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60년 전, 세계 최초의 에니악(ENIAC) 컴퓨터가 펜실베이니아대의 모클리와 에커트에 의해 세상에 태어났다. 그리고 36년이 흐른 지난 1981년, 오늘날 IT산업 혁명의 진원지인 개인용 컴퓨터(PC)가 탄생했다.
PC가 태어날 때 몸무게는 ENIAC 컴퓨터의 2000분의 1에 불과하고 성능은 비교 조차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PC는 태어난 지 1년 만인 1982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사상 최초의 인간 아닌 올해의 인물로 선정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매년 1억4000만대가 팔려나가던 세계 최고의 발명품인 PC도 지금은 자신의 손자뻘인 휴대폰, PDA와 같은 각종 휴대형 기기들에 최고의 자리를 내주어야 할 운명에 처했다.
컴퓨터 탄생 이후 우리 생활의 변화는 인류역사가 지난 수십만년 동안 이루어 놓은 변화량보다도 훨씬 많다. 정보기술의 빠른 발전은 롤스로이스 자동차가 최근의 PC와 같은 속도로 진보해 왔다면 지금 이 차의 1대당 가격은 2.57달러에 불과하고, 1리터의 기름으로 200만㎞를 달리며, 시속 100만 마일까지 속도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유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그러나 정보기술의 급격한 발달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구분을 어렵게 만든다. 어느 순간 현재의 정보기술이 과거가 되고, 먼 미래라고 생각했던 정보기술들이 금방 현실의 문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자칫 법·제도가 정보기술의 발전 추세에 뒤떨어질 수도 있으며 새로운 목표에 대한 인식과 비전의 부재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IT의 빠른 발전속도는 2006년 지금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 21세기 정보기술과 환경의 변화는 더욱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IT변화의 속도와 그 폭을 섣불리 판단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 조차도 “지난 10년간 정보기술의 발달은 경이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앞으로의 10년간에 무엇이 가능하게 될지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속에서 우리나라는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기반으로 IT강국을 일궈냈다. CDMA, 반도체, TFT LCD와 같은 IT산업 분야를 비롯해 인터넷 도메인 수, IPv6 배정규모, 인터넷 트래픽 교환노드수 등에서도 세계 1위 수준이다.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GDP 비중과 정보화 수준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직도 IT분야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고 한국 IT산업의 미래에는 더 많은 위험과 선택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미처 정책적으로 대응하기도 전에 유비쿼터스라는 새로운 정보기술 패러다임이 몰려 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는 과거와 현재의 연속선 상에 있다. 따라서 과거와 현재 IT기술의 변화와 발전에 대한 성찰이 더욱 더 중요하다. 과거를 돌아봄으로써 얻는 교훈은 미래로 가는 올바른 길을 선택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새로운 정보기술 패러다임도 결국 과거와 현재의 IT 속에 숨어 있다.
이런 차원에서 SEK전시회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IT 트랜드를 한눈에 읽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난 20년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 IT산업 발전 한 가운데는 항상 SEK이 있었다. 올해로 창설 20주년을 맞은 SEK의 발자취는 곧 오늘날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상징되는 한국 IT 산업의 발전사이자 미래를 보는 창이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
◆IT기술 패러다임 변화
IT 패러다임 변화는 전산화·정보화·지식화 그리고 유비쿼터스화로 구분할 수 있다.
전산화는 전산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을 활용해 수 작업으로 처리하던 업무처리 절차를 자동화함으로써 능률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데 목표를 둔 초창기 IT활용 체계다. 전산시스템의 기본 구조는 클라이언트(serve to client) 관계로 구성된다.
정보화는 전산화보다 더욱 전문적, 지능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보 처리와 생산·전송·이용 과정이 실시간(real time)으로 장애 없이(seamless) 이루어지게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분산형·개방형 네트워크들 간의 상호접속과 운용을 통해 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DB)와 같은 정보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지식화는 지식관리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조직의 구성원이 문제해결이나 새로운 관리 프로세스를 개발하기 위해 지식에 대한 필요성을 느낄 때 즉시 제공 가능하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정보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정보화나 지식화보다 한 단계 발전한 것이 유비쿼터스화다. 유비쿼터스화를 통해 사람·컴퓨터·사물이 언제·어디서나 하나로 연결된다.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의 네트워크화가 실현되면서 정보가 소리없이 흐르며 지능적으로 일을 처리해준다. 이 같은 차세대 유비쿼터스 패러다임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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