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만난 세상]김한식 소프트픽셀 사장

 김한식 소프트픽셀 사장(57) 책상 서랍에는 최신형 PDA가 6개나 있다. PDA 용도는 모두 해부용(?)이다.

김 사장은 PDA에 장착된 디스플레이가 어떤 구조인가, 얼마나 얇은가, 더 좋은 방식은 없을까 등 끊이지 않는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실험으로 새벽 두세 시까지 책상 앞을 떠나지 않는다. 김 사장은 국방과학연구소와 전자부품연구원에서의 30년 넘는 엔지니어 생활을 뒤로 하고 지난 2000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전문업체 소프트픽셀을 창업했다.

지난 4월 김 사장은 세계 최초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양산전용 라인을 구축해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제 한숨 돌리고 여유를 보일 것 같았던 김 사장이지만 엔지니어는 목적의식을 갖고 무수히 많은 고민을 하고 실험해야 한다며 엔지니어의 본분을 잊지 않고 있다.

김 사장은 “실패가 두려워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실패 그 자체보다 더 나쁘다”고 단언한다. 이런 김 사장은 후배 엔지니어의 새로운 실험 도전에는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보낸다.

베테랑 엔지니어인 김 사장은 엔지니어의 고충과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안다. 엔지니어는 기술개발 과정에서 실패할 수 있고 그 결과에 적잖은 부담을 가진다는 점도 충분히 헤아린다.

“엔지어니가 자신의 소신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회사 설립 이후 후배 엔지니어의 실패를 문책한 기억이 단 한번도 없다”고 김 사장은 술회했다.

다만 그 대신 실패함으로써 무엇을 얻었는지를 항상 되묻고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실험을 주문하고 격려한다. 이는 확고한 목적의식이 있는 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한한 신뢰에서 비롯된다.

김 사장은 “실험정신은 곧 발상의 전환으로 연결되고 궁극적으로 창의력으로 발전한다”며 “임직원에게 새로운 실험을 위해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질 수 있는 용기를 잊지 말라”고 주문한다.

창업 당시 얇고 깨지지 않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개념조차 희미했지만 잠재된 기술을 산업화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창업을 단행, 미래형 디스플레이 시장 개척에 나선 김 사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무한한 실험정신으로 굳게 무장한 김 사장의 앞으로 행보가 궁금해진다.

  김원배기자@전자신문, adolf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