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이러나. 작년부터 업계와 유저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MMORPG 빅3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넥슨의 야심작 ‘제라’는 오픈베타 초반부터 유저들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김학규 사단의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제라’의 경우 3년이 넘는 오랜 개발기간과 약 100억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 부었고 흥행몰이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쳤으나 한번 돌아선 유저들은 돌아올 생각을 않고 있다. 완전히 무너진 아이템 밸런스가 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 초반 인기 무색한 ‘GE’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부진은 의외다. 클베에서 프리오픈, 오베까지를 단숨에 끝내는등 화려하게 등장, 유저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한때 온라인게임 순위 상위 10위권에 드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조금씩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후 유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게임트릭스 집계 PC방 점유율에서 현재 17∼ 18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당초 예정했던 3개월 내 상용화 서비스 계획도 지연되고 있다.
최근 정식 오베를 시작한 ‘썬’도 불안정하다. 오베 일정을 느닷없이 2번이나 연기한 탓에 유저들의 불신이 이미 높아져 있다. 여기에다 지난 클베의 결과마저 나빴다.
가장 차별화로 내세웠던 배틀존 시스템을 80%가 넘는 클베 테스터들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프리오픈 기간 동안 캐릭터의 밸런스와 스킬 등 여러 부분에서 버그 등이 발견돼 더욱 곤란한 상태다.
물론 패치를 통해 상당 부분을 해소했지만 시작도 하기전에 이미지를 많이 구겼다. ‘썬’의 홍인균 PL(Product Lead)은 “유저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알고 있고 그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오베를 열었다”며 “필드 맵을 만드는 등 다양한 컨텐츠를 마련해 ‘썬’의 약점으로 지적된 부분을 대폭 보완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부터 여러가지 시스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기 때문에 무리수를 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덧붙였다.
# 대책 마련에 고민 또 고민
넥슨과 IMC게임즈, 한빛소프트도 대책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넥슨측은 ‘제라’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개발자들의 주도하에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아이템 밸런스 문제와 레벨 노가다의 전형적인 답습이라는 평가를 씻고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다는게 목표다. 한 개발자는 “개발 기간이 너무 길었다. 어느 시점에서 딱 끊고 오픈해야 하는데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원래의 모습보다 많이 틀어진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공식 자리를 마련해 새로운 모습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빛소프트의 이윤미 이사는 “현재의 부진 상황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조만간 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해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모두 밝히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MCC 시스템 등 신규 유저들에게 다소 어렵거나 자동 사냥에 가까운 시스템 등에 메스가 가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퍼블리셔 관계자는 “굳이 불법 오토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자동 사냥이 거의 가능하다.
콘텐츠가 부족했던 것은 아니지만 소비 속도가 워낙 빨라 이를 감당하지 못했던 것도 부진의 원인”이라면서 “커뮤니티 부재와 일정시간이 지나면 마땅히 할 일이 없는 시스템은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처음부터 너무 갖춰져 있는 캐릭터가 목적 의식을 상실케 해 꾸준히 하고 싶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 결단 내릴 시기 왔다
이들 대작 MMORPG의 어지러운 행보에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재도약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오픈까지 실시된 작품을 수정하는 작업은 대단히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 개발사 대표는 “오픈까지 이뤄진 작품의 시스템은 어느 하나라도 쉽게 바꾸거나 수정할 수 없다. 특히 MMORPG처럼 빅 스케일의 복잡한 게임은 더욱 그렇다”며 “시스템의 변경은 건물의 뼈대를 빼는 것처럼 자칫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만약 반드시 필요하다면 차라리 모든 것을 기획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더 낫다”고 덧붙였다.
한 퍼블리셔 관계자도 “많은 개발사들이 정액제를 부분 유료화로 전환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가 일단 오픈까지 하고 나면 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일반인들이 보기엔 간단해 보이는 이런 부분조차 엄청난 작업이 필요한 데 하물며 핵심 시스템을 건드리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전문가는 “엄청난 희생을 치르며 흥행성을 높인다고 해서 ‘리니지’나 ‘와우’를 능가하기엔 이미 늦었다”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은 대박을 노리지 말고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처음 목표했던 기획의 완성도를 꾸준히 높이는 일 ”이라고 말했다.
결국 수정, 변경보다는 현 상황에 너무 연연해 하지 말고 기획 의도를 유지해 관심있는 유저라도 붙잡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분석이다. 그리고 그것은 ‘로한’이 성공한 비결과 동일하다. 난항을 보이고 있는 이들 대작 MMORPG의 행보에 업계와 유저들은 과연 어떤 길을 택할지 관심을 집중되고 있는 시점이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