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 먹거리인 디지털전자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반도체와 휴대폰, 디스플레이로 대표되는 디지털산업 전략 품목은 국가간 무한경쟁 시대를 맞이해 점차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다. 이대로 수수방관하고 있으면 우리나라는 향후 10년 내에 디지털전자 선진국이라는 위치를 지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답은 융합신산업이다. 부품소재 기술을 근간으로 한 융합신산업은 분야 간 첨단 기술이 합쳐져 하나의 더 높은 가치의 기술로 업그레이드되는 기회의 땅이다. 차세대 블루오션인 융합신산업의 의미와 내용, 우리 정부의 관련 정책, 경쟁국의 동향 등을 10회에 걸쳐 자세히 소개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전자산업이 붉게 물들고 있다. 선진국의 와신상담에 개발도상국의 약진까지 겹치면서 디지털전자산업이 무한 경쟁에 접어들었다. 디지털전자산업 성장의 가장 큰 수혜주였던 우리나라는 주춤거리고 있다. 전체 수출액의 40%에 육박할 정도인 디지털전자산업의 정체는 우리나라 전체 경제에 먹구름을 몰고 온다.
◇레드오션이 돼 가는 디지털전자산업=작년 우리나라 디지털전자산업 수출액은 1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특히 반도체와 휴대폰, 그리고 디스플레이는 세계 최고를 달리며 디지털 코리아의 견인차가 됐다.
하지만 일견 탄탄대로처럼 보이는 우리나라의 디지털전자산업의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다. 이러한 문제점은 우리나라 디지털산업의 지속적 성장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 등 개도국의 추격과 일본의 부활이다. 중국은 이미 2012년이면 우리나라와 대등한 기술 수준을 확보할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일본 역시 부품 소재 분야의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가전을 중심으로 분명한 회복세를 그리고 있다.
여기에 3대 주력 품목에 대한 편중도 심각하다. 2005년 기준으로 반도체와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이른바 3대 품목의 수출은 685억달러로 전체 디지털 전자산업 수출의 67%를 차지한다.
◇거침없는 중국의 추격=중국의 추격은 두려울만하다. 최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중국 산업 및 기술 경쟁력 분석과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부문을 제외하고 이동통신과 2차전지, 가전 등의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산업경쟁력 격차는 1∼2.5년에 불과하다.
전체 휴대폰의 한중 기술격차는 2년 정도지만 우리나라의 텃밭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분야는 그 차이가 1년에 불과하다. 특히 통신장비는 기술력에서만 1년의 차이가 날뿐 산업경쟁력에서 차이가 없고, 오히려 2010년에는 역전의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다.
2차전지는 기술력에서 2.5년 앞섰으나 산업경쟁력에서는 2년 이하로 줄어든다. 디지털가전 역시 기술력은 2년 가량 격차가 벌어졌지만 산업경쟁력에서는 1년 6개월 이내로 좁혀졌다. 다만 LCD와 PDP, OLED 등 디스플레이 분야의 기술경쟁력은 아직 중국보다 3년 정도 앞서 있다고 분석됐다.
산자부 이관섭 산업기술정책팀장은 “업계는 먼저 한·중 간 기술 및 산업경쟁력의 차이가 급속히 줄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와 업계가 중국에 맞서 공조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하루 빨리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역습=일본의 반격 기세도 무섭다. 일본은 한국에 밀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권토중래를 꿈꾸며 업체 간 힘을 합치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공동 투자 및 개발을 가시화하고 있다.
우선 일본 업체들은 대규모 설비투자를 앞당겨 발표하고 있다. 샤프는 LCD 패널 사업에 올해에만 총 2750억엔을 투자하기로 했다. 생산 거점인 가메야마 제1공장의 생산능력을 월 6만장으로 확대했다. 마쓰시타도 세계 최대 PDP TV 공장 설립에 1800억엔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히타치제작소와 도시바, 르네사스테크놀로지 3사가 삼성전자에 공동 전선을 만들었다. 이 회사들은 3000억엔에 달하는 자금을 모아 공동 법인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휴대폰에서는 우리나라가 약한 부품 분야를 집중 공략하고 나섰다. 르네사스테크놀로지지와 NTT도코모, 후지쯔, 미쓰비시전기, 샤프 등이 1500억엔을 공동 투자, 내년 가을까지 3.5세대(G) 휴대폰용 최첨단 대규모 집적회로(LSI)를 개발하기로 했다.
◆레드오션의 대표 산업, 디스플레이
디지털전자산업 중 레드오션의 대표적 분야는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관련 업계의 속내는 그리 편치 않다. 양적인 측면에서는 아직도 세계 1위지만 수익성과 성장가능성 측면에서는 의문의 제기되고 있다. 그 이유는 중국과 대만이라는 중화권의 성장과 일본의 재탈환 의지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규모가 가장 큰 LCD 시장에서는 황사가 거세다. AUO나 CMO 등 대만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했던 과감한 선투자를 벤치마킹, 우리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수량은 아직 뒤지지만 작년 말 기준으로 대만 LCD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우리 기업을 앞질렀다. CMO가 19%라는 의미있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으며 AUO도 17%에 달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12% 수준이었다.
일부에서는 국내 기업이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줄어들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신규라인 투자 감가상각비를 제외한 기업 수익성(EBITDA)을 보더라도 작년 4분기부터 대만 업체가 역전했다.
중국의 LCD 산업 성장도 눈부시다. 아직 패널 산업이야 걸음마 단계지만 LCD TV에서는 이미 시장 진입 단계를 지났다. LG경제연구소 최정덕 연구원은 “작년 중국산 LCD TV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8%에 그쳤지만 2008년에는 15% 정도로 뛰어오를 것”이라며 “중국 TV 업체가 직접 패널을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가장 큰 위협 요소”라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또 다른 축은 PDP에서는 일본의 부활이 눈에 띈다. PDP는 LCD와 달리 우리나라와 일본의 양강 구도다. 세계 PDP 시장은 삼성SDI와 LG전자, 그리고 일본 마쓰시타가 3파전을 벌이고 있는데 2004년까지 국내 기업이 마쓰시타를 10% 정도 앞서갔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들어 5% 이내로 좁혀졌다가 4분기에는 결국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
공동기획:산업자원부, 전자부품연구원,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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