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방융합, 새로운 10년을 준비한다]제5부:컨버전스시대의 주역들(6)

포털들은 유비쿼터스 환경에 맞게 특정 운용체계나 브라우저에 종속되지 않는 유무선 연동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NHN의 ‘네이버 팝업’을 비롯해 다음의 ‘모바일 서비스’ 모습.
포털들은 유비쿼터스 환경에 맞게 특정 운용체계나 브라우저에 종속되지 않는 유무선 연동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NHN의 ‘네이버 팝업’을 비롯해 다음의 ‘모바일 서비스’ 모습.

(6)콘텐츠· 서비스업체

◆미디어기업으로 도약하는 서비스업체

‘콘텐츠와 서비스 경쟁력이 컨버전스 시대의 최대 자산’

네트워크 및 서비스 기술의 발전은 전통적인 시장의 경쟁체제를 하루가 다르게 허물고 있다. 망의 독점성이 강했던 과거에는 통신이나 방송 모두 네트워크를 보유한 사업자가 시장을 주도했다. 원천적인 경쟁력이 네트워크의 보유 여부에 따라 결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컨버전스 기술의 발달로 하나의 망과 플랫폼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동일 서비스가 서로 다른 통신망이나 방송망을 통해 제공될 수는 환경으로 변화되면서 시장의 경쟁 양상도 급변하는 추세다.

망의 독점성이 약화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의 경쟁력은 서비스나 콘텐츠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추세다. KT, SK텔레콤 등 전통적인 네트워크 기업들이 잇따라 콘텐츠 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에 나선 것이 이런 변화를 입증하는 사례다.

이런 측면에서 인터넷 환경에서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 노하우를 쌓아온 포털들이 컨버전스 시대의 새로운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포털들은 검색, 블로그, 뉴스 서비스 등을 통해 통신·방송·신문 등 미디어의 주요 세력으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풍부한 가입자 기반을 바탕으로 유무선 연동 메신저,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사실상 통신과 방송의 영역에도 진출했다.

근간 인터넷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PC나 유선인터넷에 집중했다면 컨버전스 시대의 테마는 ‘애니 타임, 애니 디바이스’ 전략으로 모아진다. 경쟁의 핵심도 네트워크가 아닌 플랫폼과 콘텐츠다.

‘라이브’를 테마로 미디어 기업으로 변신을 도모 중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근 행보는 컨버전스 시대의 전략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MS는 자사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 MSN과 비디오 게임기 X박스의 콘텐츠 확대를 위해 최근 잇따라 기업 인수에 나섰다. 주목되는 것은 것은 그간 유선 중심에서 탈피, 유무선의 경계가 없는 개인화 서비스와 콘텐츠 파워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다.

웹검색에서 출발한 구글이 모바일, 기업용 시장으로 급속 확장하고 있는 것도 컨버전스 시대에 콘텐츠 및 서비스 경쟁력의 힘이 얼마나 큰 지 보여주는 사례다. 구글은 유선 검색 시장의 파워를 앞세워 최근 무선인터넷 분야로 빠르게 영토를 확장 중이다. 이미 글로벌 이동통신 업계 최강인 보다폰이나 T모바일 등과 제휴해 모바일 검색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또 위치 기반 모바일 검색사업을 위한 포석으로 위성 지도인 ‘구글맵스’의 휴대폰 시험 서비스도 개시했다.

NHN, 다음으로 대변되는 국내 포털들도 컨버전스 시대를 대비한 차세대 전략 수립에 분주하다. 해외 시장과 달리 국내 무선 시장의 폐쇄적인 플랫폼 구조, 높은 요금 등으로 아직 뚜렷한 성공모델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차세대 시장에 대한 준비 만큼은 결코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유비쿼터스 환경에 맞게 특정 운용체계나 브라우저에 종속되지 않는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이들의 당면 목표다.

NHN은 국내 이통사들과 제휴해 휴대폰을 이용한 무선인터넷으로 네이버와 한게임의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특히 KTF를 통해 제공 중인 대기화면 푸시 서비스 ‘네이버 팝업’은 비싼 요금제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향후 무선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Always On’을 테마로 내건 다음도 휴대폰, PDA 등 무선인터넷을 활용한 컨버전스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다음이 강점을 가진 사용자제작콘텐츠(UCC)의 확장성을 높여 개인화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모바일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게임, 영화, 음악 등 전통적인 콘텐츠 제작업체들도 컨버전스의 시대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른 후보다. 막강한 콘텐츠 파워를 바탕으로 네트워크 지배력을 높이는 추세다. 네트워크의 융복합화가 가속화되면서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네트워크에 활용하는 원소스멀티유즈 전략의 효용성이 더욱 높아지는 것도 콘텐츠 기업들의 힘을 높여주는 요소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온라인 게임을 히트시킨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 게임업체들은 네트워크와 개인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노하우를 축적, 향후 융복합 콘텐츠 시대를 이끌 후보로 손색이 없다. 최근에는 유무선 간 데이터를 연동시켜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게임 세상까지 열고 있다.

