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움직여 승부를 가르는 로봇(R)스포츠가 관심을 끌고 있다.
R스포츠는 로봇에 대한 대중과 마니아의 관심을 끌어올리고 그 자체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로봇산업을 이끌 좋은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마침 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 등이 R스포츠 육성에 주목하면서 로봇의 움직임에 웃고 우는 R스포츠 대중화가 앞당겨 지고 있다. 이중에서도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이용한 R스포츠가 주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로보스포츠 저변 넓어져=지난 5월 5일 인천과 부천에선 휴머노이드 로봇대회가 동시에 개최됐다. 인천에서는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로봇대전이 300여팀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인천 남구와 인천정보산업진흥원 주도로 열리는 이 대회는 바퀴와 각종 공격기구를 장착하고 상대를 공격하는 배틀로봇 부문과 사람 모양의 로봇으로 움직임과 격투를 벌이는 휴머노이드 부문으로 개최된다. 참가자는 지난해보다 50%가 늘었다.
고상욱 인천 남구 경제지원과장은 “학교와 일반인 등 로봇을 다룰 수 있는 저변이 넓어져 매년 내실을 다지고 있다”며 “기업이 관심을 가지면서 본격적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부천에서 열린 로보원 대회에는 일본에서 원정온 휴머노이드 로봇선수들과 국내 대표들이 대결했다. 로보원은 이종격투기 ‘K-1’을 본떠 일본에서 처음 시작됐고 우리나라에는 2002년 처음 소개됐다. 서울시청과 부천을 오가며 열린 이 경기는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이들 경기는 각각 EBS와 MBC게임에서 방송되며 적지 않은 팬을 확보했다. 유명 선수는 팬클럽까지 생겨났다.
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로봇축구대회에는 학생 등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무려 2000팀이 참가한다. 전국 예선을 거쳐 본선·결선을 진행하고 세계대회까지 치르는 로봇축구는 학교 과학교육과 연계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월드컵이 열리는 올해는 독일에서 세계대회가 열린다. 휴머노이드 대회가 등장한 이후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만들기보다는 과학교육을 육성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앙정부도 육성 나서=로봇이 미래성장산업으로 꼽히면서 산자부와 정통부도 R스포츠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산자부는 10월 18일부터 열리는 로보월드 기간에 국제로봇콘테스트(IRC2006)를 개최하고 지금까지 각각 따로 진행된 로봇대회를 통합한다. △로봇피아드 △로보페스트 △로봇축구 △모듈형 지능로봇 경진 △지능형 SoC 로봇워 △휴머노이드 경진대회 △그랜드 챌린지 등으로 나뉘어 열리는 이 대회는 라인트레이서·로봇축구·로봇조립 등 기초적인 분야부터 상금 1억원을 놓고 최고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가리는 그랜드 챌린지까지 다양한 종목이 다뤄진다. 정통부는 네트워크 기반 휴머노이드의 성능을 겨루는 URC로봇경진대회를 신설해 9월 8일 개최키로 했다. 60㎝ 이하 크기의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미로찾기·2인 달리기 등의 경기를 벌이는 이 대회는 다른 대회가 리모컨으로 조정하는 방식을 취하는 데 반해 로봇 스스로 하는 자립제어나 음성이나 영상인식을 통한 제어 등을 도입한 점이 특징이다.
