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와 지멘스가 통신장비사업을 합병하기로 결정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두 회사는 통신장비 분야에 250억유로(30조원) 규모의 합작회사를 신설, 각각의 통신장비 부문을 인수하게 되며 양측 이사회는 이미 합병 건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병으로 등장할 신설법인은 이동통신장비 분야에서 선두 에릭슨, 루슨트와 알카텔 합병사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며 모토로라를 4위로 끌어내릴 전망이다. 노키아와 지멘스는 신설법인의 지분을 50 대 50으로 나눠 갖기로 했다. 하지만 합작회사의 본부가 핀란드에 위치하고 노키아 출신의 사이몬 베레스 포드-윌리가 신임 최고경영자(CEO)를 맡기 때문에 사실상 노키아가 이사회를 장악하게 된다.
이번 합병은 최근 이통업계의 대규모 인수합병이 통신장비 업체로 확산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지난 4월 알카텔과 루슨트의 합병이 성사된 이후 노텔·노키아·지멘스 등도 M&A대상을 물색할 것으로 전망됐다. 화웨이 같은 중국업체의 추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기존 통신장비업체들은 거대 이통업체와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덩치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멘스는 휴대폰 사업을 대만 벤큐에 매각한 이후 통신장비 분야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에 이번 노키아와의 합병은 예상됐던 행보라는 분석이다.
두 회사는 합병 이후 연간 12억5000만유로(1조5000억원)의 연구개발(R&D) 예산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신설법인은 아프리카와 남미시장에서 모토로라·화웨이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노키아와 지멘스의 통신장비사업 합병 이후 다음번 M&A 대상으로 캐나다의 노텔을 지목하고 있다. 노텔은 지난 수년간 부정회계 스캔들로 주가가 바닥권을 맴돌아 자본구조가 매우 취약한 상태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