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W 업체들의 해외 시장 진출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일본·중국·동남아는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 시장으로 판로를 넓히는 중이다. SW도 궁극적으로 국내 시장의 한계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시점이다. 하지만 해외 시장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품질 문제다. 완성된 제품, 개발 프로세스, 개발 인력, 기술 지원 등을 국제적 수준에 맞추지 못한 상황이어서 수출 장벽은 높다는 게 진출 업체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글로벌 기준 없다=지금까지 국내 시장에서 판매돼 온 SW는 이른바 ‘국내 기준’을 적용한 제품이다. 글로벌 수준의 품질 기준을 원한다는 의사를 제시하는 구매자가 없었고 여기에 맞추려는 개발 업체도 없었다. 이 때문에 구매 제품의 상당수는 기존 레퍼런스를 가진 대기업 제품이었다.
한 발주담당 공무원은 “적은 인원으로 모든 제품을 제대로 평가해 구매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여기에 평가를 이유로 시장에서 알 만한 제품을 선호하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글로벌 업체에 밀린 국내 SW 업체는 애국심에 호소해 제품 구매를 요구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정부는 이 같은 발주 공무원의 제품 구매 부담을 줄이고, 중소 SW 업체의 시장을 열어주고자 지난해부터 품질이 검증된 제품에 대해 GS인증을 주고 공공기관에 이를 구매할 것을 권장해 왔다.
◇발주자가 냉정해야 기업이 산다=미국 국방부는 구매 제품 중 25% 정도는 자국 내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한다. 하지만 이것은 무조건적 구매가 아니라 국방부가 제시하는 구매 조건을 충족한 제품이라는 단서가 달린다.
특히 CMMI와 같은 프로세스 평가 기준은 물론이고 개발 참여 인력 등 SW 품질에 대한 검증을 반드시 거친다. 이 같은 미국 국방부 방침은 미국 중소 SW 업체의 품질 수준을 글로벌 기준으로 끌어올렸다.
국내 시장의 구매자도 강화된 품질 기준을 제시해 공급 업체의 품질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
강재화 공공기관 발주자협의회장은 “개발 업체는 국내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맞춰주는 것으로 만족했기 때문에 추가 비용을 들여 글로벌 기준에 맞게 품질 수준을 높일 이유가 없었다”며 “발주자가 냉정한 기준을 제시하면 공급자는 이를 따라가는 게 시장”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수준의 기준을 제시하면 발주자 역시 프로젝트 실패나 사업 변경 등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이게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품질 요구 수준 바뀐다=발주자 중심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정보통신부가 추진중인 SW산업진흥법 개정안에는 ‘SW 사업에 대한 일반 관리감독에 관한 기준’이 포함됐다. 또 공공기관 발주에서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서 마련한 발주 프로세스 표준지침을 준수하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세부 내용을 보면 공공 부문 SW 프로젝트 발주와 관련한 PMO 조직을 만들고 소프트웨어진흥원에 발주혁신센터를 만들어 발주 사업을 지원한다. 또 CMMI와 스파이스 평가 인증을 받은 업체에 대해 입찰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한편 국내 현실에 맞는 프로세스 평가 기준 개발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공공 부문의 SW 품질 평가 모델을 만들고 이런 평가 기준을 준수하는 업체에 공공 부문 사업에서 인센티브를 준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이상은 소프트웨어진흥원 소프트웨어공학센터 소장은 이에 대해 “발주자는 최소한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를 통해 프로젝트에 대한 품질을 어느 수준까지 보장하자는 취지”라며 “지금까지 관련 표준지침을 만들어 권고하고 일부 자금 및 교육 지원 등의 제도를 시행했으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품질 수준 향상의 단초를 발주자로 대변되는 시장에서 찾겠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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