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자 수출 이곳이 블루오션](2)헝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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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노키아·GE·IBM·필립스·소니·플렉스트로닉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이들 글로벌 기업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헝가리에 생산기지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노키아와 플렉스트로닉스사의 헝가리 현지 휴대폰 조립 공장은 연간 7000만대의 휴대폰을 쉴 새 없이 쏟아낸다. 헝가리의 지난해 휴대폰 수입액은 15억달러가 넘는다. 헝가리에서 조립·생산된 제품이 ‘메이드 인 헝가리’ 브랜드를 달고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1000만명의 헝가리는 이제 동유럽에 숨어 있는 IT 변방 국가가 아니다. 1990년 개방화 물결 후 탄탄한 기초 학문을 기반으로 한 우수한 인력과 저렴한 인건비 등으로 동유럽의 가전·IT 생산기지 종주국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더욱이 2004년 EU 가입으로 동유럽 내에서는 물론이고 EU 전체에서도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헝가리의 위상은 단순 생산기지로 그치지 않는다. 최근 들어 헝가리 자체로도 유망 IT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거리를 거닐다보면 컬러 액정에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춘 최신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젊은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헝가리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T모바일 매장에선 컬러 액정과 카메라 탑재 멀티미디어폰이 아니면 구경하기조차 쉽지 않다. 올 1월 기준 헝가리의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무려 935만명. 10명 중 9명 이상이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어 우리나라 80% 가입률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최근 연간 4%대의 경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헝가리에서 휴대폰뿐만 아니라 새로운 디지털 전자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PDP·LCD TV, DVD플레이어, MP3플레이어, 홈시어터 제품 등이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품목이다.

 KOTRA 부다페스트무역관에 따르면 헝가리 전자제품 시장에서 TV는 소형 CRT TV에서 평면TV로 교체되는 단계며 아직까지 LCD TV나 PDP TV는 쉽게 구매하기 어려운 고가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디지털 방송이 시작되면서 향후 몇 년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돼 디지털TV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대대적인 IT 육성정책도 IT 시장 활성화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지난 2003년부터 IT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설리넷(스쿨넷) 프로그램’을 시행함으로써 학교 등 공공기관에 컴퓨터 보급률을 높이고 있다.

 연간 소득이 2만달러 이하인 가계에는 최고 300달러까지 IT제품 구매액의 50%를 소득공제 혜택으로 돌려주는 정보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헝가리의 인터넷 보급률은 일반 가정 22%, 사무실 78% 수준이며 브로드밴드의 회사 보급률은 50%대에 이르고 있다.

 헝가리 역시 덴마크와 마찬가지로 코라·메트로·테스코 등 하이퍼 마켓이나 종합 전자제품 체인점 위주로 소비 시장이 형성돼 있다. 대형 쇼핑몰에는 미디어마켓·일렉트로월드·새턴·유로닉스·일렉트로폰트와 같은 종합 전자제품 체인점이 빠지지 않고 입점해 소비자를 유혹한다.

 따라서 헝가리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대형 체인점 진출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현지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윤희로 KOTRA 부다페스트무역관장은 “그러나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저가 중국산과 대만산에 비해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에 현지 조립업체와 제휴해 부품을 한국에서 들여와 현지에서 조립 생산하는 방법으로 가격 열세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 휴대폰은 헝가리 이동통신 사업자를 통한 판매량이 전체의 95%를 차지하고 있어 이동통신 사업자와의 거래를 통한 시장 진출이 필수적이다. 또 헝가리 바이어들은 독일 등 인접국으로부터 필요할 때마다 소량 주문하는 데 익숙해 처음부터 대량 주문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따라서 소량 주문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 가는 게 중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밖에 헝가리에서 개최되는 ‘인포마켓인포트렌드엑스포(www.infomarket.hu)’ 등 현지 전시회를 사전에 한 번씩 참가해 보면 시장 분위기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KOTRA 해외조사팀은 “헝가리가 지리적으로 유럽의 중심, 특히 서유럽과 동유럽을 연결하는 지점에 있는만큼 헝가리를 동유럽 디지털 전자 시장 진출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