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난 속 인력난’은 노동집약형 산업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SW) 분야를 대변하는 문구가 돼 버렸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파고들면 결국은 SW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에 대한 합당한 처우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노력에 상응한 대우가 없으니 SW분야를 기피하고, 이 때문에 좋은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진다는 설명이다. SW산업특성을 반영한 제대로 된 경력관리 체계가 없는 것 역시 SW산업의 약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다.
◇SW분야는 3D업종=표면적으로 SW 개발자에 대한 임금의 잣대로 이용되는 것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지난 97년부터 발표해 온 SW사업의 ‘기술자의 등급 및 자격기준’이다. 하지만 이 기준은 기존 엔지니어링 사업을 근간으로 작성돼 SW 분야에 적용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 그나마 이 기준이 적용되는 사례로 많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실제 SW관련 종사자들이 받는 임금을 기준으로 분석하면 SW분야는 타 직종에 비해 하위에 랭크된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원장 고현진)이 지난해 말 국내 SW업체 30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5년 SW 인력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급·중급·고급 SW 개발자의 평균 연봉은 각각 2714만원·3537만원·4890만원으로 나타났다. 대형 IT 서비스 업체가 포진한 원도급형과 하도급형 기업의 평균 임금 차이는 고급이 2470만원에 이르고 하도급 기업의 평균 임금은 원도급형 기업의 55% 수준에 불과했다.
리크루팅 전문업체 잡코리아가 2004년 말 연봉 자료를 분석, 47개 직군으로 분류한 결과 SW개발자들의 연봉은 대부분 타업종에 비해 낮았다. 3년차 기준으로 웹마스터의 평균 연봉은 2018만원, 서버 네트워크관리자 2057만원, 웹 프로그래머 2077만원, 게임 프로그래머 2160만원, 응용 프로그래머 2253만원으로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47개 직종 가운데 연봉 순으로 모두 35위권 밖이다.
◇인력 관리체계 없어=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더불어 체계적인 인력관리 툴이 없다는 점도 SW산업의 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든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주요 SW·IT 서비스 업체 6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SW 기술 인력 제도 확립 방안 관련 조사보고서’에서 SW 기술 인력의 체계적인 관리 유무에 대해 28%는 인력을 아예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의 50%는 합리적인 등급 및 직무 기준이 없다.
송훈상 한국SW산업협회 정책기획실장은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등장하고 급변하는 시장과 대조적으로 SW기술자는 어떤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체계적 구분조차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하반기부터 과학기술부가 엔지니어링사업 대가기준 내 ‘학력이나 경력자의 기술사 인정제도’를 폐지할 예정인 가운데 그나마 지금까지 엔지니어링사업대기기준을 준용해 기술자경력을 구분해오던 SW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공신력 있는 체계마련 시급=정부는 올해 적용될 SW 사업대가 기준을 지난해에 비해 10.5% 높였다. 이는 당초 업계가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수치로 타 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임이 저평가됐다는 SW산업의 분위기를 일정부분 전환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공신력 있는 인력관리체계 없이는 실질적인 처우개선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업체 관계자는 “발주처에서 사람 수를 세는 방식에서 벗어나 SW 개발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할 수 있도록 기준이 될 만한 공신력 있는 인력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통부는 경험이 풍부한 SW 개발자에 대한 체계적인 SW 신기술 재교육을 위해 올해 SW전문대학원 과정을 개설하고, 현행 8단계인 SW 기술자 분류체계를 세분화해 분석·설계 등의 아키텍트급 고급 인력에 대한 임금 단가를 적정화할 방침이다.
또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과 공동으로 이번 조사를 토대로 SW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구체적 내용을 담은 ‘SW 인력 양성 기본계획’을 마련중이다.
◆정부의 SW 인력양성 정책
정부는 최근 들어 IT 인력 양성 사업에 포함돼 있는 SW인력 양성 정책의 특성 및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IT인력 양성이 더욱 큰 과제이지만 그 가운데 SW 인력만의 고유한 특성을 살려야 하는 이유 때문이다. 앞으로의 산업 파급효과를 고려, SW산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이 때 SW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SW인력 양성책은 현재 후진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을 지원하는 대학교육을 중심으로 많은 비중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정부는 최근 이러한 교육 지원 이외에도 많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SW인력 정책개발 사업계획이 대표적인 사례다. SW인력관련 영향 및 이슈를 발굴하기 위해서 마련된 이번 사업계획안에는 여러 연구과제가 포함돼 있다. 첫번째 연구과제는 SW인력 고용현황 조사 및 비교다. SW산업 종사자 고용규모 및 기업규모별, 수준별 SW인력 규모를 도출하고 주요국의 자료와 비교하는 연구개발 과제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정확하게 어느 정도의 인력이 포진돼 있는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히 파악해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할 수 있는 효과를 내자는 것. 부족하다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SW인력에 대한 임금현황 분석도 중요한 연구 과제다. SW인력에 대한 합리적인 임금지급 방안 제시를 위한 직종별/수준별 인력의 임금현황 자료를 수집분석하는 것. 임금이 다른 산업에 비해 적어 젊은 인력이 배출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과제다.
비슷한 과제로 SW인력 증감 요인분석 연구과제가 있다. 총산출 변화 지표 및 자료를 근거로 고용자 증감의 요인 (국내 수요증감, 수출증감, 최종재 수입, 중간재 수입, 기술변화 등)을 분석하는 것이다.
SW기술 인력 경력관리 제도도 마련한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SW기술환경에 적합한 SW 기술자의 경력인정제도 및 경력사항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방안이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SW기술자 자격인정제도 개선을 위한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구축된 SW개발인력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발주 프로젝트에 대한 기술성 평가에 반영해 우대조치하는 등 다양한 경력자에 대한 지원을 고려중이다.
정부는 이러한 사업이 1∼2년 안에 쉽게 추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올 하반기부터 각종 협회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과제를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 대안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인터뷰-이장헌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
“SW개발 인력을 장기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개인 부담이 아닌 제도적 차원에서 재교육하고 경력 등을 인정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장헌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은 “현재 국내 SW 인력 처우는 전반적으로 최악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면서 “급여, 근무환경 등에 대한 처우개선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SW인력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환경 때문에 대학에서부터 SW 전공자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이는 업계의 SW 인력난으로 확산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SW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재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체계적인 인력 관리에 따라 배출된 인력들이 사회에서 일하고, 이들이 재교육을 적정하게 받고, 또 적정한 보상까지 이뤄지면 SW인력난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SW기술자에 대한 개별적인 능력이 있고 얼마만한 능력이 있는지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이어 현재 SW업계에 대한 노임단가가 하한선이 돼야 하는데 상한선이 되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른바 저가입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는 것. 소프트웨어 개발 가격 산정을 보통 인력 투입수로 따지는데, 저가 입찰이 이뤄지면 결국 투입 인력의 임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 부회장은 해외에서는 나이가 든 개발자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드물다는 점에 대해 업계나 국가 입장에서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를 보면 업계에서 15∼20년 된 고급 개발자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찾아보기 힘든게 현실이다.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다면 왜 이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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