◇R스포츠가 로봇산업으로 이어져=2003년 설립된 코라(KORA:Korea Robot Associate)는 30여개 대학의 로봇 동아리를 중심으로 2만∼3만명의 저변을 확보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제작기가 중심인 월 세미나에도 100명 안팎이 참여한다. 대학 동아리 활동으로 제작 노하우를 익히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때문에 로봇산업의 인적 인프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로봇 제품의 베타테스트와 개발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코라를 거친 로봇 마니아들은 로봇업체를 만들거나 로봇 관련 회사에 들어가 열정을 이어간다. 로봇동아리를 거쳐 로봇업체에 근무중인 전창훈 코라 회장은 “로봇 마니아가 좀 더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연결, 마니아를 층형성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액추에이터를 국산화한 로보티즈 김병수 사장도 로봇축구 등 R스포츠 초창기 여러 차례 우승을 독차지한 ‘잘나가는’ 선수에서 로봇기업 CEO로 변신한 대표적인 사례다. 와우로봇을 설립한 정일 사장도 코라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전문성을 다진 준비된 CEO. 김영석 서울산업대 교수는 R스포츠의 로봇인재 창출 효과를 살리기 위해 졸업생들에게 휴머노이드 로봇을 졸업작품으로 만들도록 하고 있다. 김병수 사장은 “로봇 마니아들이 로봇 테스트를 도맡는 등 로봇시장 활성화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역할을 계속 확장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볼거리에 그쳐서는 안 돼=단순히 볼거리로 이용하는 점은 경계대상이다. 최근 제작을 다 해놓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팔리면서 직접 로봇을 만들지 않고도 R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길이 많아졌다. 로봇 교육-제작-대회참가-전문성 확보로 이어지는 R스포츠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로봇산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채택한 지자체나 학교 등이 앞다퉈 R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면서 산업 인프라를 키워내는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R스포츠의 장을 연 로봇축구는 R스포츠와 거리두기를 하면서 본래의 과학기술 대중화에 주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라인트레이서·축구로봇 등 기초를 다지는 분야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까지 직접 배우면서 과학·산업 인재를 키워내는 인프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의미다.
길완제 로봇축구협회 사무국장은 “로봇이 서로 싸우는 파괴적인 경기가 아닌 과학기술을 대중화하고 로봇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경진대회로 키워가고 있다”며 “흔히 말하는 R스포츠와는 어느 정도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업체탐방](10)로봇앤드디자인
인원(연구인력) = 30명(25명)
설립 = 1999년
매출 = 2005년 30억원(2006년 상반기 30억원)
제품군 = 반도체산업용 로봇, 부품조립용 로봇, 교육용 로봇, 바이오 로봇, 특수목적 필드 서비스 로봇
회사비전 = 로봇기술 전문 글로벌 기업
로봇앤드디자인(대표 김영철 http://www.rnd.re.kr)은 지난 1999년 서울대 정밀기계공동연구소에서 출발한 로봇 전문 벤처기업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나노·광산업·바이오 분야에 필요한 정밀 로봇 등 200여종 로봇제품을 개발해 산업체·학교·연구소 등에 공급해왔다.
알차게 다져온 연구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7년간 흑자 구조를 꾸려왔다. 지난해엔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미국 사업을 본격화했다. 올해 하반기엔 국내 및 미국의 엔지니어링, 마케팅, 관리인력을 충원하며 외형을 키울 계획이다. 고객의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대량 생산 시스템 조직을 확대하는 공격적인 경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은 미니스카라(miniSCARA), 미니크레인(miniCRANE) 로봇. 3㎏ 이하의 소형 정밀부품을 옮기는 데 쓰이는 이 제품은 정밀도가 생명이다. 이동 시 발생하는 반동을 최소화한 것이 장점이다. 국내 시장 출시에 앞서 일본 시장에서 충분한 검증을 받은 뒤 지난해부터 국내 고객에게서도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또 하반기내 클린 환경 대응 미니시리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로봇앤드디자인은 또 지능형 서비스로봇 개발과 로봇 교육사업에도 발을 들이고 있다. 교육전용 분해조립 로봇인 파워모듈을 개발해 학교에 공급하고 있고, 휴머노이드 암(Arm) 연구로 3세대 경량화 휴머노이드 암을 개발해냈다.
올해엔 국내외 고객 요구와 사양에 따른 로봇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또 대량생산이 가능한 로봇제품군을 늘려 다량생산체제를 완성하고 일본·미국에 이어 중국·동남아·유럽시장을 개척할 방침이다.
김영철 사장은 “효율적인 시장 네트워크를 구성하면 내년에는 로봇 판매로만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고 메이저 로봇기술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로드맵 완성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