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월드컵 시작하면 특히 오는13일 우리나라와 토고 예선경기부터 ‘수탉 홰치는 모습’ 볼 일이 많겠다. 서울에서 수탉 홰치는 것을 보는 게 어디 그리 쉬울까마는 새벽 거리 곳곳에서 승리나 패배의 느낌을 곱씹는 ‘붉은 악마’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
예부터 ‘초저녁에 닭이 울면 재수가 없다’거나 ‘수탉이 울어 날 안 새는 일 없다’고 했다. 어떤 이는 ‘닭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던가.
우리는 이처럼 수탉 홰치는 것과 새벽을 자연스레 서로 묶는다. 그런데 닭은 왜 새벽에 홰를 칠까. 정말 새벽에만 홰를 치는 걸까.
아니, 잘못된 사실이다. 우선 홰치는 것과 ‘꼬끼오’라는 수탉 울음소리부터 명확하게 서로 나누어야겠다. 홰를 치는 것은 우는 게 아니다. 홰는 닭이 앉을 수 있도록 닭장 안에 가로질러 놓은 나무막대다. 따라서 ‘수탉이 홰를 치며 울었다’고 해야 맞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수탉이 홰를 그야말로 두드리는 것도 아니다.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자기 몸통을 치는 것을 두고 ‘홰친다’고 한다. 다분히 인간 편의적인 발상이다.
몇 가지 주장과 분석이 엇갈리지만 수탉이 홰를 치는 좀더 과학적인 이유는 이렇다. 새벽녘이면 빛·온도 등이 빠르게 변한다. 그 변화에 닭 호르몬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아침 기지개를 켜듯 홰를 친다. 닭 성(性)주기가 하루여서 새벽 빛이 수탉 시신경을 자극하면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홰를 친다는 주장도 있는데, 역시 호르몬 변화의 결과일 것이다.
수탉은 그렇게 더도 덜도 없는 느낌으로 수천년 동안 홰를 쳤다. 주변 환경변화가 심한 새벽녘에 더 많이 홰를 쳤을 뿐이다. 때론 초저녁 온도변화가 심해 홰치고 목청껏 울었는데 ‘재수없다’는 인간의 오해를 사곤 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는 학생들에게 “닭이 홰치는 것을 아느냐?”고 묻고는 ‘과학도로서 자연을 이해하고 경외하는 자세’를 주문하곤 했다. 그 어느 때보다 ‘거짓 홰를 치는 과학자’를 가려낼 장치가 절실한 시절이다.
7일 서울 논현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리는 공청회에서 선보일 ‘연구윤리·진실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 최종안에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경제과학부·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