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과 올해 초 지능형 로봇사업에 진출한 상장기업들이 1승 1패의 성적표를 올렸다. 시장의 성장기대감은 증명했지만 사업성과로 잇는 데까지는 아직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하반기 주요 로봇기업의 상장과 신제품 출시가 이어지면서 로봇산업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성장기대감 증명= 로봇 옷으로 갈아입은 주요 상장기업인 유진로봇(옛 지나월드)·해외무역(마이크로로봇이 인수)·디유하이텍(옛 선우엔터테인먼트)·세종로봇(옛 애즈웍스) 등 8개 기업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기업이 로봇사업 진출을 전후로 주가가 30∼150% 올랐다가 모조리 원상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작년 말 이후 무리하게 유상증자를 해 물량을 늘린 회사가 많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시장의 평가는 나쁘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영곤 한화증권 연구원은 “성장기대감이 작용해 상승했다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사업전체의 성장성은 있지만 실적을 내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딜레마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성과는 ‘아직’= 성장성은 증명했지만 뒤를 받쳐줄 실적이 부족해 시장 하락 시 낙폭도 컸다. 특히 로봇만으로 1분기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유진로봇·마이크로로봇과 달리 디유하이텍·세종로봇·사라콤·시스윌 등은 로봇 관련 매출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평가가 어렵다. 와우로봇·모스트아이텍·다진로봇을 각각 인수한 위고글로벌·케이컴스·야호커뮤니케이션도 인수한 회사의 매출규모가 크지 않아 추후 제품과 사업개발로 성장성을 확인받아야 한다. 신규진입 회사는 경비·바이오·가정용 로봇 등의 신규분야를 개척할 계획이지만 이 분야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로봇사업만으로 회사매출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연우 한양증권 연구원은 “로봇 관련 회사라 해도 세부적인 사업분야는 모두 다르다”며 “청소로봇에 이어 군사용이나 교육용 등 분야별 수요가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주목해 기업을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옥석 가리기 필요= 로봇사업 진출을 선언한 한 상장기업은 로봇을 개발한 대학 측과의 기술소유권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회사는 로봇 관련 사업을 발표했지만 정작 이를 개발한 대학은 “해당 회사의 개발자금으로 만든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어서 이 문제는 법정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로봇 사업 진출 붐이 일어나면서 이 같은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로봇회사 CEO는 “여러 회사가 로봇사업에 신규 진출했다고는 하지만 회사의 연구진을 보면 개발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로봇업계 전문가들은 상장기업은 물론이고 장외업체들까지 수십억∼수백억원의 투자를 받으면서 개발여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올 하반기 많은 신제품이 시장을 노크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하반기 이후 다사테크와 로보테크 등 제조용 로봇 분야에서 300억∼400억원 대의 매출을 올린 회사들의 서비스로봇 분야 진출과 상장 시도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봤다. 강석희 다사테크 사장은 “하반기는 여러 분야에서 실적을 내는 전문업체가 얼굴을 내미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로봇업체에 대한 실제적인 검증이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로봇사업 상장회사 주가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