이저업체를 중심으로 2000년 초반부터 시작된 해외 진출이 벌써 본격적인 성장기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아시아를 축으로 북미의 개발스튜디오, 유럽 법인까지 아우르는 최대 해외사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넥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아시아시장 맹주에서 나아가 북미·유럽까지 아우르는 세계 최대 온라인게임 프랜차이즈 구축을 노리고 있다.
네오위즈도 국내 시장의 압축성장을 발판으로 이미 기반을 닦아놓은 일본시장과 미국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태세다. NHN은 이미 일본에서 게임포털 시장 1위를 차지하며, 현지법인이 2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고 있다.
일본이 전체 인터넷 접속자중 브로드밴드가입자 비중이 55%선을 넘어서고 연 60%씩 고도성장하고 있는 북미 온라인게임시장 성장률을 감안하면, 향후 2∼3년간 한국 업체가 일본·북미지역에서 거둬들일 성과는 지난 4∼5년 동안 쏟았던 비용와 노력의 수백배에 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전세계 게임시장의 주도권은 여전히 비디오·아케이드게임 부문이 쥐고 있다. 그래서 한국이 최대 강점을 가진 온라인게임 분야가 전세계 시장의 30%를 점유해 시장 1위를 달리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한국 게임산업 전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 선에 그치고 있을 정도로 온라인게임의 전세계 비중은 미미하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의 세계시장 비중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세계 브로드밴드 이용 인구와 함께 온라인게임은 무궁무진한 성장동력을 뒤에 깔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한국 게임산업이 맞은 기회의 핵심이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한국 온라인게임의 3대 공략국가인 미국, 중국, 일본의 브로드밴드 회선수 총합(영국 포인트토픽 집계)은 1억 회선에 이르렀다. 각 국가별로 편차는 있지만 월 평균 10% 이상의 증가율을 감안할 경우, 현재 이 수치는 2억 회선을 거뜬히 돌파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세계 3대 게임강국 진입을 노리고 있는 2010년쯤이면, 세계 게임시장 판도에서 온라인게임이 가진 비중과 역할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있을 것이다. 그때즘 되면 한국은 세계 게임시장의 중심국가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