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36분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연결된 설기현의 크로스. 문전 왼쪽 조재진의 머리에 맞고 중앙으로 흐른 볼. 그리고 박지성의 골키퍼 키를 살짝 넘긴 감각적인 슈팅.’
18일 밤(독일 현지시각) 붉은 물결로 뒤덮인 독일 라이프치히 경기장의 한국과 프랑스전. 대한민국의 16강 진출에 확신을 갖게 한 이 동점 골 장면은 역사상 최초로 완전 고선명(HD)TV 방송으로 전 세계에 전달됐다. 박지성의 발 끝에 맞고 천천히 골문 안으로 파고들어가는 장면은 과거 일반 아날로그보다 5배나 선명한 화질로, 공의 FIFA 로고까지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첨단 IT는 이번 2006 독일월드컵에서도 예외 없이 함께했다. 특히 한국의 지상파 DMB도 이번 월드컵에 첨단의 옷을 입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6 월드컵의 전자분야 공식 후원사인 필립스전자 신박제 사장은 “4년마다 전 세계인의 관심을 한곳에 집중시키는 월드컵은 첨단 기술 트렌드를 보여주는 각축장”이라며 “첨단 IT가 월드컵을 진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사상 첫 완전 HDTV 및 모바일 방송시대 개막=처음으로 TV 중계가 이뤄진 1954년 스위스월드컵. 또 컬러TV 중계가 처음 시작된 74년 서독월드컵. 그리고 고화질 HDTV로 선수들의 땀방울까지 전하고 있는 2006년 독일월드컵. HDTV는 19일 박지성의 동점 골을 라이프치히 경기장 내 전광판은 물론이고 독일과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 광장에 설치된 전광판과 안방에서도 현장의 감격을 그대로 느끼게 했다. 독일월드컵 주관 방송사인 HBS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은 전 세계 213개국 300여 방송국을 통해 총 4만1100시간 동안 16 대 9 비율의 와이드 스크린 포맷과 HDTV 방식으로 업그레이드돼 시청자를 찾고 있다. 이번 송출되고 있는 화질은 DVD의 2배 이상, 일반 아날로그 TV보다 5배나 선명하다.
또 하나 이번 월드컵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손 안의 월드컵’을 한국의 기술로 현실화한 것. 2006 월드컵 개막식 경기는 컬러 TV 이후 최대 방송혁명이라고 불리는 한국의 지상파 DMB를 세계 각국 주요 인사들과 취재단에게 선보인 역사적인 자리였다. 한국의 지상파 DMB 기술은 지난 1995년부터 주요 유럽국가가 구축하고 있는 디지털 오디오 방송 규격 ‘DAB’의 인프라 및 주파수 활용이 가능하다.
◇테러위협, IT로 막는다=이번 2006 월드컵 입장권 총 320만장은 사상 처음으로 전량 전자티켓으로 발행됐다. 일반 종이에 RFID 반도체 칩을 삽입한 이 입장권에는 국적·이름 등 개인 정보가 담겨 있어 경기장 보안을 돕는다. 12개 FIFA 월드컵 전 경기장 출입구에서 간단한 스캔만으로 안전을 확보함은 물론이고 입장 속도를 높여 혼잡을 줄이고 불법·위조 입장권 식별에도 한몫하고 있다. 필립스가 제작한 전자티켓에는 필립스의 독자적인 RFID 관련 마이페어 스마트카드 기술이 집적돼 있다.
한국과 프랑스전이 열린 라이프치히 경기장에서는 소형 전차 모양의 테러 경비 로봇이 눈에 들어왔다. 독일 로보워치가 개발한 이 경비로봇은 첨단기술을 이용, 경기장 안팎을 돌아다니며 공중 투기되는 화학물질이나 무기, 수상한 사람을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 이 로봇에는 360도 회전하는 적외선카메라가 달려 있으며, 반경 30m 내의 공기를 분석할 수 있는 장치도 탑재돼 있다.
◇선수·관객의 돌연사도 첨단기술로 막는다=이번 월드컵 기간 각국 선수단이나 관중은 과도한 흥분으로 인한 심장마비로부터 자유롭다. 유재순 필립스전자 상무는 “필립스는 휴대형 자동응급심장소생기인 ‘하트스타트’를 12개 월드컵 경기장에 비치하고 참가 선수단에 무상으로 공급했다”며 “한국에서는 의사 혹은 1급 응급구조 면허소지자만이 전기충격을 가할 수 있지만, 심장마비의 특성상 1분 1초가 중요하기 때문에 조작이 간편,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하트스타트(미국 FDA 승인)는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프치히(독일)=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