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밤, 중국 베이징 창안대로(長安大路). 중국의 심장부인 이 곳에 자리잡은 LG 베이징 트윈타워가 초록·보라 등 형형색색의 LED 불빛을 하늘 높이 쏘아대며 위용을 뽐냈다.
지상 30층, 지하 4층 규모의 ‘쌍둥이 빌딩’은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립스틱 빌딩’으로 불린다. 멀리서 보면 마치 거대한 립스틱 2개가 서 있는 듯한 모습이 벌써 창안대로의 ‘랜드 마크’로 통하기 때문이다. 우남균 LG중국지역총괄 사장은 “중국에 진출한 외국 500여개 기업 가운데 LG가 유일하게 창안대로에 자기 건물을 갖게 됐다”고 소개했다.
LG는 올 가을 구본무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 트윈타워 정식 오픈식을 갖는다. 제2의 ‘차이나 드림’이 본궤도에 오른다.
◇제2의 본사, 베이징 트윈타워=베이징 트윈타워는 지난해 11월 준공돼 현재 입주가 한창이다. LG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지하철역(영안리)과 연결공사가 끝나는 올 11월 정식 오픈식을 열 계획이다. 총 연면적 4만5498평에 달하는 이 빌딩에는 현재 LG전자·LG화학 등 LG 6개 계열사가 입주해 중국본사로서 모습을 갖추고 있다. 현재 나이키·스위스연방은행·보스턴컨설팅 등 해외 유수기업이 입주했으며, 건물 아래 상가에는 로렉스 등 명품매장과 초대형 식당들이 자리잡아 단번에 베이징의 명소로 떠오른 상태다.
박윤식 베이징트윈타워 부사장은 “베이징 트윈타워는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만들자는 LG의 전략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물”이라며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중국 관료들이 LG는 이제 셋방살이 기업이 아니라고 말한다”고 소개했다.
나상진 LG화학 중국법인장은 “26일부터 열리는 중국CA협회에 LG 화학이 외국기업으론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2010년까지 3배 성장 드라이브=LG는 중국본사 준공을 계기로 2010년까지 중국 내 선두권 기업 대열에 합류하는 ‘차이나 드림’을 구상중이다. 우남균 사장이 올해 초 중국지역총괄사장으로 투입되면서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우 사장은 글로벌 강자의 각축장인 중국 공략비법으로 ‘선택과 집중’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 첫 번째가 지난 4월 중순 출시된 ‘초콜릿폰’이다.
LG는 지금까지 휴대폰·가전 등 품목별로 어지럽게 진행돼 오던 광고전략을 접고, 오로지 초콜릿폰 광고에만 집중하고 있다. 김태희·비 등 한류스타도 전면에 내세웠다.
이를 반영하듯 4000위안대(한화 50만원)를 호가하는 ‘초콜릿폰’은 LG가 세운 목표치보다 2배나 많이 팔렸다. 다음 타자로 ‘타임머신TV’, 편광판 등 세계 최강의 LG 디스플레이 제품을 투입할 계획이다. 우 사장은 “2010년까지 지금 매출보다 3배로 늘려 글로벌 강자가 모두 모인 중국에서 메이저 플레이어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중국)=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인터뷰-우남균 중국지역총괄 사장
-중국시장 환경이 많이 변했나.
▲중국 정부는 이제 ‘백묘흑묘론’이 아니라 ‘녹묘론’으로 전환중이다. 성장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중국 경제에 정말 도움되고, 친환경적이고, 분배 공정성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11차 5개년 계획의 기조가 수출·성장 위주에서 수출과 내수, 전체 사회의 조화로운 발전으로 크게 바뀐 것도 마찬가지다. 이제 중국에서는 ‘라이벌’이라기보다는 ‘협력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LG는 어떤 묘안을 갖고 있나.
▲LG도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그동안 제품 판매에 집중해 왔던 사업방향을 연구개발, 구매, 마케팅 등 사업 모델 전반으로 바꾸고 있다. 제품 등 하드웨어 경쟁력이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기업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같은 솔루션이 매우 중요했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브라운관 TV설계 엔지니어를 한국에서 1∼2년간 교육해 전 세계 각지로 파견하는 ‘인력 녹다운 수출방식’까지 고려중이다.
-선택과 집중 카드를 꺼낸 배경은.
▲사자가 물에 빠지면 붕어밥이 되고, 상어가 뭍에 올라오면 쥐한테 물어 뜯긴다. 글로벌 맹수가 많은 중국에서는 경쟁력(강점)이 있는 곳에서 싸워야 한다. 그래야 안 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