컴투스와 게임빌 등 모바일 콘텐츠 업체들의 성장 가능성도 컨버전스 시대를 맞아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기업의 규모 면에서는 아직 상대적으로 작지만 휴대폰, PDA, 휴대용게임기 등에 대한 폭넓은 노하우를 가진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포털의 컨버전스 전략-유비쿼터스 대비한 ‘Always On’

NHN은 유비쿼터스 시대에 맞춰 다양한 접속환경을 지원하고, 특정 OS나 브라우저에 종속되지 않는 검색이나 게임 서비스 개발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고속 무선 데이터서비스가 가능한 3세대 이동통신(WCDMA/HSDPA) 서비스가 출시되고 와이브로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모바일 시장의 확대에 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무선 서비스가 일반화되고 지원 가능한 단말도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NHN은 단순한 유무선연동 서비스 개발에서 벗어나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용자 위치를 활용해 특화된 정보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기존 웹과 달리 모바일에서는 사용자들이 검색 메뉴까지 자신의 입맛에 맞게 변경할 수 있는 개인화 인터페이스 등에 주목하는 추세다. 또 이동통신사들과 함께 유무선 서비스를 연동시킬 수 있는 표준 개발에도 적극 나서 컨버전스 서비스를 주도해간다는 전략이다.

다음은 ‘Always On Daum!’이라는 테마 아래 하반기부터 컨버전스에 최적화된 서비스 프레임워크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PSP, PMP 등 멀티미디어 성격이 강한 단말에는 동영상 등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연계할 방침이며 정보성이 강한 PDA와 스마트폰 등에는 검색, 뉴스, 메일, 카페 등의 서비스부터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메일과 까페, 뉴스, 블로그, 아고라와 같은 서비스와 TV팟까지 콘텐츠와 서비스를 세분화하고 재분류해 뉴미디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또 모바일의 최적화된 검색 방식과 UI를 개발하고 다음이 강점을 가진 사용자제작 콘텐츠, 생활밀착형 유무선연동 서비스를 통해 보다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해나가기로 했다.

◆서비스 업계 과제-네트워크 중립성·무선 플랫폼 접근 해법 찾아야

콘텐츠 및 서비스업체들이 진정한 컨버전스 시대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네크워크 중립성을 둘러싼 통신업계과의 마찰을 어떻게 극복할 지가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이미 미주와 유럽에서는 네트워크 구축에 따른 거액의 투자비를 분담하는 문제로 통신업체와 인터넷업계의 논쟁이 한창이다. 주요 통신사업자들은 유명 인터넷 업체에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비용을 별도로 물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아예 통신법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하는 실정. 구글·야후·이베이·스카이프 등이 온라인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통신업체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축한 인프라 때문이라는 논리다. 국내서도 올 IP 시대에 맞춰 통신사 및 ISP 간의 상호접속 체계를 정비하고 비용을 별도로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유선과 달리 복잡한 단말과 플랫폼 가진 무선인터넷에 대한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과제다. 유선 시장은 표준화된 인터넷과 공개된 소프트웨어 구조를 가져 서비스 업체의 접근이 용이했지만 모바일 시장은 단말의 종류가 복잡하고 사용자 DB, 과금, 결제, 콘텐츠 구동 등의 플랫폼 구조가 사업자 마다 달라 신규 서비스 개발 때 마다 많은 투자가 불가피하다. 이마저도 이통사들의 폐쇄적 정책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 특히 야후, 구글 등의 포털 등이 글로벌 이동통신사 및 휴대폰 제조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반면 국내 포털들은 아직도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앞으로 3세대망으로 진화하면서 네트워크의 개방성이 증대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지만 이 또한 확실한 보장이 없는 상태다. 이통사들은 사용자 DB, 과금, 결제로 이어지는 플랫폼이 자사의 핵심 경쟁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 안착까지 지연전략을 펼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망개방에 정책적 이슈 뿐만 아니라 무선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과제다. 휴대폰 기획 및 설계 단계에서부터 참여하는 이통사들의 모바일 소프트웨어 주도권이 날로 증가하면서 포털들의 진입장벽도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