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새로운 통신서비스들이 다채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이동통신 서비스의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WCDMA/HSDPA를 비롯해 3.5세대 이동통신으로 불리는 와이브로에 이르기까지, 올 하반기부터는 국내 통신역사의 한획을 긋는 각종 서비스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기술과 시장의 진화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기존 네트워크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마케팅 기법, 신기술을 접목한 신개념 통신서비스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4월 LG텔레콤이 유선전화를 대체할 수 있는 기분존 서비스를 출시, 그동안 정태적인 시장구조에 머물렀던 유무선 통신시장에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데이콤은 이달 들어 현재 보급돼 있는 와이파이 무선랜 네트워크에서 저렴한 요금에 시내외전화를 제공하는 이른바 무선 VoIP 서비스를 선보였다. 통신사업자들이 각자의 영토로 암묵적인 합의선을 지켜왔던 통신 시장이 서서히 지형변화를 걷고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 올해는 WCDMA/HSDPA 서비스 대중화를 계기로, 사실상 해외 자동로밍 시대를 개막시킬 전망이다. 셀룰러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이미 오래전부터 동일한 주파수 대역인 800㎒를 사용하는 해외 GSM 사업자들과 연계, 자동로밍 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제한적이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전세계 단일통화권’을 표방하는 WCDMA 환경이 본격 열리면서 단말기 하나로 지구촌 곳곳과 통화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신개념 통신서비스의 르네상스 시기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올해 선보이는 통신 서비스 가운데 역시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은 WCDMA/HSDPA다. 이미 이동통신시장 세대 교체의 주역으로 한몸에 기대를 받았던 HSDPA는 이미 SK텔레콤이 지난달 상용서비스에 나선데 이어 다음달 1일부터는 KTF가 스타트를 끊는다. SK텔레콤은 한차원 업그레이드된 3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를 의미하는 ‘3G+’를 브랜드로 내세워 벌써부터 시장선점에 나서고 있다.
HSDPA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14.4Mbps에 이르지만, 일단 올해 상용화에는 단말기 성능의 한계 탓에 1.8Mbps에서 시작해 오는 2008년까지 기술적인 완성단계에 진입한다. 현재 서울·인천·부산·대구·대전·제주 등 25개 주요 도시에서 이용할 수 있고, KTF가 상용화를 개시하는 다음달부터는 전국 50개 주요 시 지역에서 광대역 이동통신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게 된다.
HSDPA와 더불어 와이브로도 올해 통신시장 세대 교체의 주역이다. KT와 SK텔레콤이 지난 3월과 이달부터 각각 시범서비스에 돌입한 가운데 빠르면 이달부터 정식 서비스가 개통될 예정이다. HSDPA가 기존 이동전화를 진화시킨 서비스라면, 와이브로는 첫 출발부터 광대역 무선 데이터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HSDPA와 와이브로가 일부 중첩된 시장을 공유하며 경쟁할 수도 있지만, 초기 시장에서는 서로 다른 수요처를 발굴하며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지평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와이브로는 이동중에도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무려 18.4Mbps에 이른다. 멀티미디어 방송 등 웬만한 대용량 데이터도 충분히 소화하고 남는 성능이다. 일단 KT는 서울 신촌·강남·송파·서초 지역과 경기도 분당선 인근을 대상으로, SK텔레콤은 서울 안암동·제기동·돈암동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범서비스를 진행중이며 서비스 안정화를 거쳐 이달중 소비자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통신기술의 혁명적 진화를 수반하는 HSDPA·와이브로외에도 올 들어서는 기존 통신망과 기술을 그대로 활용한 이색적인 서비스들이 등장해 세간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올해 통신시장에 파란을 일으킨 LG텔레콤의 기분존이 대표적이다. 비록 유무선 통신시장의 암묵적인 신사협정을 깼다는 비판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기분존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에는 충분한 상품이다. 기분존은 휴대폰 이용자가 주로 있는 곳에 접속장치(일명 기분존 알리미) 하나만 달면, 그 공간에서 거는 발신통화에 대해서는 시내전화 요금이 적용되는 파격적인 상품이다. 갈수록 유선대신 이동전화 사용량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시내전화 가입자는 물론이고 시외전화 이용자에게도 적지 않은 요금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난 4월말 출시한 LG텔레콤의 기분존 가입자는 한달여만에 3만여명이 몰려드는 호응을 얻고 있다. LG텔레콤의 파격적인 행보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LG텔레콤이 고안한 또 다른 이색상품은 기존 이동전화에 무전기의 그룹통화 기능까지 구현한 푸시투토크(PTT) 서비스. LG텔레콤이 다음달 서비스 출시를 준비중인 가운데 PTT는 기존 2세대 이동전화 환경에서도 말 그대로 다채로운 서비스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콤이 최근 출시한 무선랜 기반의 와이파이 폰은 기존 구내 유선전화를 대체할 새로운 무선 VoIP 서비스다. 일단 기업용 시장에 선보이는 와이파이 폰은 무선랜 스위치와 IP 교환기(IP PBX)·접속포인트(AP)만 달면 무선 VoIP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 구내 무선전화와 다른 점이라는 IP 망에서 구현되기 때문에 저렴한 요금과 더불어 음성·영상·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가능하다.
데이콤은 현재 구내·시내·시외·국제·이동전화와 함께 전국대표번호·SMS송수신·통화연결음 등 다채로운 부가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기분존이나 PTT, 와이파이 폰 모두 소비자들에게는 지금껏 체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서비스와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타 경쟁 통신사업자들의 시장영역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갈등의 씨앗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하나 올해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색다른 경향은 글로벌 자동로밍 서비스가 마침내 보편화될 수 있는 전기를 맞는다는 점이다. 그 견인차는 하반기부터 본격 보급되는 WCDMA/HSDPA다. WCDMA 환경에서는 국내외 입출국 여행자들이 로밍을 이용하기 위해 단말기를 바꿀 필요가 없다. 특정 방문국가에 WCDMA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면 지금 쓰고 있는 WCDMA 단말기를 들고 나가 켜기만 하면 편리하게 로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해외여행객이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에서, 벌써 미주·유럽·아시아권의 45개국에 WCDMA 서비스가 상용화돼 있는 만큼 전세계 단일통화권 시대는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