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PC, 싸거나 아예 비싸야 팔린다.’
국내 PC시장에서 40%까지 비중이 높아진 노트북PC가 저가와 고가 시장으로 급속히 양분되고 있다. 고사양·다기능 위주의 ‘프리미엄’ 제품 쪽으로 수요가 쏠리거나 아예 기본 기능만 지원하는 ‘보급형’ 제품만 인기를 끄는 상황다. 삼성전자·소니·애플 등 그동안 프리미엄 가격 전략을 유지하며 명품 노트북PC를 지향했던 업체들까지 올해 대거 보급형 라인업을 확충하는 쪽으로 마케팅 방향을 틀면서 노트북PC 수요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보급형 라인업 확산=애플컴퓨터코리아는 15일 제품 발표회를 열고 100만원대 초반 13인치 노트북PC ‘맥북’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애플은 그동안 주로 마니아를 대상으로 200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 라인업만 유지해 왔다. 119만원짜리 노트북PC를 애플이 내놓기는 처음이다.
김민석 애플코리아 부장은 “서브 노트북PC로 가격·품질 모두 만족해 국내에서도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뿐 아니라 델·삼보컴퓨터와 달리 명품·고가 전략을 취했던 다른 브랜도도 이미 저가 대열에 동참한 상황이다.
‘바이오’ 노트북PC로 잘 알려진 소니도 지난해 말 ‘FJ 시리즈’ 가운데 일부를 109만원대에 아시아 지역 처음으로 국내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소니 제품은 국내 또는 경쟁업체 제품에 비해 적게는 10%에서 높게는 30∼40% 비싼 것으로 인식돼 왔다.
이 밖에 삼성전자도 올 초 110만원대 보급형 라인업 ‘R시리즈’를 새로 선보였으며, 후지쯔와 도시바도 기존 제품 가격을 낮추거나 셀러론 모델을 추가하는 형태로 저가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수요 양극화 뚜렷=시장에서 가격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에버라텍 5500·6100’ 모델을 연이어 선보이며 국내에서 저가 노트북PC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삼보컴퓨터는 이들 제품의 판매량이 크게 치솟으면서 노트북PC 강자로 부상했다. 이 제품은 지금도 월 5000대 정도 팔리고 있다. 삼보는 이달 초 게임 마니아를 겨냥해 170만원대 ‘에버라텍 6600’ 모델을 선보여 프리미엄 시장에도 진출했다.
삼보 측은 “6600은 프리미엄이지만 3분기께 월 1000대 판매를 낙관할 정도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보급형 ‘R45·60’을 출시하면서 올 상반기 규모면에서 확실한 1위를 다지는 데 크게 효과를 보았다. 삼성은 보급형 제품 다음으로 230만원대 고가 서브 노트북PC ‘Q30’도 월 3000대씩 파는 상황이다.
LG전자도 판매되는 제품이 이분화되는 추세. 셀러론 모델인 119만원대 ‘LE20 시리즈’는 월 4500대 정도 꾸준히 팔리며 ‘베스트셀러’로 등극했고, 올 초 출시해 레드닷 2006 디자인 상을 수상한 260만원대 DMB 서브 노트북PC ‘TX 시리즈’도 매월 꾸준히 판매량이 증가해 조만간 1000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 밖에 후지쯔의 라이프북 8.9인치 미니노트북PC ‘P1510’도 250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이지만 출시 이후 월 평균 650대를 팔면서 후지쯔의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
박시범 LG전자 상무는 “저가 노트북PC는 여전히 강세지만 고가 시장도 크게 확대되면서 가격·품질 모두 어중간한 제품의 입지가 크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기능이냐, 가격이냐=노트북PC 구매 조건이 결국 ‘기능’ 혹은 ‘가격’으로 나뉘면서 다른 IT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브랜드 마케팅에 따른 효과를 못 보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전체 브랜드 인지도는 삼성이 우위지만 LG도 노트북PC만큼은 해당 사업부에서 놀랄 정도로 판매량이 급신장하고 있다.
초저가 노트북PC를 표방하며 가격에 승부를 걸고 있는 중국 ‘하시’ 브랜드도 전체 판매량이 2000대에 이르면서 모델 수를 10여개로 확대한 상태다. 하이얼 노트북PC도 중국 브랜드라는 핸디캡이 있지만 판매 채널을 넓히며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박준민 기해전기 사장은 “노트북PC 수요는 점차 브랜드에 관계 없이 오직 가격만을 따지는 현실적인 수요층과 게임·디자인 등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층으로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