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5시]`빅3`의 부진이 남긴 것

‘그라나도에스파다’ ‘제라’ 등 올 온라인게임 시장 기대작 ‘빅3’가 최근 동반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한 때 블리자드의 ‘WOW’는 물론 ‘리니지’ 8년 아성을 넘을 것으로 평가받던 이들 빅3는 오픈 초기만해도 ‘대박이 무난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대박 얘기가 자취를 감춘 지 이미 오래다.

물론 논란의 여지는 있다. 빅3가 아직 베타 테스트 중인 데다 해외에서 비교적 좋은 반응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선 흥행에 참패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대박을 터트린 ‘길드워’의 예에서 보듯, 게임의 성공 여부를 국내 시장만 놓고 평가할 수도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번 등을 돌린 유저들을 다시 불러모으기 어려운 것이 이 시장의 속성이란 점에서 이들의 재기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이들 빅3의 재기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동반 부진의 후유증으로 게임 시장에 적지않은 부정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게임시장 포화론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빅3마저 발을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MMORPG 시장이 포화기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시장 한계론이 득세할 수록, 자연히 자본이 등을 돌리게 마련이다. 과거 초특급 블록버스터 영화가 잇따라 흥행에 참해하자 한국 영화 시장이 잔뜩 얼어붙은 경우와 마찬가지다. 자본의 흐름은 냉정하다. 시장이 포화기에 접어든 곳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곳으로 자본의 물꼬를 돌리기가 그만큼 어렵다.

게임 개발의 다양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도 몹시 걱정되는 대목이다. 나름대로 새로운 변화, 새로운 시도를 했던 빅3의 부진으로 많은 개발사들이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얘기가 최근 심심찮게 들린다. 한 중소 개발사 사장은 “개발자들이 그래도 되는 것은 ‘리니지류’ 밖에 없다는 소리를 자주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마치 “‘리니지’를 따라하면 기본은 한다”는 구태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빅3의 부진은 우리에게 값진 교훈 하나는 남겼다. 아무리 스타 개발자를 내세워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한 블록버스터라도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스타 개발자를 잡기 위한 경쟁으로 또다른 버블을 낳고 있는 게임업계에 경종을 울려준 셈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무명의 개발자라도 기획과 개발만 잘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얼마든지 빅히트를 칠 기회가 아직까지는 ‘유효’하다는 방증은 아닐까?

<이중배기자@전자신문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